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대변인 소환에 김진욱 "압박이냐" vs 검찰 "알린 건 대변인"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이 모순에 빠졌다. 공수처는 본격적인 수사체제로 전환하고 '1호 사건' 선정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공수처장은 자신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수원지검 안양지청에는 김진욱 처장에 대한 고발장이 여러 건 누적됐다.

김 처장은 공수처 출범 당시 독립성과 공정성을 부르짖었으나, 문재인 대통령 측근이자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유력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면담 관련 사건으로 인해 고발될 정도다.

이는 김학의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불법 출입금지 사건에서 비롯된다. 핵심 피의자 중 한명이자 검찰의 불구속 기소가 유력한 이성윤 지검장을 김 처장이 직접 만났는데, 자신의 관용차를 제공해 '황제 에스코트' 논란을 일으킨 것이다.

   
▲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 /사진=공수처 제공
검찰 또한 '황제 에스코트' 논란에서 불거진 '허위 보도자료' 의혹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 2일 공수처가 배포한 보도자료에 허위 내용이 담겼다는 판단이다.

수원지검 형사3부(이정섭 부장검사)는 공수처 대변인 등 관계자들에게 소환 통보하며 압박에 들어갔다.

김 처장은 이에 대해 지난 23일 "모양새가 좀 아니다. 공수처는 그렇게 (수사)하지 않을 것이다. (검찰이) 압박하는 것이냐"며 발끈하고 나섰다.

하지만 수원지검은 이에 "검찰이 먼저 공개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공수처 대변인이 스스로 특정 언론에 알렸고 검찰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내면서 맞받아쳤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김 처장의 자업자득이라는 비판에서부터 검찰 등 고위공직자를 수사해야 할 공수처장의 통과의례라는 평까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현직 부장검사는 26일 본보 취재에 "김진욱 처장이 왜 검찰 탓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불필요한 해명으로 거짓말 논란을 키운 건 공수처 스스로"라고 꼬집었다.

그는 "공수처장 후보자 당시부터 최근까지 100일 넘게 취재진과 출근길 문답을 가져온 것도 중단했는데, 이 또한 불통 이미지로 비춰질 수 있다"며 "온갖 논란이 벌어진 끝에 공수처장 본인까지 수사 선상에 오르니 입 조심을 하려는 건가, 수사체제로 전환되어 더이상 취재진 질문을 받지 않겠다는 해명이 궁색하다"고 밝혔다.

이어 "비서관 특혜 채용 시비는 엄연히 사실관계를 지적하면서 불거진 것인데, 이에 대해서도 '특혜로 살아온 인생에는 모든게 특혜로 보이는 모양'이라며 날 선 발언을 내놓았다"며 "검찰 출신 거의 뽑지 않고 그 외에 뽑을 사람이 없어 고작 검사 13명으로 공수처를 시작하면서 수사 역량에 대해 외부에서 의문을 품자 검사들을 '예수와 열두 사도'에 비유해 실소를 자아낸 건 김진욱 처장 본인"이라고 덧붙였다.

한 현직 부장판사는 이날 본보 취재에 "본인이 취임식에서 밝힌 것처럼 헌법과 법, 양심에 따른 결정인지 항상 되돌아보길 기대한다"며 "김진욱 본인이 공수처 규모에 대해 '순천지청 정도'라며 '공수처가 모든 사건을 다 할 수 없다'고 자인했듯이 겸손하고 신중한 언행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각의 비판은 공수처가 내놓은 해명마다 설득력이 떨어진다는데 있다"며 "이제 갓 태어난 공수처가 고위공직자들에 대한 수사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려면 얼마나 더 큰 정치적 장애물이 있을 줄 알겠나. '통과의례'라고 생각하고 항상 법치주의와 자유민주주의 수호에 입각해 판단하고 조심히 내딛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공수처의 생명은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에 달려 있다"며 "정치적 외압에 대한 방패막이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정권의 개'가 되어선 안된다. 헌법상 적법 절차 원칙에 따라 공익의 대표자로서 객관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수처는 검찰 개혁 일환으로 문재인 정권이 제 1 공약으로 강행해 출범시킨 신생 조직이다.

향후 김 처장이 거짓 편법이 아니라 정공법을 통해 공정한 수사체제를 확립하고 국민 신뢰를 얻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