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성완 기자]더불어민주당이 쟁점 입법을 밀어붙이면서 또 한번의 ‘단독 드리블’을 시도 중이다. 이는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하지만 지난 4월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협치’를 내세웠던 것과 반대 흐름을 보이면서 ‘역풍’이 우려된다.
민주당이 가장 중점으로 진행 중인 사안은 ‘언론중재법 개정안’이다. 이는 ‘조국 사태’를 겪으며 언론 보도에 불만을 토로했던 핵심 강성 지지층이 ‘언론 개혁’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요구했던 과제다.
1가구 1주택 종부세 부과기준을 공시가격 9억원에서 11억원으로 완화하는 내용의 종부세법 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수정 처리했다가, '부자 감세'라는 강성 지지층의 반발에 부닥친 것도 대표적 사안이다.
종부세는 민주당 강성 지지층들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슈인 만큼 적잖은 후폭풍에 시달릴 공산이 크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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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이달곤 간사(오른쪽)와 의원들이 8월 1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 의결을 앞둔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소속 도종환 위원장의 회의 진행를 막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애초 민주당이 당론 법안으로 밀어붙였던 '상위 2%' 부과안도 충분치 않다고 비판해온 진성준 의원은 "부자 감세라는 문제도 있고 결국 똘똘한 한 채 현상을 강화할 수 있다"며 "무주택자 서민들의 상실감과 박탈감으로 지지율에도 결국 도움이 되지 않고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내에서는 여야 원 구성 합의를 계기로 잠재웠던 '입법 독주 프레임'이 되살아날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강성 지지층 요구대로 법안을 밀어 붙었다가, 대선정국의 중도층 표심이 이탈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당장 대권주자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김두관 의원은 종부세 개정안과 관련, 20일 라디오에 출연해 "11억원으로 공시지가 기준을 정하면 실거래가는 15억원 정도 된다"며 "이런 결정은 집값을 잡는 데 굉장히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용진 의원은 언론중재법과 관련해 라디오에서 "‘개혁 부메랑’이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며 "입법 독재라는 것 때문에 국회 정상화라는 이름으로 야당에 상임위원회를 돌려주자고 하면서 그 전에 일을 처리하자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여론도 심상치 않다. 국민의힘과 정의당 등 야권은 물론이고 당사자 격인 언론단체들도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국민의힘 일부 대권주자들은 연대를 통한 공동 대응을 촉구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지난 22일 기자회견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법안 통과를) 중단시키지 않으면 자유민주주의를 사랑하고 지키려는 우리 국민이 이 법안을 강력히 저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법안이 통과되면 위헌소상 같은 법적 투쟁과 범국민연대 같은 정치투쟁을 병행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23일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 저지를 위한 당 대표와 대선 예비후보 연석회의를 제안했다. 그는 "국민의힘 대선 후보 전원이 이 악법 저지에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연석회의를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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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 이은주 원내수석부대표, 장혜영 의원과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한국PD연합회 회원들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강행 처리를 중단하고 사회적 합의 절차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2021.8.17./사진=연합뉴스 |
박진 의원도 “원내 지도부 역할도 중요하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대선 출마를 선언한 후보들이 손을 잡고 투쟁의 제1선에 서는 것”이라면서 “오늘 중으로 후보들이 머리를 맞대 공동 입장문을 비롯한 투쟁 방안을 논의하고 우리부터 몸을 던지자”고 호소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여야가 2년9개월만에 재가동에 합의한 여야정 협의체도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민주당은 여야정 협의체 가동과 입법 현안은 분리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국민의힘은 협치 정신이 실종된 상황에서 여야정 협의체는 의미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여야정 협의체는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가 지난 2018년 8월 청와대 오찬 회동에서 합의한 기구지만, 같은 해 11월 5일 열린 첫 회의를 끝으로 더는 열리지 않아 유명무실한 회의체로 전락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만찬 회동에서 여야정 협의체 가동에 합의하면서 양당이 일정과 의제를 조율해왔다. 하지만 의제 조율에 난항을 겪는 가운데, 언론중재법 갈등까지 겹치면서 협의체 가동이 더욱 난망해지는 분위기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여야정 협의체의 근본은 협치와 대화"라며 "청와대부터 반성하고 민주주의 말살을 하지 않겠다는 확실한 신뢰를 주지 않는다면 국민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라고 회의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미디어펜=조성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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