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이자 급증 속 '흑자도산' 우려…물류·마케팅·인증 등 수출 관련 지원 박차
[미디어펜=나광호 기자]글로벌 경기둔화 속 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흑자도산'의 위기에 봉착한 중소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평가데이터(KoDATA)는 국내 중소 제조상장사 674곳의 분기별 부채 상황을 분석한 결과 올 3분기 기준 이자비용(6100억 원)은 전년 동기 대비 20.3%, 총 부채(24조8680억 원)도 10.4% 증가했다고 22일 밝혔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3.9% 늘어났으나, 금융 부담이 더욱 가파르게 높아진 것이다. 재고자산 증가율도 15.6%로, 5%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 중소 제조상장사 674곳 영업이익·이자비용·총 부채 추이/자료=대한상공회의소 제공

대한상의는 소통플랫폼과 지역상의 등을 통해 정부의 상환유예제도에 대한 기업 애로를 조사했으며, △단기 유동성 악화 △지원갱신시 고금리 부담 △불경기 속 상환 우려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특히 코로나19 시기에도 만기연장-상환유예를 이용하지 않고 그간 부채를 상환해 왔으나, 최근 급격한 유동성 악화에 빠진 기업들이 어려움을 토로하는 등 형평성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한상의는 내년 상반기 기업들이 자금사정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 단기유동성 위기기업의 연착륙을 지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법인세 인하와 투자세액공제를 비롯한 세제지원 등도 더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업계는 오는 31일 종료되는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연장도 촉구하고 있다. 이는 주52시간제에 따른 부담 완화를 위해 한시적으로 허용된 것으로, 일몰시 생산량 감소에 따른 경영난 가중 및 근로자 임금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수출 전선에도 먹구름이 드리우는 모양새다. 올 11월 누계 기준 중소기업의 수출 증가율은 2.8%로, 대기업(7.7%)과 중견기업(13.1%)을 크게 하회했다. 이번달 1~20일 총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8.8% 감소한 것도 언급되고 있다.

   
▲ 2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정윤모 중기중앙회 상근부회장이 발언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이와 관련해 정윤모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은 이날 중기중앙회와 산업통상자원부가 개최한 간담회에서 "주요국 경기둔화 및 물가상승으로 수출 중소기업의 79%가 현 상황을 위기로 인식하고 있다"면서 "해외 마케팅·시장 다변화 지원과 수출기업 금융지원 등이 확대돼야 한다"고 발언했다.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윤석열 대통령도 일자리 보존과 서민 생활 안정화를 위해서는 수출 확대가 필수이며, 성장이 경제적 자유를 가져온다는 생각을 드러냈다"며 "내년 수출 확대에 필요한 의견을 듣고, 정책에 반영토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기업들은 해외전시회 관련 절차·제도 개선과 해외인증 갱신 지원 및 수출신용보증 한도 확대 등을 건의했다. 해외 바이어와 비즈니스를 타진하기 위해서는 꾸준히 '얼굴 도장'을 찍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도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무역보험공사를 비롯한 유관기관과 손잡고 260조 원 규모의 무역금융을 지원하는 등 지원사격에 나서기로 했다. 수출바우처 해외인증 서비스 및 중소기업 보증 한도도 확대한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금융시장 부실을 이유로 중소기업·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하는 '대출 만기연장 및 원금·이자 상환유예' 제도를 내년 9월 종료하기로 결정하면서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산 제품에 대한 인지도·이미지가 높아진 점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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