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소송, 기업의 적극적 경영 활동 위축 불러와"
대한상의 "노동이사제, 한국 노사 관계엔 안 맞다"
중기중앙회 "대표 구속 시 사고 수습·처리는 누가?"
[미디어펜=박규빈 기자]국민연금공단이 하위 기구에 투자 기업을 상대로 한 대표소송 권한을 이양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회는 공공 기관 노동이사제를 통과시켰고, 오는 27일부터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효력을 갖는다. 연초부터 강력한 규제 시행을 앞두고 기업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 국민연금공단 전주 사옥 전경./사진=연합뉴스

13일 재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에 주주 대표소송권을 넘기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주주 대표소송은 주식회사가 이사에 대한 책임 추궁에 태만할 경우 주주가 나서서 이사에게 직접 법적 책임을 묻는 행위를 의미한다.

하지만 기업과 대표소송 분쟁 시 막대한 소송 비용에 비해 국민연금의 승소 가능성이 높지 않고, 장기간 이어질 공산이 커 투자 기업에 큰 위협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소송 대상 기업의 진취적 내지는 적극적 경영 활동의 위축을 초래해 기업 가치 훼손과 주주들의 피해 또한 예상된다.

현재 국민연금은 국내 자본시장 투자금 규모가 커 '큰 손'으로 통한다. 현재 가진 의결권과 기업 관여만으로도 충분한 주주권 행사가 가능하다. 실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2017년 2899건, 2018년 2864건, 2019년 3289건, 2020년 3397건으로 해마다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최근 5년간 국민연금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고도 실제 부결된 비율은 평균 2.4%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주주 뜻에 어긋나는 의결권 행사는 국민연금 스스로 주가 하락을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기업과 국민연금 모두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투자 의사 결정을 내리는 수탁위에 대표소송권을 위임하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재계는 대표소송 자체가 비효율적이라고도 지적한다. 헤지펀드의 위협 소송 도구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헤지펀드들도 대표소송 승소 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크지 않아 도중에 회사 임원들과 합의를 보는 것이 일반적인 만큼 로펌만 돈을 버는 구조라는 것이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 관계자는 "대표소송에 찬성한 자가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해 남소를 방지할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패소 시 손해 배상 책임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한국노총 공공부문 노동조합 협의회는 지난 11일 국회 정문 앞에서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입법 관련 기자회견 및 약식집회를 가졌다. / 사진=금융노조 제공

지난 1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공공기관 노동이사제는 근로자의 회사 경영 참여를 보장하는 제도다. 이는 근로자들의 추천 인사 1명을 비상임이사로 선임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사회 구성원 수에 관계 없이 1명은 반드시 근로자 대표여야 한다는 뜻이다.

재계는 노동이사제가 시행될 경우 의사 결정 구조가 복잡해지고, 노조의 영향력이 더욱 커져 경영 효율성이 낮아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일부 대기업 노조들은 성과급을 영업이익과 연동해달라는 요구를 하기도 했다. 노동이사제가 민간 기업으로 확산된다면 노사 간 갈등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때문에 각 회사들은 중장기적 발전을 도모할 수 없고, 이익이 나더라도 임금 인상과 복지 확충에 재원을 추가로 투입해야 할 것이라는 부정적 관측이다. 

박재근 대한상공회의소 산업조사본부장은 "노동이사제는 유럽에서 도입한 제도로, 한국 노사 관계와 지배구조 풍토와는 맞지 않다"며 "국회와 정부는 민간 기업까지 확대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이 지난해 1월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중대재해처벌법 입법 영향 분석 및 대응 세미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전국경제인연합회 제공

한편 중대재해법은 오는 27일 전면 시행이 예고돼 있다. 안전 보건 확보 의무를 경영진에게 지우고, 사망 또는 중상 수준의 사고가 생겨났을 경우 법정 구속 등 징역형까지 가능하도록 규정한다.

대기업의 경우 대표이사가 현장 사고로 구속될 경우 직무 대행을 맡을 인력이 존재하지만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업계 99%의 오너가 대표이기 때문이다.

재해가 발생할 경우 중소기업 대표는 사고를 수습하고, 사후 처리까지 도맡아야 하는데 영어의 몸이 될 경우 경영 활동을 제대로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상으로도 사업주가 지켜야 하는 의무 조항이은 1222개인데, 중대재해법까지 지켜야 해 경영 환경이 어려워질 것"이라며 "현실에 맞게 경영 활동은 할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