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경제 피해 늘자 9일 만에 2차 업무개시명령 발동…대상자 4배로 늘려
민주 "안전운임제 정부안 수용"…대통령실 "조건 없이 파업 복귀 선행돼야"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의 무기한 집단 운송거부 사태가 16일째인 9일 끝을 보이고 있다.

민주노총 화물연대는 이날 오전 조합원 총투표로 파업 철회 여부를 결정했다.

화물연대는 이날 오후 "파업 종료로 가결됐다"며 공식 입장을 밝혔다. 지난 16일간 줄곧 '법과 원칙'을 내세운 윤석열 정부에게 사실상 백기를 든 셈이다.

시작은 화물연대의 운송거부로부터 촉발됐다. 매일 3000억원 규모의 운송 차질 피해가 예견되자, 지난달 29일 윤석열 대통령은 민주노총 화물연대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시멘트 분야의 운송 거부자에 대해서다.

이후 정부는 5일 오전부터 업무 복귀 기한이 종료된 시멘트 업종 차주 수백 명을 대상으로 업무개시명령 이행 여부에 대한 현장조사에 나섰다.

   
▲ 12월 4일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실에서 화물연대 집단 운송거부와 관련해 관계 장관 대책회의를 주재한 후 발언하고 있다. 이날 대책회의에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해 법무부,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장관과 경찰청장 등이 참석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특히 정부는 산업 및 경제 전반에 걸쳐 피해 규모가 커지자 철강과 석유화학 분야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추가 발동했다. 윤 대통령이 첫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후 9일 만의 추가 조치였고, 4배로 대상자를 늘리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정부는 철강과 석유화학 분야에서 화물연대의 운송거부로 2조 6000억원 규모의 출하 차질이 발생했다는 판단이다.

화물연대를 지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8일 정부가 제안한 '품목 확대 없는 3년 연장안'을 수용하겠다고 밝혔고, 9일 국회 국토위 소위에서 이를 통과시켰다. 시간에 쫓긴다고 판단한 민주당의 단독 처리였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8일 기자들에게 "'선 복귀-후 대화'라는 일관된 원칙을 여러 차례 밝혔다"며 "(화물연대의 운송) 복귀를 위한 어떠한 전제조건도 있을 수 없다"고 단호한 입장을 거듭 밝혔다.

민주당이 비록 안전운임제 3년 연장안을 국토위 소위에서 단독으로 처리했지만, 정부는 이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토교통부는 9일 "화물연대가 주장하는 '안전운임제 3년 연장'은 11월 22일 정부·여당이 집단운송거부로 인한 국가적 피해를 막기 위해 제안한 것"이라며 "화물연대가 이를 거부하고 11월 24일 집단운송거부에 돌입해 엄청난 국가적 피해를 초래했기 때문에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화물연대는 그동안 국민경제에 끼친 피해와 일하고자 하는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빼앗은 지난 16일간의 운송거부에 대해 (법적으로)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희룡 장관 또한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안전운임제 3년 연장 제안은 무효가 된 것"이라며 "선 복귀-후 대화라는 정부 입장은 확고하며 여기에는 어떠한 조건도 있을 수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화물연대 사태 마무리는 피해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는 방식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정부는 앞서 철저한 수사를 비롯해 사법처리·손해배상 청구 등 끝까지 책임을 묻는 엄정 대응원칙을 계속 견지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번 사태를 놓고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의지를 뚝심있게 관철시켰다.

거듭 경고했을 뿐더러 집단 운송거부가 일어난 직후부터는 가용 가능한 모든 카드를 던져서 화물연대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주력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 참모진과의 비공개 회의에서 화물연대 운송거부를 겨냥해 "북한의 핵 위협과 마찬가지"라며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강하게 말하면서 대립각을 세웠다.

결과는 윤 대통령의 정치적 승리다. 흡사 과거 미국 레이건 대통령이나 영국 대처 총리가 떠오르는 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