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3년째 이어진 전기차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LG에너지솔루션의 손을 들었다.
10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ITC위원회는 이날 LG에너지솔루션이 제출한 2차전지 관련 영업비밀 침해리스트를 확정했으며,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셀·모듈·팩 및 관련 부품과 소재가 미국 관세법 337조를 위반했다고 판정했다.
이에 따라 10년간 SK이노베이션 제품의 미국 내 수입이 금지되고, 이미 수입된 침해 품목 역시 생산·유통·판매가 허용되지 않는다.
다만 포드 전기 픽업트럭 F-150향 배터리 부품 및 소재는 4년간 수입이 허용된다. 폭스바겐(VW) MEB향 관련 제품도 2년간 수입이 허용되고, 이미 판매 중인 기아 전기차용 배터리 수리·교체를 위한 전지 제품의 수입도 허용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의 배터리 원자재 부품명세서(BOM) 및 기타 영업비밀을 탈취해 LG화학의 원가구조를 파악하고, 수주에서 낮은 가격에 입찰하는 데 활용했다는 주장 △57개에 달하는 LG화학의 양극 및 음극 믹싱, 코팅, 롤링 및 절단 관련 배합과 사양을 포함한 배터리 제조 핵심 비결이 담긴 SK이노베이션의 사내 이메일 등이 증거로 인정됐다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제한적으로 수입 허용된 침해 품목에 대해서는 추후 델라웨어 연방지방법원 소송에서 손해배상을 통해 보전이 가능하다"면서 "30여년간 수십조원을 투자해 축적한 지식재산권이 보호받게 됐다는 점에서 대한민국 배터리 산업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마련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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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광화문 SK서린빌딩·여의도 LG트윈타워(오른쪽)/사진=각 사 |
이에 대해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이번 ITC 결정은 소송의 쟁점인 영업비밀 침해 사실을 실질적으로 밝히지 못한 것이어서 아쉽지만, 고객 보호를 위해 포드와 폭스바겐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도록 유예 기간을 둔 것은 다행"이라며 "결정에서 주어진 유예기간 중에 그 후에도 고객들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 내 배터리 생산에 차질이 없도록 앞으로 남은 절차를 통해 SK배터리와 미국 조지아 공장이 미국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중인 친환경 자동차 산업에 필수·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을 전하고, 수 천개에 달하는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을 비롯해 공공이익에 미치는 영향을 집중적으로 전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ITC위원회 최종결정 이후 60일동안 대통령 심의 기간이 있으나, ITC가 설립되고 100여년간 영업비밀 침해에 대해 거부권(Veto)가 행사된 적은 없던 것으로 전해졌다. 심의 기간 동안 피고가 공탁금을 내면 수입금지 명령의 효력이 일시 중단되고 합의가 이뤄지면 공장 가동에도 영향이 없다.
업계는 이번 결정에 따른 합의금 규모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정세균 국무총리가 합의를 종용했으나, 양사의 사업 포트폴리오 내에서 배터리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고, 그간 감정싸움에 가까운 공방전을 벌여왔다는 점에서 쉽사리 양보할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 측은 "배임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국내외에서 진행 중인 소송에 단호하게 임할 수밖에 없다"면서 "SK이노베이션이 지난해 2월 조기패소 결정에 이어 이번 최종 결정도 인정하지 않는다면 소송을 계속 소모전으로 끌고 가는 모든 책임이 전적으로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할 것"이라고 표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이 2조8000억원 규모를 고려하는 반면, SK이노베이션은 1조원 미만을 생각하는 등 입장이 판이하게 달랐다"며 "최종 판결이 나온 만큼 합의금을 정하는 속도가 빨라질 수 있고, 결국 2조원 수준에서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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