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산업 구조 몰이해…외국서 입법한다고 정당성 없어
손해 나면 보장 안 해주는데 표적 발의…평등 원칙 위배
헌법상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체제에 대한 중대한 도전
   
▲ 미디어펜 산업부 박규빈 기자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지난 1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정유사와 시중 은행들이 코로나19 기간 중  노력 없이 큰 수익을 거뒀다며 초과 이득세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용 의원은 "원유·식료품 가격 급등과 고물가 상승에 대응하기 위한 기준 금리 인상은 석유 사업자·은행 등 일부 산업 부문에 전례 없는 이익을 안겨줬다"며 "반면 에너지·금융 취약 계층에게는 심대한 고통을 주고 있다"고 규정했다.

또 "정부가 유류세를 인하해 가격의 하락을 유도했지만 그럼에도 깎아준 세금의 40% 정도만 가격에 반영됐다"며 "초과 이득세율은 과세 표준의 50%로 설정해 확보한 세수를 취약 계층에게 되돌려주겠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발언은 시장과 산업 구조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하며 법안에 대한 발상부터 잘못됐다. 매출·영업이익·당기순이익 등 기업의 실적은 매 분기마다 출렁인다.

올해 상반기 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GS칼텍스·SK이노베이션 등 국내 4대 메이저 정유사들의 총 영업이익은 12조3033억 원이다. 이는 싱가포르 복합 정제 마진율이 높았기 때문에 가능했는데, 점점 떨어지는 추세다.

더욱이 국내 정유업계는 용 의원이 참고한 외국과는 다르게 사업 영역이 좁다. 정유 사업은 원유를 직접 시추하고 되파는 업 스트림과 가격 변동에 따라 원유를 사들이고 이를 가공해 되파는 다운 스트림 구조로 이뤄져 있다.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과 달리 다운 스트림 형태로만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2020년에는 국내 정유업계가 5조 원대 적자를 보기도 했는데, 이처럼 손해를 보면 구제해주는 법은 없다.

용 의원은 영국·이탈리아·헝가리 등이 석유 사업 부문에 대해 소위 '횡재세(windfall tax)'를 부과했고, 미국·유럽 연합(EU) 등에서도 관련 법안 발의·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외국에서 특정 입법이 이뤄지고 있다고 해서 정당성을 갖지는 않으며, 그대로 적용할 수도 없다. 용 의원이 참고한 건 전력 단가가 가스 가격에 연동돼 있는 EU의 사례다. 신 재생 에너지·원자력·석탄을 활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EU 역내 전력 발전사들은 천연 가스(LNG) 가격 급등 탓에 가스 발전소도 가동하고 있다. 때문에 발전사들은 평시 대비 전력을 비싸게 팔 수 있어 수익성이 대폭 개선됐다.

   
▲ 국내외에서 '횡재세' 도입 논의가 잇따르자 정유사들이 반발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정유4사 직영 주유소들은 산업통상자원부 정책에 따라 손실을 감수하며 재고를 떨었다. 그럼에도 유류 가격을 낮추지 못한 건 전국 1만여 개 주유소 사장들이며, 이들 역시 소상공인들이다.

당국이 법정 상한선인 37%까지 유류세를 깎아줬음에도 여전히 기름값이 비싸다고 여겨지는 이유는 이를 상쇄할 정도로 국제 유가가 올라서다. 하반기인 현재 원유 가격은 상반기 대비 낮은 수준이나, 다시 오르는 추세다.

정유사들이 선물 거래로 원유를 사오고, 정제 과정을 거쳐 일선 주유소 사장들에게 공급하는 게 석유 산업 구조인데, 이들 더러 손해 보고 팔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무엇보다 용 의원은 정유업계와 시중 은행들을 상대로 사실상 표적 발의를 한 셈인데, 이는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관한 헌법상 최고 원리 중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 위헌적 요소가 다분하다는 이야기다.

그저 이익을 많이 낸다는 이유로 규제법을 만든다면 부동산 가격이 오를 때는 복비를 많이 챙기게 되는 공인중개사들이나 휴가철에 항공권을 비싸게 파는 항공사들도 제재 대상이 돼야 한다. 

시장 개념도 없고 이해도 못한 용 의원은 그저 로빈 후드 내지는 홍길동 신드롬에 사로잡혀 사회주의·반(反) 시장적인 투쟁을 하고 있는 셈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민간 영역에 있는 대기업들을 겁박해 팔을 비트는 건 헌법 전문과 119조 1항에 명시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다.

아울러 어떤 종류의 세금을 부과받든 간에 기업은 손실을 피하고자 판매 가격 등을 올려 결국 그 부담을 소비자들에게 전가하게 된다. 다시 말해 국세청의 세입만 늘어날 뿐, 세금 규제법을 만든다고 행복해질 국민과 기업은 세상 그 어디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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