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앞다투어 '반도체 육성'에 목소리
정부 개입 최소화 돼야…기업 자유가 먼저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정치권에서 반도체 인재 육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의 지나친 개입은 오히려 산업발전에 해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함게 국내 반도체 산업을 이끌고 있는 삼성전자의 수장 이재용 부회장은 취업제한으로 발목잡혀 있다. 이에 국내 반도체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이 부회장의 사법 리스크를 해소하는 게 먼저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월 7일 유럽 출장길에 오르기 위해 서울 김포 비즈니스항공센터로 입장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24일 재계에 따르면 대내외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은 가운데 반도체 산업 역시 ‘공급망 위기’를 겪으며 산업 최전선에 있는 총수들이 장비 확보에 나서고 있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이 반도체 장비 확보를 위한 유럽 출장에서 귀국한 뒤 ‘기술’을 3번이나 강조하면서 산업체 전반의 위기를 체감하는 한편, 반도체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이 반도체 관련 학과 정원을 2만명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내놓으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반도체 인재 육성으로 모아지고 있다. 

최근 정상윤 교육부 차관이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를 찾아 인재 양성을 강조했고, 국민의힘은 조만간 반도체 관련 특위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도 지난 22일 반도체 인재 양성 방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다만 재계에서는 정치권의 이런 관심이 실제로 반도체 산업 육성에 도움이 되느냐는 의구심이제기 되고 있다.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 완화의 경우 바람직한 현상이지만, 이를 제외한 지나친 간섭은 ‘시장 개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관련 규제를 철폐하는 것이고, 민간이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두는 게 최선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반도체 산업 뿐 아니라 경제가 전반적으로 위기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나서서 할 수 있는 일은 사실상 없다”며 “모든 문제는 정부가 개입하거나 정책을 구사하는 데에서 불거진다. 정치를 위해 경제가 희생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반도체 산업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일본이 2000년대 이후 반도체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게 된 것도 정부의 개입 때문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세계적 추세를 따라잡지 못한 점이 일본 반도체 산업 하락의 주요 원인이지만, 그보다 본질적인 것은 정부가 반도체 산업에 개입하면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하향길을 걷게 됐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최근 정치권에서 일고 있는 반도체 산업 육성도, 이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공급망 위기’와 ‘인력난’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총수들이 경영에 집중할 수 있도록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목소리다.

특히 반도체 산업의 최전선에서 분투중인 이 부회장의 ‘사법리스크’는 재계의 오랜 숙제로 남아있다.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이 부회장은 오는 7월 말 형기가 만료될 예정이지만, 사면·복권이 되지 않으면 취업 제한 등의 영향으로 삼성전자를 대표해서 나설 수 없는 처지다.

신도철 숙명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반도체는 이미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축적해놓은 내공이 있기 때문에 정부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면서 “기업에 자유만 준다면 잘 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부회장의 경우 ”지난 정부에서 무리하게 기소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하루 속히 사면·복권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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