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파일럿 결함 등…불리한 상황 타개 위한 발표라는 해석
실현 가능성 작지만 향후 4~5년 뒤 산업현장 투입 가능할 듯
[미디어펜=김상준 기자]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최근 불거진 오토파일럿 결함 조사의 불리한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인간형 로봇인 ‘테슬라 봇’을 서둘러 공개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 테슬라 봇 스펙/사진=테슬라 유튜브 캡처


23일 외신 등에 따르면 투자회사 번스타인을 비롯해 월가 대다수의 금융사가 ‘테슬라 봇’에 대한 회의적인 전망을 내놨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지난 20일 ‘테슬라 AI 데이’ 행사를 통해 로봇 산업 진출을 공식화했다. 현장에서 테슬라 봇의 개념을 소개하고 해당 로봇으로 변장한 사람을 대역으로 출연시켜, 로봇 흉내를 내며 춤을 추는 등 가벼운 분위기 속에서 새로운 전략을 발표했다.

   
▲ 테슬라 봇으로 변장한 사람이 춤을 추고 있다./사진=테슬라 유튜브 캡처


비판적인 전망이 나온 주된 원인은 개발 중인 로봇의 실물 없이, 인간 대역이 출연해 우스꽝스러운 춤을 춘 것과 향후 출시할 로봇에 대한 개념을 자료를 읽는 것으로 대체했기 때문이다.

비슷한 사업을 진행 중인 현대차그룹은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해 다양한 로봇들이 실제 구동되는 모습을 언론에 공개하고, 업그레이드 과정을 꾸준하게 노출 시키는 실질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유사한 로봇 사업을 시작하는 테슬라의 성의 없는 발표가 투자자들을 비롯해 신뢰를 주지 못했다는 평가다.

   
▲ 보스턴다이내믹스 스팟/사진=현대차그룹 제공

일론 머스크는 오는 2022년 로봇 시제품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인간의 모습과 흡사한 완성형 로봇 형태를 띠고 있는 ‘테슬라 봇’을 제작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최소 3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며, 공개한 모양과 다르게 제작될 가능성도 크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로봇이 하중이 나가는 물건을 들고 지탱하는 등 다양한 움직임이 가능해지려면, 공개한 로봇의 크기(약 172cm)보다 커야 하고 무게도 더 나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테슬라가 공개한 로봇의 활용 분야도 산업 현장에서의 조립과 물건을 드는 등 인간의 행위를 대체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최소한 성인남성 수준의 근력은 필수로 갖춰야 하고 지금의 형태는 적합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결론이다.

   
▲ 테슬라 모델3/사진=테슬라코리아 제공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불거진 테슬라 오토파일럿 결함 이슈와 도지코인 등 암호화폐 시세 조종 논란 등 회사와 일론 머스크 개인이 처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테슬라 봇이 공개된 이후에도 테슬라 주가는 큰 변동 없이 장을 마감했다.

다만 4~5년 후 중장기적으로는 테슬라 봇이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 위험한 작업 및 자동차 조립 등 실질적인 업무에 투입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테슬라 모델Y/사진=테슬라코리아 제공


테슬라의 AI 프로그래밍 등 관련 기술이 축적되고 있는 만큼 자동차 조립 과정의 일부 정도는 로봇으로 충분히 대체가 가능하다는 관측이다. 아울러 테슬라 봇이 현대차그룹의 보스턴다이나믹스와 함께 글로벌 로봇 사업의 양대 축이 될 수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또한 테슬라가 전기차 제조사를 넘어 종합 테크 기업으로 발돋움 하는 초기 과정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 테슬라 모델X/사진=테슬라코리아 제공


미국 경제방송 CNBC는 “최근 테슬라의 기업 행보는 단순한 전기차 제조사가 아닌 전방위적인 테크 기업의 전형적인 모습”이라며, “우주 항공 분야인 스페이스 X, 로봇 기술인 테슬라 봇 등을 선보이며 궁극적으로는 테크 기업으로 전환한다는 발표를 하게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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