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 판교점 ‘에르메스’ 입점에 롯데·신세계 긴장
[미디어펜=이서우 기자] 판교와 용인, 광교, 동탄에 이르는 경기 남부 상권을 잡기 위한 백화점 업계의 명품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1000만 명에 달하는 거주 인구와 더불어 서울 강남권에서 오는 ‘원정쇼핑족’을 잡기 위해서다.   

   
▲ 경기 남부권에 위치한 국내 4대 백화점 위치도.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현대백화점 판교점, 신세계백화점 경기점, 롯데백화점 동탄점, 갤러리아백화점 광교점/지도=카카오맵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오는 10월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가 입점할 예정이다. 현대백화점 에르메스 입점은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점 이후 20여년 만이다. 경쟁사를 통틀어 경기권 백화점 첫 사례이기도 하다.

이로써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백화점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척도로 알려진 3대 명품 에르메스· 루이비통·샤넬(에루샤) 가운데 2곳을 유치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2020년 에루샤 없이도 ‘국내 백화점 최단 기간 1조 클럽’을 달성한 점포다. 에르메스와 루이비통 2대 명품 브랜드를 입점시키면서, 올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007년 개장해 경기도 터줏대감이라 불리는 신세계백화점 경기점도 명품관 확장에 공들이고 있다. 2020년 말 공사를 시작해 지난해 10월 명품관 공사를 마무리 지었다. 샤넬과 에르메스는 없지만, 기존에 있던 루이비통과 구찌 매장을 새롭게 단장했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경기점은 주변 상권인 경기 남부 외에도 서울 및 충청 지역에서도 찾아오는 고객이 약 30%에 달한다. 

에루샤 가운데 한 군데도 유치 못한 갤러리아 광교점은 위치가 애매해졌다. 2020년 3월 개장 이후 지속적으로 “3대 명품 중 한 곳과 긍정적으로 협의하고 있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에루샤 가운데 입점을 확정한 브랜드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갤러리아는 당분간 본진인 서울 압구정동 명품관이 있는 강남권 수성에 힘쓸 계획이다. 갤러리아백화점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명품관 서관(웨스트) 4층 남성층을 지난 2년 동안 순차적으로 공사하고, 지난 10일 명품 남성 특화층으로 탈바꿈했다.   

   
▲ 경기도 남부권에 위치한 국내 4대 백화점.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현대백화점 판교점, 신세계백화점 경기점, 롯데백화점 동탄점, 갤러리아백화점 광교점/사진=각 사 제공


경기 남부는 현대백화점 판교점과 신세계백화점 경기점 2파전이 된 상황에서 업계 1위 롯데백화점의 반격이 주목을 끈다. 롯데백화점 동탄점은 지난해 8월 문을 열었다. 4대 백화점 가운데 개장 시기는 가장 늦지만, 일단 규모 면에서 신세계 경기점과 현대 판교점을 제치고 ‘수도권 최대’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올해 연매출이 3대 명품 브랜드와의 교섭 카드가 될 전망이다.

롯데백화점은 명품 매출 확대를 위해 경쟁사 임원들까지 포섭했다. 지난해 말 인사에서 롯데백화점 대표로 선임된 정준호 대표는 신세계인터내셔날 해외패션 본부장을 비롯해 패션전문회사인 롯데지에프알(GFR) 대표를 역임했다.

최근 이효완 지방시코리아 전 대표도 롯데백화점 MD1본부장(전무)으로 선임됐다. MD1은 올해 초 조직 개편을 통해 신설한 부서다. 명품과 뷰티, 해외패션을 담당한다. 

백화점 관계자는 “에루샤는 브랜드 희소가치를 위해 새 매장을 내기 보다는, 국내 총 매장 수를 유지하면서 해당 백화점 연매출을 따져 잘 되는 상권으로 자리를 옮기는 방식이었다. 이번 현대백화점 에르메스 입점은 추가 매장으로 흔치 않은 사례로 본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내 3대 백화점 실적은 해외명품 매출이 견인했다.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 현대백화점 모두 매출과 영업이익이 성장했다. 업계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보복소비로 고가의 해외명품 소비가 늘어난 것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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