자회사 설립 후 원천기술 후보물질 이전
집중적인 연구개발로 경쟁력 제고 용이
   
▲ 대웅제약 연구진이 신약 개발에 몰두하는 모습./사진=대웅제약

[미디어펜=김견희 기자]최근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특정 기술이나 신약 후보물질의 권리를 자회사로 분할해 집중적으로 개발하는 '스핀오프(Spin off)' 바람이 불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스핀오프는 기업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 특정 사업을 독립시키는 분할을 의미한다. 이러한 방식을 취했을 때 자회사는 특정 후보물질을 집중 공략하면서 개발에 속도를 낼 수 있으며, 모회사는 자회사를 앞세운 신규 펀딩으로 연구개발 자금을 유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국내에선 SK케미칼이 설립한 바이오벤처 티움바이오가 연구개발 성과를 속속 거두어 들이면서 스핀오프 사례는 더욱 늘고 있다. 

티움바이오는 지난해 1월 개발 중인 폐 질환 치료 신약 후보물질 NCE401을 이탈리아 제약사 키에지에 7400만 달러 규모로 기술수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또 같은해 대원제약에 자궁내막증 치료제 TU2670를 40억원에 기술 이전하기도 했다.

티움바이오는 지난 2016년 유전자재조합 단백질 혈우병치료제 '앱스틸라' 개발을 주도한 김훈택 대표와 혁신R&D센터 연구진들을 중심으로 설립됐다.

별도 회사로 설립해 특정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하는 경우 전문적으로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사업 부문으로 속했을 때보다 의사결정 속도도 빨라진다.

대웅제약은 최근 이온채널 플랫폼 기술을 스핀아웃한 자회사 아이엔테라퓨틱스를 설립하고 박종덕 전 코오롱제약 개발본부장을 초대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원천 기술과 파이프라인을 자회사로 분리해 집중적으로 키워내겠다는 방침이다. 

아이엔테라퓨틱스는 현재 이온채널 플랫폼 기술을 중심으로 비막약성 진통제, 난청치료제 등을 개발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이온채널 플랫폼은 이온의 이동으로 발생하는 전기신호가 신경전달에 관여하는 것을 토대로 신경계 질환이나 암 분야의 약물을 개발하는 기술이다"며 "이러한 특성 때문에 신경계 질환이나 암 등 다양한 질환에서 신약 개발을 위해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동홀딩스는 지난해 5월 신약개발 회사 아이디언스를 신규 설립하고 자회사로 편입한 후 항암 파이프라인 신약 후보물질을 이전했다. 아이디언스는 신약 개발만 오로지 전담하는 NRDO(No Research Develpment Only)를 지향한다. 후보물질을 직접 발굴하지 않고 유망한 물질을 들여와 이에 대한 개발에만 집중하는 것을 뜻한다.

같은해 안국약품은 신약 개발을 위한 자회사 빅스바이오를 설립한 바 있다. 빅스바이오는 한미약품 연구소장 출신인 김맹섭 부사장을 필두로 항암제와 면역제제, 세포치료제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헬릭스미스는 일부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스핀오프해 자회사 뉴로마이언과 카텍셀을 세웠다. 파이프라인을 자회사로 스핀오프하면서 연구개발에 속도를 내겠다는 뜻이다. 

뉴로마이언은 아데노 부속 바이러스(AAV·Adeno-Associated Virus) 바이러스 백터를 사용해 유전자치료제를 개발하고, 카텍셀은 CAR-T세포를 사용해 고형암을 대상으로 항암 신약을 개발할 계획이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지난 7월 섬유증 치료 신약개발 전문 자회사 마카온을 설립했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후성유전학적 타깃 물질인 ‘CG-750’을 마카온으로 이전해 섬유증 치료 연구개발을 진행할 예정이다. 마카온이 신약개발에 성공할 경우 모든 권리를 크리스탈지노믹스로 이전하게 된다. 이와 별도로 기술수출, 유가증권시장 상장과 관련된 전략적인 업무를 집중적으로 추진한다.

국내 바이오 기업 테라젠이텍스는 지난 2013년 개발 중인 항암 신약 '백토서팁'을 스핀아웃해 메드팩토를 세웠다. 지난해 12월 코스닥시장에 기술특례로 상장한 메드팩토는 현재 글로벌제약사인 MSD, 국내 바이오기업 제넥신과 손잡고 항암 신약 '백토서팁' 개발에 매진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스핀오프를 통한 개발은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투자 유치가 원활하지 않을 경우 다시 모회사에 흡수 합병될 수도 있어 신중을 기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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