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산업의 경계가 무너지며 이제는 산업융합이라는 단어조차 무색해 졌다.
자동차 업체들은 신생 브랜드와 IT업체들과의 경쟁을 시작했고,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의 제어기술이 중요시되고 있다. 특히 기존의 완성차 업체들에게는 이런 변화는 존폐를 나눌 위기이기도 하다.
더욱이 각국이 탄소중립을 선언하며 강화된 환경규제에 맞추기 위해 부랴부랴 전동화를 통해 대응해 나가고 있다. 더욱이 자동차 판매 비용중 배터리와 전장 부품의 증가로 IT업계가 가져가는 비용도 증가하며 수익성 문제도 고려해야 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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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미디어 컨퍼런스 발표 모습과 메리 바라 제너럴모터스(GM) 회장 겸 CEO의 CES 2022 기조연설 모습. /사진=현대차그룹·한국지엠 제공 |
또 다른 변화는 공유경제의 확산으로 자동차가 더 이상 구매의 대상이 아니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며 자동차 회사들의 변화는 필수불가결이 됐다. 이런 변화에 앞장서고 있는 브랜드는 한국의 현대차그룹과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다.
이런 변화에 발맞춰 자동차 업체들은 더 이상 모터쇼보다 국제 가전박람회(CES)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며 신기술을 소개하는 등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 역시 CES를 통해 각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업체들은 앞으로 회사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메리 바라 제너럴모터스(GM) 회장 겸 CEO는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 CES 2022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전동화의 가속화로 사회가 맞이하게 될 변화에 대한 청사진을 공개했다.
바라 회장이 앞세운 GM의 영역 확장의 무기는 '플랫폼'이다. GM은 전통적인 완성차 제조사에서 플랫폼 혁신 기업으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드웨어 분야에서는 다양한 차급의 전기차를 포함한 모든 육상 모빌리티를 아우를 수 있는 얼티엄(Ultium) 플랫폼을,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개인 고객들 뿐 아니라 대규모 물류‧유통 기업들에게 통합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얼티파이(Ultifi) 플랫폼을 제시한다.
이같은 GM의 전략은 2년 전 CES 2020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제시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전략을 연상케 한다.
지난 2018년부터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던 현대차는 CES 2020에서 UAM(도심항공모빌리티), PBV(목적기반모빌리티), Hub(모빌리티 환승 거점)를 결합한 통합 모빌리티 솔루션 기반의 구체적인 미래 도시 모습을 제시했다.
전통적인 완성차 제조사에서 벗어나 교통수단, 거주공간, 비즈니스 인프라 등 도시 전체를 아우르는 모빌리티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전략을 발표한 것이다.
◇2년 전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시한 현대차, '메타모빌리티'로 확장
올해 CES 2022에서 현대차가 제시한 미래 기술 역시 자동차가 아닌, '로보틱스'와 '메타버스(Metaverse)'였다.
정의선 회장은 "로보틱스를 기반으로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을 '메타모빌리티'로 확장할 것이며, 이를 위해 한계 없는 도전을 이어가겠다"며 "현대차의 로보틱스 비전이 인류의 무한한 이동과 진보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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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타버스에 실제와 같은 '디지털 트윈'을 구축하고 로봇을 포함한 모든 기기와 장비들을 연결시켜 공장을 운용, 관리할 수 있는 스마트팩토리(Smart Factory) 연출 이미지. /사진=현대차 제공 |
현대차는 이번 CES 2022에서 기술적인 한계로 가상공간에서만 머물던 사용자 경험이 스마트 디바이스를 통해 현실과 연결되고, 사용자가 가상과 현실의 세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궁극의 이동 경험을 할 수 있는 '메타모빌리티' 세상을 제시했다.
자동차, UAM(도심 항공 모빌리티) 등과 같은 모빌리티가 두 세계를 연결하는 접점이 되고, 특히 로보틱스가 두 영역을 잇는 매개체로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구상이다.
일례로 자동차가 가상공간 접속을 가능하게 하는 스마트 디바이스로 변모하고, 사용자는 자동차 안에 구현되는 실제 같은 가상공간 속에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사용자의 필요에 따라 자동차는 엔터테인먼트 공간이 되기도 하고 업무를 위한 회의실이 되기도 하며, 심지어는 3D 비디오 게임을 즐기기 위한 플랫폼으로 변신할 수 있다.
메타버스와 로보틱스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팩토리(Smart Factory)도 현대차가 제시하는 미래상이다. 메타버스에 실제와 같은 쌍둥이 공장을 구축하고 로봇을 포함한 모든 기기와 장비들을 이와 밀접하게 연결시켜, 사용자가 가상 공간에 접속해 실제 공장을 운용, 관리하는 방식이다.
◇GM, 경량 상용 전기차-전기 팔레트-소프트웨어 결합한 B2B 솔루션
GM이 제시한 미래 모빌리티 전략은 현대차보다 다소 범위가 좁지만 좀 더 구체적이고 가시적이다. 그들이 새로 주목한 타깃은 비대면 시대를 맞아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유통 분야 B2B(기업간 거래) 시장이다.
바라 회장은 CES 2022 기조연설에서 "얼티엄과 얼티파이가 시장에 출시됨에 따라, 우리는 고객과 사회 전반에 대한 막대한 혜택을 창출하고 있다. GM이 배출가스 없는 운전을 통해 사람들이 움직이는 방식 뿐 아니라 상품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면서 "우리는 이것을 '얼티엄효과(Ultium Effect)'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바라 회장은 얼티엄 효과가 기존 산업 패러다임을 완전히 뒤바꿀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얼티엄 효과는 GM이 빠르게 규모를 확장할 수 있고, 보험 및 방위산업과 같은 기존 산업을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한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예로 GM의 운송 분야 테크 스타트업인 브라이트드롭(Bright Drop)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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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라이트드롭의 고객사 페덱스의 EV600. /사진=한국지엠 제공 |
그는 "브라이트드롭은 얼티엄을 통해 전혀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 수 있었다"면서 "불과 1년 전 브라이트 드롭을 경량 상용 전기차, 전기컨테이너, 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의 생태계로 도입해 전동화 미래를 위해 배송산업을 재구상해 라스트마일 물류를 위한 보다 스마트하고 효율적인 솔루션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이어 "GM이 스타트업 아이디어를 본격적인 비즈니스로 배양해 새로운 수익원과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창출한 능력의 좋은 예"라며 "브라이트드롭과 그 차량 고객들은 GM과 함께 업계로 폭발하고 있는 전자상거래를 탈탄소화 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브라이트드롭은 유통업체들에게 경량 상용 전기차(eLCV) EV600과 같은 운송수단을 제공할 뿐 아니라 날로 복잡해지고 긴급성을 요하는 유통 시장, 특히 전자상거래 시장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통합 플랫폼을 제공한다.
트래비스 카츠 브라이트드롭 사장 겸 CEO는 "브라이트드롭은 테크 스타트업의 강점인 최첨단 혁신, 민첩성과 GM의 엔지니어링 및 대량생산능력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세계 최고의 능력을 활용하고 있다"면서 "이조합은 전통적인 자동차 회사와 벤처기업 모두에게 강력한 이점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일례로 지난달 브라이트드롭이 페덱스(FedEx)에 전기배달 밴을 최초로 납품한 것을 언급했다. EV600라는 차량이 구상된 지 불과 20개월이라는, GM 역사상 최단 기간에 양산해 공급한 것이다.
카츠 사장은 브라이트드롭과 GM 조합의 스피디한 대응의 중요성에 대해 "전자상거래는 매우 빠른 속도로 확장되고 있다"면서 "2023년까지 페덱스는 미국에서만 매일 1억개의 패키지가 배송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좋은 사업기회이기도 하지만, 노동력 부족, 거리의 혼잡증가, 탄소배출량 증가 등을 포함해 실질적인 도전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브라이트드롭에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을 만들 뿐 아니라 대규모로 확장할 수 있다"면서 "얼티엄 기반의 전기밴을 통해 탄소배출량을 크게 줄이고, 소프트웨어와 전기컨테이너를 통해 도시의 교통 혼잡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기 배송트럭뿐 아니라 라스트마일 배송을 책임질 전기 팔레트, 그리고 이들 하드웨어를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물류‧재고‧배송지 관리를 해주는 소프트웨어를 장착한 통합 솔루션을 제공해 대형 유통업체들을 B2B 고객으로 확보한다는 게 GM의 전략이다.
이는 한 건의 거래로 대규모 물량을 보장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지속적인 수요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회사의 지속성장가능성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일단 GM과 브라이트드롭의 솔루션을 채택한 유통업체는 향후 확장 수요나 교체 수요가 발생해도 GM의 차량을 계속해서 구매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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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보틱스 기술로 모든 사물이 자유롭게 스스로 움직이는 MoT(Mobility of Things) 생태계 가상도. /사진=현대차 제공 |
실제 페덱스와 월마트 등 미국 대형 유통업체들은 GM이 제시한 사업 모델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리처드 스미스 페덱스 아메리카 대표는 이날 영상 메시지를 통해 "현재 다섯 대의 EV600을 운용하고 있으며, 브라이트드롭의 전기 팔레트 'EP1'을 뉴욕시에서 파일럿 테스트하고 있다"면서 "그 결과 택배기사의 물리적 부담을 줄이면서도 배달 효율을 15%나 늘리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효과를 바탕으로 페텍스 아메리카는 올해 EP1 테스트 지역을 10개 시장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또, 2025년까지 전세계 화물차 구매의 50%를, 2030년까지 100%를 전기차로 채우겠다는 페덱스의 전기차 전환 전략을 언급한 뒤 "EV410 및 EV600을 갖춘 브라이트드롭의 상용 EV 포트폴리오는 페덱스의 중소 화물차 수요를 커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2040년까지 전체 구매 수요의 3분의 2인 12만~13만대를 EV410 및 EV600로 구매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으며, 나머지 3분의 1인 대형 화물차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차량 개발과 관련해서도 브라이트드롭과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그 맥밀런 월마트 CEO 역시 GM과 브라이트드롭이 미래 시장 환경 변화 대응을 도와줄 중요한 파트너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올해 말까지 자택배달(InHome) 규모를 600만가구에서 3000만가구까지 확장할 계획이고, 여기에 투입되는 차량은 모두 전기밴이 될 것"이라며 "브라이트드롭은 이 계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지속가능한 EV를 출시할 수 있는 브라이트드롭의 능력에 깊은 인상을 받았기 때문에 2023년 이후 5000대의 브라이트드롭 전기밴을 예약했다"고 밝혔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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