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알포 신항만 공사 현장, 코로나19 확진자 22명 발생…1명 사망
대우건설 내부지침 '이라크 전 현장 셧다운'…현장에선 여전히 공사 중
   
▲ 대우건설 을지로 사옥./사진=대우건설 제공


[미디어펜=이동은 기자]대우건설이 이라크 알포(Al-Faw) 공사 현장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공사를 강행해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본사 내부에서는 '셧다운' 결정을 내렸지만 지침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어 코로나 확산 우려도 커지고 있다.

14일 미디어펜이 단독 입수한 대우건설 내부 문건(주요 업무 실적)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지난 8일부터 이라크 모든 공사현장을 셧다운했다. 알포 현장에서 확진자 22명이 발생하는 등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조치다. 그러나 실제로 이라크 알포 현장에서는 본사에 보고된 바와 달리 공사가 그대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라크 알포 신항만 공사는 대우건설이 지난 2013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올해 초 2조9000억원 규모의 후속공사까지 수주하며 누계액은 4조1000억원에 달한다.

   
▲ 대우건설 이라크 알포 현장 코로나19 확진 일지./사진=미디어펜


대우건설은 지난 2일 해당 현장에서 근무하는 삼국인 직원이 고열 등 코로나19 의심 증상을 보이자 이 직원을 포함해 35명을 대상으로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한국인 직원 1명, 삼국인 7명 등 총 8명이 확진 판정을 받고 격리 조치됐다.

이후 대우건설은 5일과 6일 이틀에 걸쳐 캠프 직원 135명을 대상으로 PCR 검사를 실시했고, 한국인 직원 7명, 삼국인 1명, 협력사 직원 1명 등 9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어 10일 삼국인 2명과 협력사 직원 3명 등 5명이 추가로 양성 판정을 받으며 확진자는 22명으로 증가했다. 한 외국인 감리자는 증상이 악화돼 현지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 관리 감독이 소홀했다는 지적도 있다. 무더위 속에서 방역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공사를 추진해 상황이 악화됐다는 것이다.

최근 알포 공사 현장에서 근무했던 한 관계자는 "현장 외국인 근로자의 마스크 착용률은 20%도 안된다"며 "현지에서 방역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상황이다"고 말했다.

◆본사는 셧다운, 현장에선 나 몰라라?

   
▲ 대우건설 이라크 알포 현장 관련 코로나19 관리 상황./사진=미디어펜

대우건설 주요 업무 실적(7월 5~9일)에는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8일부터 모든 이라크 현장을 셧다운 조치한다고 명시돼 있다. 확진자는 격리시키고 현지인 현장 출입도 금지했다. 그러나 실제 이라크 알포 현장에서는 직원들뿐 아니라 현지인 근로자도 평소와 다를바 없이 출퇴근하면서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우건설 한 관계자는 “(알포 공사 현장을) 셧다운한다는 이야기가 잠시 돌았지만, 곧 정상 운영될 것이니 그대로 일을 진행하라고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지인들을 포함해 공사 현장 인력들이 지금도 평소대로 출퇴근하면서 작업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공기 지연 등으로 인한 추가 원가 부담이나 지연배상금을 피하기 위해 코로나19 확산 우려에도 불구하고 공사를 강행한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통상 해외 토목이나 플랜트 프로젝트는 정부기관 등 발주처에 유리하게 계약되는 경우가 많다”며 “코로나19 사태 이후 건설사들이 해외 현장에서의 공기지연 비용을 보상받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셧다운 보고에도 현장이 계속 돌아갔다는 것은 지시가 제대로 전달이 안 됐을 수도 있다”며 “혹은 알포 같은 큰 현장의 경우 현장소장 차원에서 독단으로 결정하기는 어려웠을 것이고 토목 본부 차원에서 다른 지시를 내렸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대우건설은 이같은 논란에 대해 “이라크 알포 현장은 음성 판정을 받은 직원들만 작업을 하는 ‘슬로우다운’ 형태로 운영하도록 했다”고 해명했다.

[미디어펜=이동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