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수부문 부진·글로벌 방산 전시회 연기 등 영향…전차·자주포·전투기 등, 실적 '마지노선' 구축
[미디어펜=나광호 기자]올해 국내 방산업계는 지구촌을 덮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롤러코스터를 탄 것과 같은 시간을 보냈다. 

올 1분기에는 인수합병(M&A)과 대형 사업 수주 및 수출 증가 등에 힘입어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증가하면서 기분 좋게 출발할 수 있었고, 달러화 강세도 실적 개선에 도움을 줬다. 특히 한국형전투기 KF-X 시제기 제작과 피아식별장비(IFF) 모드5 성능개량 및 중어뢰-Ⅱ 최초 양산 등이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유럽과 동남아 등 글로벌 방산 전시회가 취소 또는 연기되고, 각국이 국방비을 보건·복지비로 돌리면서 수출 전선에 차질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보잉·에어버스 등 메이저 항공사들의 공장가동 중단으로 항공기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항공엔진·기체부품을 비롯한 민수부문이 타격을 입은 것도 업체들의 발목을 잡았다. 그간 방산업체들이 수익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민수부문 비중을 늘렸던 것이 '부메랑'으로 작용한 셈이다.

   
▲ K-9AI 자주포/사진=한화디펜스


이같은 어려움을 뚫어낸 것은 연평도 포격과 중국-인도간 분쟁 등으로 명성을 날리면서 글로벌 자주포 시장에서 강자로 자리잡은 한화디펜스의 K-9 등 K-방산의 현재와 미래를 책임질 무기체계들이었다.

K-9은 올해도 인도·노르웨이군에 납품되고 있고, 호주에서도 K-10 탄약운반장갑차와 함께 우선공급자로 선정되는 등 한화그룹 방산계열사들이 10년간 두드린 결실을 맺었다. K-105A1 자주포 양산과 K-1A1 전차 조준경 공급 및 해병대 상륙돌격장갑차 외주정비 등도 힘을 보탰으며, 레드백 장갑차도 5조원 규모의 호주군 사업을 놓고 독일과 경쟁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이 능동형 전자주사식 위상배열(AESA)레이더 시제품을 출고하고, 최근 5400억원 규모의 전투체계(CMS) 및 다기능레이더(MFR) 개발 사업계약을 체결하는 등 KF-X와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는 것도 방산업계의 어깨를 가볍게 하고 있다.

K-2 흑표전차도 2차 양산이 진행 중으로, 현대로템은 최근 방위사업청과 3차 양산 물량 납품 계약도 체결했다. 올해 9월 폴란드에서 현지 수출형 모델(K-2PL)을 선보이는 등 유럽시장도 지속적으로 노리고 있다.

   
▲ 현대로템이 'DX Korea 2020'에서 전시한 중동형 K-2 흑표전차/사진=미디어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다목적 헬기 수리온을 개조한 소방헬기·의무후송전용헬기 등으로 내수시장 내 입지를 다지는 가운데 보잉의 B787 날개 구조물 주요 부품과 이스라엘 IAI의 중형 비즈니스 제트기(G280) 동체 물량 및 에어버스의 A350 기종 날개 구조물 수주를 비롯한 민수부문이 다시 활기를 찾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고배를 마셨던 고등훈련기 T-50이 미 공군으로부터 재조명 받고, 방사청과 전술입문용훈련기 TA-50 2차 양산 계약을 맺는 등 방산부문에서도 성과가 이어지고 있다. 

LIG넥스원도 KDDX 음파탐지기(소나)를 비롯해 올해 2조원 가량의 수주를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무선통신장비 전문업체를 인수하는 등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민수부문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최근 들어 △대탄도탄 요격체계 천궁-Ⅱ 첫 출하 △수중자율기뢰탐색체 체계개발 계약 체결 △차세대 군용 무전기(TMMR) 양산 등의 호재도 이어지고 있다.

이봉진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9월을 저점으로 항공기 부분품 수출 감소폭이 축소되고 있다"면서 "미 연방항공청(FAA)이 보잉 737맥스 운항 재개를 승인하고, 각국 항공안전 규제당국의 승인 일정도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점에서 향후 수출입 증감 추이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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