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과 원희룡, 연일 이재명 향해 날선 비판 제기
정치 비전 피력하고 대중적 인지도 쌓는 일석이조
보선 이후 야권 대권주자 교통정리...밑바닥 다지기
[미디어펜=조성완 기자]보수야권의 차기 대권후보인 유승민 전 의원과 원희룡 제주지사가 연일 여권의 대권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를 저격하고 있다. 4·7 보궐선거가 끝나면 곧바로 대선 모드로 전환되는 만큼 여야 통틀어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 지사 때리기를 통해 바닥을 다지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이 지사의 ‘기본소득’를 비판해온 유 전 의원은 지난 9일 “코로나 이후 소득격차와 빈부격차는 K자형으로 전개돼 양극화와 불평등이 더 심화될 것”이라면서 양극화 해소를 위한 공개 토론을 제안했다.

그는 "기본소득은 K양극화 해소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월소득 100만원인 저소득층과 1천만원인 고소득층에게 똑같은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것은 공정과 정의에 반하고 소비 촉진 효과도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 원희룡 제주도지사(왼쪽)와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사진=연합뉴스

원 지사도 지난 8일 “무차별 기본소득이 도입되면 복지효과도 경제효과도 미미하면서, 세금만 올리는 ‘괴물’이 될까 걱정된다”면서 “이재명 지사가 주장하는 무차별 기본소득으로는 복지국가 건설이 어렵고 오히려 방해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무차별 기본소득은 조삼모사일 뿐이다. 앞으로 주는 것 같지만, 뒤로는 진짜 필요한 것을 못 주게 하는 것"이라며 "가정경제와 마찬가지로 한쪽에 지출이 크게 늘어나면 다른 쪽 지출이 어려워지는 것은 상식"이라고 꼬집었다.

이 지사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9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쪽저쪽에서 공격도 당하고 꾸중도 듣지만, 줄기차게 확장적 재정정책과 기본소득, 지역화폐 등을 말씀드리는 이유"라며 "이는 인지상정의 문제도 아닌 죽고 사는 문제다"라고 주장했다.

유 전 의원과 원 지사의 이 지사 때리기는 결국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둔 행보다. 보편 복지론자로 칭해지는 이 지사를 공격하면서 자신의 정치 철학과 비전을 피력하는 동시에 ‘이슈 파이팅’으로 대중적 인지도를 높이는 ‘두 마리 토끼’를 노린 것이다.

   
▲ 이재명 경기도지사./사진=연합뉴스

특히 두 사람 모두 상대적으로 취약한 인지도가 큰 약점으로 꼽히고 있다. 최근 지지율 30%를 넘기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올 정도로 이 지사가 ‘대세’로 자리 잡아가는 만큼 다른 후보들과의 설전보다 그와의 설전은 보다 큰 효과를 노릴 수 있다.

실제 스스로 ‘변방의 장수’로 칭하는 이 지사 역시 박근혜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남경필 전 경기지사 등과 주요 이슈를 두고 ‘파이팅’을 벌이면서 지지율 상승을 이끌어낸 전력이 있다.

더구나 여권과 달리 야권의 경우 4·7 보궐선거에 대권주자들이 대거 체급을 낮춰서 출마를 했다. 국민의힘 소속 나경원 전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선거 결과에 따라 차기 대선무대에 설 수 없는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특히 국민의힘의 경우 나 전 의원과 오 전 시장이 대권 경쟁에서 탈락할 경우 자연스레 당내에서는 유 전 의원과 원 지사만 대권주자로 남게 된다. “현 상황만 유지하면서 버티면 된다”는 우스개소리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유 전 의원과 원 지사는 보궐선거에서 한발짝 물러서 있는 만큼 그 이후를 바라보면서 준비를 하고 있는 셈”이라면서 “보궐선거가 끝나고 대선모드로 전환되면 두 사람의 행보는 더욱 눈에 띄게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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