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석원 정치부장/이희연 기자]"순수예술은 대중예술의 기반이 된다. 따라서 정부는 순수예술이 고유의 특성을 잃지 않도록 지키고 지원해야 한다. 다만 지원은 하되 제한하지 않는 것, 간섭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예술은 자유로워야 예술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출신으로 제21대 국회에 비례대표로 입성한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현업 연주인이자 장애인 인권을 위해 애써왔다. 숙명여자대학교 음악대학 기악과에 입학할 때도 그는 장애인 특례 전형이 아닌 일반인 전형을 거쳤고, 비장애인 수험생들과 함께 실기 시험을 치렀다. 이후 연주활동을 하면서도 그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구분하지 않는 당연한 연주인으로서의 권리를 위해 싸워왔고, 실제 우리나라 공연 예술계에서 그의 그런 활동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쳐왔다.
2020년 처음 국회에 출근했을 때도 그는 세간의 관심을 한몸에 모았다. 김 의원은 순수예술을 전공한 첫 시각장애인 국회의원이었기 때문이다. 제21대 전반기 국회에서 그는 자신이 소속된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뿐 아니라 보건복지위원회에 속한 영역에서도 발군의 의정 활동을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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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미디어펜과의 인터뷰에서 순수예술의 지원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국회 의원회관 그의 방에서 만난 김예지 의원은 언제나처럼 당당하고 자신만만한 예술가이면서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이었다. 그는 '순수예술을 하시는 분들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대중예술에 비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라는 질문에 힘이 잔뜩 들어간 당당한 어조로 "그래서 순수예술을 더 지원해야 한다. 순수예술은 대중예술의 기반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다만 희망적인 건 우리나라의 경우 순수예술 공연장 갔을 때 젊은 인구가 많다는 것"이라며 "유럽의 경우 보통은 연령대가 높은 분들이 많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클래식 음악만 놓고 봤을 때에도 전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젊은층에 인기가 많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가 순수예술을 향유하는 인구 자체가 적은 부분도 있고, 또 하나는 유럽 국가는 클래식 음악을 비롯해 상당수의 순수예술이 태어난 고향이기도 하다. 그런 걸 간과할 수 없다"면서도 "국회나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우수한 인재들이 활동하는데 제약이 없도록 보장은 해주되 간섭은 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의원은 "문화예술 교육을 위한 시스템을 만들어 우리의 우수한 인재들을 육성해 세계적으로 알릴 수 있는 근거 법안을 국회가 만들어야 한다"라며 자신이 공동발의한 '한국예술종합학교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안(이하 한예종 설치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1990년 문을 연 한예종은 ‘고등교육법’상 대학이 아닌 각종학교로 분류되어 있어 대학원에 해당하는 예술전문사 과정을 이수한 학생들이 석·박사학위를 받을 수 없다. 또한 국내외 예술대학 등과 공동학위제 등도 운영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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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예지 의원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한예종 설치법도 공동 발의했다. 그는 한예종위 위상 전환이 우리나라 순수예술 교육의 중요한 지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사진=김상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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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각장애인인 김 의원은 숙명처럼 장애인 문제에 있어서도 적극적이고 혁신적인 생각을 피력했다./사진=김상문 기자 |
이에 한예종 설치법은 한예종을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국립학교로 두고 예술학교 내 단과대학에 해당하는 각 원과 소속 학과, 석사학위과정 및 박사학위과정 대학원을 두자는 내용을 담았다.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한예종도 일반대학교 대학원처럼 석‧박사 학위과정을 운영할 수 있게 된다.
김 의원은 "한예종이 학사까지는 인정이 되는데 석박사 인정이 안된다"라며 "한예종의 경우, 예술 자체를 가르치는 것도 있지만 인문학과 관련된 커리큘럼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걸 인정 받지 못해서 학생들이 어떤 직업을 찾는데, 어딘가에 경력 제출하는 데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김 의원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이동권 보장 촉구 시위나 '장애인 탈시설' 관련 문제 등 장애인 정책에 대한 자신의 생각도 밝혔다.
우선 전장연 시위와 관련해서는 "전장연의 시위 방식에 대해서는 동의하거나 환영하진 않는다"면서도 "중요한 것은 인권의 문제이고 우리가 장애인 인권을 대하는 태도"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우리나라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장애인 예산이 꼴찌"라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갑자기 장애인 예산을 늘린다는 건, 현재로서는 불가능할 수 있다. 다만 정치권이나 정부에서 재정을 마련하는 여러 관계자들이 이 문제를 정파적으로 바라볼 게 아니라 장애인들의 인권을 우선시하는 태도를 갖고 접근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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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예지 의원은 대중예술과 같은 선상에서 순수예술체 대한 정부와 사회의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다./사진=김상문 기자 |
'장애인 탈시설' 문제와 관련해서도 김 의원은 "장애인들의 탈시설화는 당연히 이뤄져야 한다"라며 "어떤 사람이든 자기 결정권을 가지고 공동체 일원으로 산다. 하지만 시설에 있는 장애인들의 경우 정해진 정해진 프로그램 안에 갇혀 자기 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어감이 부정적이고 의미가 왜곡될 수 있는 '탈시설'이라는 용어 보다는 '지역사회통합주거'라고 하는 게 맞다"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지역사회통합주거라는 게 특별한 게 아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같이 살게 하자는 것"이라며 "어떤 한 공간에 가둬 두는 게 아니라 일도 하게 되고 마트에서도 서로 만나게 되고 같은 공간에서 많이 보게 되는 거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통합되는 사회를 이룰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끝으로 김 의원은 '21대 국회 전반기 2년 간의 의정활동 중 가장 보람 됐던 일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두 가지를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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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김 의원은 한국 사회에서 젊은층을 중심으로 순수예술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사진=김상문 기자 |
우선 김 의원은 "'약사법 개정안'을 통해 조제약품 외에 처방전 없이 편의점에서 살 수 있는 소화제나 감기약에 점자나 수어를 표시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이게 통과가 돼서 내년부터 시행 예정"이라며 "해당 법안 발의 내용들이 이슈가 되면서 시행이 의무는 아니지만 제약회사들이 한 두가지씩 약품마다 점자 넣고 있는 곳이 늘고 있다. 또한 화장품, 식품, 생수 등에도 점자가 늘어난 걸 봤다. 법안 발의 당사자로서 점자나 수어 표시가 늘어난 걸 보면서 뿌듯함을 느낀다"라고 전했다.
또한 김 의원은 "'공직선거법 개정'을 통해 선거공보물에 들어가는 점자 글자수 제한을 하지 말자는 법안 냈고 통과가 됐다"라며 "원래는 공보문이 한 페이지면 점자도 한 페이지로 제한했다. 그런데 점자는 글자수가 한 페이지라고 하더라도 두 장이 될 수 있다. 제한이 있으니 점자를 다 넣을 수 없는 거다. 그래서 제한을 하지 말자는 법안을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개정한 법들이 통과가 되고 시행되는 과정과, 비록 통과된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법안들을 발의한 게 알려지면서 법과 관계없이 공감하는 기업들이 있고, 솔선수범해서 하는 분들이 있을 때 뿌듯함을 느낀다는 소감을 전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김 의원은 "언론사에서 여러 행사를 할 때 축사를 해달라는 요청을 할 때도 있는데, 저에게는 축사 요청 말고 축하 연주 요청을 해주셨으면 좋겠다. 멋진 그랜드 피아노 한 대와 함께"라고 말하며 제21대 국회를 잘 마친 후 멋진 피아니스트로 돌아갈 것임을 말하기도 했다.
[미디어펜=이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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