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시한 앞두고 8인협의체 접점 못 찾아…징벌적 손배 등 핵심 쟁점 그대로
26~27일 국회의장 주재 원내대표 회동서 결론…결렬시 27일 법안 상정 '충돌'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논의하기 위한 여야간 8인 협의체가 오는 27일 종료 시한을 3일 앞두고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8인 협의체는 24일을 기준으로 26일까지 총 3차례 회의만을 남겨두고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 핵심 쟁점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5000만원 또는 손해액의 3배 이내의 배상액 중 높은 금액을 택하도록 하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오히려 국민의힘에게 대안을 내놓으라고 촉구하는 실정이다.

민주당은 이번 언론중재법 개정안 논란과 관련해 일부 전향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허위조작보도 정의 규정을 삭제했고, 기사 열람차단청구권을 '사생활의 핵심영역을 침해하는 경우로만 국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대안을 제시했다.

   
▲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 이은주 원내수석부대표, 장혜영 의원과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한국PD연합회 회원들이 8월 17일 국회 본청 앞에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강행 처리를 중단하고 사회적 합의 절차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국민의힘은 기존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열람차단권 청구 도입 자체가 그대로 살아있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고 보고 있다.

이뿐 아니다. 민주당이 '허위조작보도' 정의 규정을 삭제하면서 그 대신 '진실하지 아니한'이라는 정의를 새로 넣었는데, 이것이 더 포괄적이라서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본다. '진실하지 아니한'이라는 문구의 판단과 기준이 훨씬 포괄적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어 언론 매체와 기자들에게 더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23일 8차 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을 만나 "손해배상 개념 산정을 더 현실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그 대안을 다음 9차 회의에서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신현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26일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국민의힘이 오히려 더 나은 대안을 가지고 와야 한다"며 "26일까지 (8인 협의체를) 가동키로 한만큼 남은 기간 동안 여야가 합의된 수정안 만들기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빠르면 26일, 늦어도 27일 국회의장 주재로 양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이번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한 결론이 날 전망이다.

양측 협의가 결렬될 경우 27일 본회의 법안 상정을 놓고 정면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언론중재법의 독소조항으로 손꼽힌 징벌적 손배제가 그대로 살아있다는 점이다. 

국회 과반수라 사실상 단독으로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민주당이 내놓은 대안에 '진실하지 아니한'이라는 정의 규정이 새로 들어가 더 포괄적인 해석이 가능하게 된 것 또한 언론계가 강력 반대하고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언론 7단체는 이와 관련해 언론에 대한 자율규제를 강화하기 위해 '통합형 언론자율규제기구'를 설립하자는 대안을 23일 내놓은 바 있다. 사회적 책무 강화 방안의 일환으로, 언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자정 노력으로 꼽힌다.

이들 단체는 이날 공동성명서를 내놓고 "현행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골격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악법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며 "여야 8인 협의체의 언론중재법 개정 논의를 즉각 중단할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이 개정안에 대해 피해자 구제법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실제 피해 구제 효과는 거의 없고 무리한 개념을 법률에 적용해 권력 감시 기능을 훼손하고 언론 자유만 침해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며 "정부가 '가짜뉴스' 개념을 정의하고 이를 징벌적으로 처벌하겠다는 나라는 전 세계 민주국가 어디에도 없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남은 3일간 여야 8인 협의체가 최종적으로 어떤 법 개정안 대안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모든 매체가 여야의 논의 결과를 주시하고 있다.

언론계의 강력한 반발이 여전한 가운데, 언론 자유를 침해하지 않고 권력 감시 기능을 존속시키는 개정안으로 마련될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