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퇴직까지 3주 남아 시간 없어…인용·기각 보다 각하 가능성 높아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이 강행한, 73년 헌정 사상 초유의 법관 탄핵소추가 어떤 결말로 끝날지 주목된다.

국회는 4일 본회의를 갖고 임성근 부산지법 부장판사의 탄핵소추안을 찬성 179표·반대 102표·기권 3표·무효 4표로 가결했고, 이에 헌법재판소(헌재)는 심리 절차에 돌입했다

탄핵심판 사건의 경우 헌재 지정재판부의 사전심사 단계를 거치지 않는다. 법조계는 헌재가 사안이 명료한 이번 사건을 속전속결로 처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곧장 본안 심사에 들어가기 위해 헌재는 조만간 해당 주심 재판관을 지정하고 법리 검토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오른쪽)과 이탄희 의원이 2월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별관에서 임성근 판사 탄핵소추 의결서 정본을 제출하기 위해 민원실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다만 김명수 대법원장의 '거짓 해명' 논란이 겹치면서 사법부 신뢰성에 큰 타격이 가해진 가운데, 헌재의 심리와 결정을 놓고 정치권 공세 등 파장이 이어질 전망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가 법관 탄핵심판을 다룰 단계는 다음과 같다.

우선 주심 재판관이 정해지는대로 소추위원인 윤호중 국회 법사위원장과 임성근 부장판사 양측에 의견서 제출을 요구한다. 이후 몇 차례 변론기일을 갖고 양측이 출석해서 의견 진술할 기회를 부여한다.

일각에서는 이와 함께 별도의 신문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윽고 변론이 종료되면 양측의 최후 의견 진술을 받는다.

헌재는 임 부장판사의 파면 여부에 대해 인용, 기각, 각하로 결정할 수 있는데 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이 찬성해야 인용되어 파면된다. 반면 4명 이상이 반대하면 기각된다.

법조계는 지금까지 정황과 앞으로 남은 시간적인 여건을 감안하면 인용이나 기각이 아니라 각하될 가능성을 가장 높게 보고 있다.

한 지방법원의 현직 부장판사는 5일 본보 취재에 "임성근 판사 퇴직까지 3주 밖에 남지 않았다"며 "헌재가 그 전에 결론내는 것을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본다"며 각하 가능성에 손을 들었다.

그는 "다만 세간의 예상과 달리 헌재가 속전속결로 결론을 내어 임 판사에 대해 끝내 '파면' 결정을 내린다면 사법부 신뢰는 더 떨어질 공산이 크다"며 "사법부 수장인 김명수 대법원장의 거짓말 논란에 이어 '헌재의 정치화'에 대한 비판이 격렬하게 일어날게 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2월 말 퇴직 하루 전이라도 헌재가 결정을 서둘러 내리고, 그 결정이 인용-파면이라면 애초에 법관 탄핵 추진이 '실효성 없는 사법부 길들이기'라는 비판을 넘어서서 사법부를 완전히 종속-굴종시키는 여당의 권력 휘두르기로 드러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고등법원의 현직 판사 또한 본보 취재에 "적시된 탄핵 사유와 동일한 혐의로 재판이 아직 진행 중"이라며 "이에 따라 탄핵 심판이 정지된다는 규정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퇴직은 확정된 사실이고, 임 판사가 퇴직하게 되면 파면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을 것"이라며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탄핵심판을 진행할 경우 '각하' 외에는 다른 경우의 수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7차례, 박근혜 전 대통령은 17차례에 걸쳐 변론기일을 가졌고 노 전 대통령은 2개월, 박 전 대통령은 4개월의 시간이 소요됐다. 임 부장판사의 임기는 오는 28일까지로 다음달 1일부터 전직 공무원의 신분이 된다.

법조계는 헌재가 파면 결정에 따른 실익이 없다고 판단해 각하할 가능성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헌재가 과연 속전속결로 이 사건을 다룰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