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사업자 강제하고 구글 규제 못해 '역차별'…뉴스 품질·저널리즘 공공성 '실종' 우려
AI 알고리즘 금지, 미디어 기술 퇴행 야기…투명하게 검증해 활용하자는 대안도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하고 민주당 의원 170명이 전원 참여해 지난달 27일 제출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의 문제가 점차 심각하게 떠오르고 있다.

기존 포털 뉴스서비스를 규제하는 것을 골자로 삼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김의겸의원 외 170인)이다.

민주당이 언론개혁법안 중 하나로 추진 중인 이 법안의 문제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앞서 본보는 기획보도를 통해 이 법안이 뉴스 소비자인 일반 독자와 뉴스 공급자인 미디어 매체 모두 패자로 만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와 관련해 법안의 주요 내용은 4가지로  압축된다. 

①포털이 알고리즘 및 자체 기준에 따라 기사 추천·배열·편집을 전혀 못하도록 금지
했고 ②포털 제휴 언론사를 차별하는 것을 금지했으며 ③포털뉴스 웹페이지 내에서의 뉴스 보기를 금지하면서 언론사 웹페이지로 이동하게 하는 아웃링크를 의무화했다. ④위치정보를 이용해 지역언론사 기사를 일정 비율 이상 우선적으로 노출시키기도 했다.

   
▲ 김의겸 의원이 대표발의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전원이 참여했다. 사진은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박홍근 원내대표(왼쪽)와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이 논의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미디어펜


최우선 문제는 이 법안이 국내에만 적용된다는 것이다. 인터넷 뉴스 공급과 관련해 국내사업자들에게만 강제해 구글나 페이스북과 같은 글로벌 빅테크를 규제하지 못해 '역차별' 문제가 심각하다.

이 법안은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를 대상으로 하지만 한국에서 뉴스서비스로 뉴스 배열을 하고 있는 구글은 정작 해당 '사업자'가 아니다.

또다른 문제는 AI 알고리즘을 금지시킨 것이다. 이러한 방침이 미래 미디어 기술의 퇴행을 야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미 기상, 주식, 스포츠 중계 분야에서 인공지능을 통해 기사를 작성하고 이를 서비스하고 있는 실정이다.

뉴스 공급과 관련해 AI 알고리즘을 쓰지 말라는 것은 기술 개발을 억제하는 역인센티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알고리즘을 무조건 막자는 발상인데, 투명한 검증을 통해 참여자 모두에게 선순환되는 좋은 기술로 사용하자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이 이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지만, 향후 국회 논의 및 언론계 여론 수렴 과정에서 '알고리즘 영향평가 및 투명성 검증제도'와 같은 실현가능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떠오른다.

추가로 불거진 문제는 포털 제휴 언론사를 차별하는 것을 금지했다는 점이다.

언뜻 보면 공정해 보이지만, 오히려 이는 언론사 전체의 공공성과 표현의 자유에 해를 끼칠 가능성이 높다.

포털 제휴로 들어온 후 허위조작정보에 기반한 가짜뉴스를 유포하거나 자극적인 낚시성 뉴스를 생산할 경우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라는 공익이 침해될 수 있다.

가짜뉴스가 한번 확산되면 걷잡을 수 없다. 이러한 현상은 뉴스의 신뢰와 질을 떨어뜨릴 것으로 우려된다.

언론의 자유만을 고려하면 차별을 금지하는 것이 맞는 방향이지만 저널리즘 공공성과 뉴스의 실제 질을 일정 수준 이상 확보하려면 포털 제휴 언론사를 일정부분 차별할 수 밖에 없다.

   
▲ 민주당 김의겸 의원이 카카오와 네이버로 대표되는 포털의 뉴스서비스를 규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사진=각사 제공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당초 언론사와 포털 간 뉴스 제휴 계약의 자유가 있는데, 이번 법안은 이 계약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익명을 요구한 고등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이 법안에 대해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뉴스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와 접근권과 함께 고민해야 하는 것이 바로 이 법인간 계약의 자유"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위법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재판부 입장에서 이번 입법의 효과를 단정짓기 어려울 뿐더러, 정보 접근 및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포털의 시장지배적 지위에만 메스를 대서 오히려 언론시장 전체에 왜곡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그는 "이번 법안을 살펴보면 뉴스 공급 주체에 언론법 규제를 받지 않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까지 포함시켰는데, 이것이 뉴스 신뢰도를 더욱 저하시켜 가짜뉴스에 따른 온갖 갈등과 사건이 일어날 여지가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와 사단법인 오픈넷 등은 지난 3일 성명을 내고 "뉴스제휴평가위원회나 현재 설립이 논의되고 있는 통합형 자율규제기구를 통해 문제가 있다는 결정이 내려진 언론사의 기사 역시 포털이 차별없이 유통하여야 할 의무가 부과되므로, 포털 유통 제한을 통한 자율규제가 더 이상 실효성을 거둘 수 없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성명은 "포털 뉴스의 자율규제 노력도 무력화시킨다"며 "모든 언론사 기사를 동등한 개수만큼 노출시키면 공정한 것일까"라고 반문했다.

민주당은 국회 다수당 지위를 갖고 있지만, 언론 생태계를 송두리째 바꿀 권한을 갖고 있진 않다.

민주당이 '언론개혁'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정작 대부분의 언론이 우려하고 있는 이번 법안 개정을 강행하려 한다는 점에서 강력한 비판에 맞부딪혔다.

이달과 다음달에 걸쳐 언론계 곳곳에서 여러 대안이 도출되고 논의될 전망이다. 민주당이 이를 수렴해 자신들의 법안 취지만을 강요하지 않고 보완 개선할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