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소비자의 안전을 먼저 생각하고 기업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했다.
업계에서 3분기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호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양사가 세타2 GDi엔진 등 관련 품질비용으로 약 3조3600억원의 충당금을 쌓으며 적자전환이 불가피해졌다. 업계는 이를 두고 당장의 이익보다 고객신뢰를 회복하고 새로운 현대차그룹을 만들기 위한 정의선 회장의 의지로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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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사진=현대차그룹 |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차는 지난 19일 주식시장이 마감후 올해 3분기 세타2GDi엔진 등 관련 품질 비용으로 현대차가 2조1300억원, 기아차가 1조2600억원으로 총 3조3900억원을 쌓는다고 공시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이를 통해 분기기준 적자 전환을 면치 못할 상황이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3분기에 신차들의 판매호조와 함께 해외시장의 약진을 보이며 현대차는 1조 클럽복귀와 기아차도 5000억원 이상의 흑자를 기록할 전망이었다.
하지만 정의선 회장은 품질비용을 위한 충당금으로 3조3600억원을 쌓기로 결정하며 당장의 이익보다 미래를 위한 고객신뢰회복을 먼저 선택했다.
정의선 회장이 고객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지난 14일 있었던 6분여의 짧은 취임사만 봐도 알 수 있다. 정의선 회장은 당시 취임사에서 미래와 함께 고객이라는 단어를 취임사에서 수차례 언급했다.
당시 정의선 회장은 "현대차그룹의 모든 활동은 고객이 중심이 되어야 하며, 고객이 본연의 삶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움을 드려야 한다"며 "고객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기울여 소통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고객의 평화롭고 건강한 삶과 환경을 위해 모든 고객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친환경적인 이동수단을 구현하겠다"고도 밝혔다.
이를 두고 현대차 한 관계자는 "정의선 회장은 평소 임직원들에게 '고객의 신뢰를 잃으면 끝장'이라고 강조했다"며 "눈앞의 실적에 연연하기보다 고객의 품질관련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해 결단"이었다고 설명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2018년과 2019년 각각 4600억원, 9200억원 규모 비용(충당금)을 회계에 반영한 바 있다.
평생 보증 충당금을 산정할 때 반영한 주행기간은 기존 12년 6개월에서 19년 5개월로 수정하기로 했다. 이 밖에 기존 리콜대상이 아니었던 세타2 MPI 및 HEV엔진, 누우 엔진, 감마 엔진 등에 대해서도 엔진 진동감지센서(KSDS) 장착 캠페인 시행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소비자 보호를 위한 선제적 조치"라며 "향후 근본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재발 방지 및 신뢰 회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세타2 엔진과 관련해 리콜이 결정된 차종은 현대차 쏘나타와 투싼 등 240만5000여대다. 세타 MPI 엔진이 들어간 132만4000여대는 KSDS 장착 여부를 검토한다. 기아차는 K5에 이어 쏘렌토, 스포티지 등 총 364만4000여대(세타 MPI 엔진 등 포함)로 집계됐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19일 오후 주요 애널리스트와 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기업설명회(IR)를 열었다. 현대·기아차가 경영실적 발표를 앞두고 IR을 개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업계는 소비자 및 시장 우려에 대응한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평가되고 있다.
이번 품질 비용 반영으로 현대·기아차의 3분기 실적은 시장 기대치를 크게 밑돌 전망이다. 분기 기준 적자 전환이 불가피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품질이슈로 국내 소비자들에게 지적을 받아온 현대기아차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정의선 회장이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런 노력을 바탕으로 새 시대를 맞이할 현대차그룹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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