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싱 통해 쌓은 경험, 차량 제작 적용…독보적인 왜건 기술 확보
19년 전 콘셉트카에 구상했던 미래 계획 적용하는 뚝심…철학 돋보여
   
▲ 볼보 박물관의 레이싱 존/사진=미디어펜 김상준 기자


[미디어펜=스웨덴 예테보리/김상준 기자]스웨덴 예테보리의 볼보박물관에서 볼보의 창립 초기(1927년)와 1980년대까지 역사관을 지나면 아담하게 ‘레이싱 전시존’이 드러난다.

전시 규모가 크진 않지만 ‘레이싱 존’에 대한 볼보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안내해준 박물관 직원은 “우리처럼 왜건을 이용해 레이싱 경기를 한 브랜드는 거의 없다”며 과거의 이력을 자랑했다.

   
▲ 볼보 850 BTCC 레이싱(1994)/사진=미디어펜 김상준 기자

직원의 말처럼 왜건 제작 기술은 볼보의 특화된 장점으로 손꼽힌다. 2020년 현재 볼보는 세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의 차량을 준수하게 만들어 내고 있는데, 왜건 하나만큼은 기타 유명 자동차 제조사들을 압도하는 완성도를 보이면서 실용성이 매우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레이싱을 통해 습득한 다양한 경험치를 차량 제작에 적용하고, 특히 자신들의 장기인 왜건 제작에 공을 들인 볼보의 뚝심 있는 철학을 확인할 수 있었다.

   
▲ 볼보 VCC 콘셉트카/사진=미디어펜 김상준 기자

레이싱 존을 지나면 볼보의 역대 콘셉트카가 연대별로 전시돼 있다. 볼보의 왜건 전성시대를 있게 한 콘셉트카 VOLVO VCC(1980)가 콘셉트카 전시를 대표하는 차량으로 전면에 자리 잡고 있다.

차량을 살펴보면 현재 판매 중인 볼보의 왜건보다 좀 더 각졌다는 것을 빼면 전체적인 형태는 비슷하다. 해당 콘셉트카를 시작으로 볼보의 왜건 전성시대가 시작됐으니, 무려 40년간을 이어온 역사라고 볼 수 있다.

   
▲ 1세대 볼보 XC90과 매우 흡사한 ACC 콘셉트카/사진=미디어펜 김상준 기자

가장 이목을 집중시켰던 콘셉트카는 VOLVO ACC(2001)로 국내에서도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XC90의 원조 격인 차량이다. 외관 디자인은 XC90 1세대 모델과 거의 흡사하며, 양산 과정에서 큰 변화 없이 출시된 바 있다.

   
▲ 콘셉트카 ACC의 인테리어 중앙에는 최근 볼보차에 적용되는 대형 디스플레이가 자리 잡고 있다. 미래를 내다보고 차량을 제작하는 볼보의 철학을 엿볼 수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준 기자

해당 콘셉트카를 보고 놀란 이유는 바로 실내에 있다.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센터페시아 하단 부 대형 디스플레이는 현재 판매 중인 볼보의 차량과 비슷하게 닮아있다. 마치 태블릿 PC가 인테리어에 이식된 듯한 형태인데, 2001년 공개한 콘셉트카에서부터 미래를 염두 하고 개발한 의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 볼보 XC90 실내(현행 모델)/사진=볼보코리아


흥미로운 부분은 정작 2002년 출시된 1세대 XC90은 해당 인테리어를 적용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콘셉트카보다 훨씬 간단한 구조로 인테리어를 구성했는데, XC90 2세대 모델이 공개된 2015년에서야 콘셉트카와 흡사한 중앙 패널이 탑재됐다. 콘셉트카 ACC에서 선보인 인테리어 형태는 현재 볼보 차량 전 라인업에 적용돼 볼보를 대표하는 인테리어로 자리 잡았다.

   
▲ 유럽의 국민 트럭으로 불렸던 볼보 F4/사진=미디어펜 김상준 기자

콘셉트카 존을 벗어나 1층 넓은 광장에는 볼보의 역대 상용 차량이 전시돼 있다. 유럽의 국민 트럭으로 불렸던 볼보 F4를 비롯해 비교적 신형 차량으로 손꼽히는 FL 트럭 시리즈까지 볼보 상용차 역사가 연대별로 나열돼 있다.

상용차 전시를 끝으로 볼보 박물관의 모든 전시가 끝났다. 1층에는 어른들과 함께 온 어린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놀이 공간과 스웨덴 사람들의 커피문화 피카(FIKA)를 즐길 수 있는 카페가 조성돼 있다.

이번 스웨덴 방문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인데, 하루에도 몇 번씩 커피를 마시는 ‘스웨덴 피카 문화’는 직장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의무로 정해져 있을 정도라고 한다. 직장 동료 및 주변 지인들과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것인데, 대부분의 스웨덴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여유가 피카 문화에서 나온다는 생각이 들었다.

   
▲ 기념품 상점에서는 볼보 관련 다양한 용품들을 판매하고 있어 관람객들이 높은 관심을 보였다./사진=미디어펜 김상준 기자

카페 우측 편 출구 앞쪽에는 볼보 박물관의 기념품 상점이 자리 잡고 있다. 볼보 차량을 작게 만든 미니어처 모델을 비롯해 볼보 의류, 간단한 액세서리까지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볼보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박물관 만큼이나 매력적인 공간이 될 듯하다.

예테보리 볼보 박물관의 입장료는 120크로나(약 1만5000원)이며, 예테보리 시내와 차량으로 15분 정도 떨어진 항구 외곽에 있어, 버스보다는 우버나 렌터카를 이용해 방문하는 것이 편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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