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첫 정상회담서 시진핑 "범 안보화 반대" 견제구에 윤 대통령 "보편적 가치 기반" 선 긋기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한중 양국이 한반도 문제에 공동이익을 가진다. 평화를 수호해야 하고, 한국이 남북관계를 적극 개선해 나가기를 희망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국제사회의 자유·평화·번영을 추구하는 데 있어서 중국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한국은 중국과 긴밀히 소통하면서 협력해 나가야 한다. 이것이 양국의 공동이익에 부합하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15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은 '공동이익'이라는 점에서 한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양 정상의 발언 속내를 들여다 보면, 서로 견제구와 선 긋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양국 관계는 더 밀착하기 보다는 동북아 지역의 긴장감을 유지하는 선에 그칠 전망이다.

중국 관영 중앙TV(CCTV)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은 이날 윤 대통령을 만나 가진 첫 대면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글로벌 산업망·공급망의 안전·안정·원활한 흐름을 함께 보장해야 한다"며 "경제 협력을 정치화하고 범 안보화(안보·경제를 자의적으로 연계)하는 것에 반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한미일 정상은 지난 13일 한미일 정상회의를 갖고 '3국 경제안보대화'를 신설하는 등 중국을 겨냥한 경제적 포위망 구축에 들어갔다. 한미일 정상은 이날 낸 공동성명에서 중국을 21세기의 가장 큰 도전으로 규정하고, 이에 공동 대응할 것을 천명했다.

   
▲ 윤석열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1월 15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 한 호텔에서 한중 정상회담을 갖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시 주석이 한중 정상회담에서 "경제 협력 정치화 및 범 안보화를 반대한다"고 강하게 밝힌 것은 윤 대통령의 이번 결정에 대한 견제구로 읽힌다.

실제로 시 주석은 이날 윤 대통령에게 "양국이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고 정치적 신뢰를 증진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5일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한중 정상회담에 대한 중국의 입장과 관련해 "중한관계의 건전하고 안정적인 발전을 추진하는 것은 양국 공동이익에 부합한다"며 "우리는 이번 회담이 긍정적인 성과를 거두고 중한관계의 다음 단계 발전 방향을 제시하며 새로운 동력을 주입하기를 희망한다"고 기대했다.

다만 시 주석의 이러한 견제구에 대한 윤 대통령의 입장은 '보편적 가치'라는 국제 준칙에 기반하고 있어 선 긋기로 분석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한국 정부는 중국과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상호존중'과 '호혜'에 기반한 성숙한 한중관계를 위해 협력해 나갈 것"이라며 "한국의 외교 목표는 동아시아·국제사회의 자유·평화·번영을 추구하고 기여해 나가는 것이고, 그 수단과 방식은 보편적 가치와 국제 규범에 기반한다"고 역설했다.

윤 대통령이 이날 언급한 '자유'는 인간안보** 차원에서 개인의 존엄성·인권을 강조한 것으로도 읽힌다.

특히 윤 대통령이 외교 목표를 이루는 수단과 방식으로 보편적 가치 및 국제 규범을 강조했는데, 이는 중국의 반인권적인 행태·일방적인 물리력 투사에 반대한다는 간접적 입장 표명으로도 해석된다.

다만 시 주석과 윤 대통령 모두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간 경제 협력을 강조하면서 접점을 모색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첫 회담의 성과를 부정하기 힘들다.

   
▲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1월 15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 한 호텔에서 한중 정상회담을 갖고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국 관영 중앙TV(CCTV)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윤 대통령에게 "한중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가속화하고 첨단기술 제조업·빅데이터·녹색경제 분야의 협력을 심화하며 글로벌 자유무역체계를 공동으로 수호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 또한 시 주석에게 "경제교류·인적교류를 포함해서 한반도·역내 평화 및 안정, 나아가 기후변화·에너지 안보와 같은 글로벌 이슈에 대해 함께 소통하고 협력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한중 양국 정상은 이날 외교 첫 단추를 잘 꿰맸다.

양 정상은 이날 한중 양국의 교류와 협력이 1992년 수교 이래 비약적으로 성장해 왔음을 평가했고, 수교 30주년을 맞아 양국 관계를 공동이익에 입각하여 더 성숙하게 발전시켜 나가자는데 입장을 같이 했다.

또한 양 정상은 고위급 대화의 활성화에 공감을 표했다. 향후 한중 양국 간 1.5트랙 대화체제도 구축될 전망이다.

한중 양국이 의사소통을 더 확대하고 어떤 외교 성과를 낼지 주목된다. 양국간 긴장감은 다소 있지만 넘지 못할 갈등 상황은 아닌 것으로 평가 받는다.


** '인간안보'는 군사력 위주의 전통적인 국가 안보 개념에서 벗어나 인간의 생명과 존엄을 중시하는 안보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유엔개발계획(UNDP)이 1994년 펴낸 인간개발보고서에서 처음 제시한 개념이다. '공포로부터의 자유'와 '결핍으로부터의 자유'를 초점으로 삼고 있다. 이는 인권과 인류의 복지를 개선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으로 인정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