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헌법기관장·장차관·판검사·고위경찰의 부패범죄 외에도 직권남용 등 공직 전반에 관한 범죄를 수사할 수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초대 수장이 누구냐를 놓고 18일 두번째 검증의 막이 올랐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는 이날 오후 2시부터 2차 심사 회의를 갖는다. 총 10명의 후보를 놓고 갑론을박이 펼쳐질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추천위는 이날 후보별 서면 설명과 관련자료를 검토할 방침이다.
현행법상 공수처장 임기는 3년으로 보장되어 있고, 공수처 수사검사를 임용하는 공수처 인사위원장도 맡는다. 사실상 정치권과 관료 고위직 전부를 견제할 정도로 전권을 휘두르는 자리다.
이에 따라 다른 무엇보다 독립성·정치적 중립성·형사사법 역량이 공수처장의 가장 중요한 요건으로 꼽힌다.
문제는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18일까지 추천위가 후보를 정하지 않으면 야당측 추천위원의 거부권을 무력화하는 법 개정에 나서겠다며 2차 심사일을 데드라인(기한)으로 잡고 압박에 나섰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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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30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 추천위원 위촉식에서 박병석 국회의장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종철 연세대 로스쿨 교수,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 조재연 법원행정처장, 박병석 의장, 추미애 법무부 장관, 임정혁 변호사, 박경준 변호사, 이헌 변호사./사진=연합뉴스 |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17일 "내일까지 후보를 내주길 바라고, 그렇게 안 될 경우 법사위에 공수처법 개정안이 있는데 그 절차를 밟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고, 국회 법사위 여당 간사인 백혜련 의원도 "추천위가 결론을 내지 못한다면 현실적으로 법 개정 외에 방법이 없다. 다음 주 예정된 소위에서 법안 심사에 들어갈 것"이라고 압박했다.
이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내일 결정이 안 나면 법을 바꿔 추천권을 빼앗는다고 겁박한다"며 "제대로 된 자료 없이 얼렁뚱땅 결정하는 것은 안 된다"고 반박했다.
현행법상 대통령에게 추천하는 최종 후보 2인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총 7명 추천위원 중 야당측 추천위원 2명이 거부권을 쥐고 있긴 하다. 하지만 역으로 어떠한 후보든 찬성 6표를 얻어야 최종 후보 2인에 선정된다는 점에서 야당측 추천위원이 반대만 하기 어려운 의사결정 구조다.
여당이 이미 논의를 마친 법 개정안은 의결 정족수를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으로 낮춰 총 7인 중 5명의 찬성으로 의결하게 했다. 이를 통해 야당측 거부권을 무력화했다.
여당은 올해 내 공수처를 출범해야 한다면 이달 추천 절차가 끝나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공수처장이 단 2차례 심사 끝에 속전속결로 정해야 하는 자리인지 의문이다.
향후 3년간 거의 모든 정치재판의 기소 여부를 관장하고 정권·정치권·고위관료 수사를 좌우해 기존 판·검사들이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공수처장 자리의 무거움을 감안하면, 고도의 심층 심사를 몇차례 거듭해도 부족할 지경이다.
13일 열린 1차 심사에서는 신속론과 신중론이 팽팽하게 맞섰다. 다만 7명 추천위원 중 균형을 지켜야 할 법원행정처장과 대한변협회장이 신속론에 앞장섰다고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야당측 추천위원인 이헌 변호사는 지난 16일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신속론에 앞장선 측은 법무장관을 포함한 여당측 추천위원들이 아니라 법원행정처장과 변협회장이었다"며 "그들은 대법관추천위원회 사례를 들어 당일 후보를 압축해야 한다는 강력한 입장으로 야당측 추천위원들과 격론을 벌였다"고 전했다.
여당측 추천위원 2인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명백히 여당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총 추천위원 7명 중 여당 3 대 야당 2의 구도를 깔고 가지만 이처럼 2명의 외부 추천위원이 여당 입장인 신속론에 앞장섰다는 것은 공수처장 추천위가 애초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이었음을 반증하는 격이다.
초대 공수처장은 향후 3년간의 모든 주요 수사·재판 기소를 판가름 짓는 매우 중요한 자리다. 형사사법 역량은 기본이며 그 무엇보다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된다.
단기간에 마쳐 졸속·밀실·깜깜이 심사라는 비판을 듣지 않도록 여야 모든 추천위원들이 지혜를 모을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