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일명 '조카의 난'으로 불렸던 금호석유화학 경영권 분쟁에서 박찬구 회장이 박철완 상무를 상대로 완승을 거뒀다.

26일 서울 을지로 시그니쳐타워에서 열린 제44기 금호석화 정기 주주총회에는 대리인 위임을 포함해 의결권이 있는 주식 총수의 80.2%가 참석했다.

이날 사내이사 선임과 관련해 사측 추천후보인 백종훈 전무와 박철완 상무에 대한 표결에서 백 전무가 64%에 달하는 찬성표를 얻으면서 박 상무(52.7%)에 앞섰다.

이에 따라 박 상무는 사내이사로 선임되지 못했으며, 배당정책에 대해서도 64.4%가 사측의 손을 들었다.

앞서 금호석화는 화학업종 특성과 투자재원 확보 등을 들어 보통주 4200원·우선주 4250원, 박 상무 측은 사내에 유보 중인 자산을 비롯한 요소를 근거로 보통주 1만1000원·우선주 1만1050원을 제안한 바 있다.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건에서도 사측이 추천한 황이석 후보가 박 상무 측 추천인 이병남 후보 보다 2배 이상의 표를 받았으며, 내부거래위원회·ESG위원회 등을 이사회 내에 설치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측 안건이 통과됐다.

또한 재무제표 승인 및 이사 보수한도 승인도 가결됐으나, 대표이사-이사회 의장 분리 안건은 양측의 안건 모두 특별결의 사항 가결에 필요한 조건(66.6%)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부결됐다. 

문동준 금호석화 대표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사회적·경제적 제약 속에서도 시장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 매출 4조8095억원·영업이익 7421억원이라는 실적으로 한 해를 마감했다"면서 "원료가 약세 지속으로 제품 판매단가가 하락하는 등 매출이 3.1% 감소했으나, 설비·원가 개선을 비롯한 경쟁력 강화로 영업이익은 103.1%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동비율이 141%로 개선되는 등 재무안전성도 향상되고 있고, 지난해말에는 창립 50주년을 맞아 '화학 그 이상의 가치로 공동의 미래를 창조하는 솔루션 파트너'라는 새로운 비전을 선포했다"며 "신성장동력 발굴 기반을 구축하고 6대 핵심 실행과제를 선정하는 등 지속가능한 경영체계를 확립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는 새로운 50년의 첫 걸음을 내딛는 해로, 올해 경영방침을 '넥스트 무브'로 정했다"면서 "다음번 주총에는 더 좋은 성과로 찾아뵐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 및 국민연금의 지원사격 등 박 회장 측의 승리 가능성을 높게 보는 전망이 많았다"면서 "이번 주총 및 구성원들의 지지를 발판삼아 2차전지소재 등 신성장동력 발굴·육성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주총은 당초 9시에 막을 올릴 예정이었으나, 유효 의결권 확인 등의 절차로 2시간 넘게 지연됐으며, 박 상무는 주총이 끝나기 전에 퇴장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