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물량 수주 개시·글로벌 정세변화에 LNG선 수요 급등
후판가격 변화로 원자재 가격상승·불안한 인력난
[미디어펜=김태우 기자]올해 국내 조선업계는 기쁨과 슬픔이 공존하는 한해였다. 

조산사들은 역대급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발주 훈풍으로 일감을 확보하는 기쁨이 있었다. 다만 높아지는 원자제가격과 함게 한동안 이어진 수주절벽에 따른 산업 인력구조붕괴로 인력난에 시달렸다. 

2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조선 '빅3' 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은 LNG선 기술력을 통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수주릴레이를 이어가고 있다. 이와 함께 3년 치 일감을 확보하면서, 꿈만 같던 실적 개선도 목전에 두게 됐다. 

   
▲ 대우조선해양 조선소. /사진=대우조선해양 제공


현대중공업은 올해 3분기 영업이익 143억 원을 거두면서, 4개 분기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도 내년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조선사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LNG선은 연초부터 주문량이 쏟아졌다. 발주 개시 전부터 '잭팟'으로 불렸던 카타르 프로젝트 물량 가운데 우리 빅3는 54척을 쓸어 담았다.

특히 올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가스관이 막히면서 유럽의 에너지 대란으로 이어지며, LNG해상 수입을 위한 선박 수요가 크게 늘었다. 

이런 대형 프로젝트에 더해 러시아발 LNG쇼크와 글로벌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친환경 에너지 전환으로 선박 발주가 늘면서 LNG선은 사상 최대 규모로 발주됐다.

이 같은 활황 속에 한국 LNG선의 존재감은 다시 한 번 빛을 발했다. 국내 빅3 조선사는 전세계에서 발주한 LNG선 가운데 70% 이상을 수주하며 기술력을 재입증하는 계기가 됐다. 대형선의 경우 80% 이상으로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발주가 몰리면서 LNG선가도 크게 뛰었다.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17만4000m³ 이상 LNG운반선 선가는 2억4800만 달러로 2년전 1억8600만 달러와 비교하면 30%이상 선가가 상승했다. 

최근 2026년까지 건조 계약이 가득 차면서 2억5000만 달러 이상의 계약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다만, 상반기에는 선박 원가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원재료 후판가격이 크게 뛰면서 조선사들의 수익성 악화가 심각했다. 조선사와 철강사는 매년 상·하반기 두 차례 가격 협상을 진행하는데, 지난해부터 올 상반기까지 내리 세 번의 가격 인상으로 톤당 가격이 120만 원까지 급등했다.
 
후판가격은 선박 제조원가의 20% 가량을 차지한다. 원가가 큰 폭으로 뛰면서 조선 3사는 올 1분기에만 800억~4000억 원의 공사손실충담금을 쌓았고 수주 호황 속에서도 적자를 면치 못했다.

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이 오른데다 환율까지 뛰면서 하반기 후판협상은 결론을 맺지 못하고 협상을 벌여왔다. 하지만 앞서 지난 21일 주요 철강·조선사의 후판 가격 협상이 마무리됐다. 

협상 과정에서 철강업계는 톤당 5만 원 안팎의 인하를 요구했고 조선사들은 톤당 15만 원 이상은 낮춰야 한다고 맞섰다. 오랜 협상 끝에 양측은 톤당 10만 원 인하에 합의하며 협상을 마무리 짓고 후판가격이 하락하며 조선사들은 각각 수백억 원을 아낄 수 있게 됐다. 

이 밖에도 장기간 누적된 불황으로 무너진 인력구조 속에 대규모 파업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조선업 인력은 2014년 20만3000명에서 지난해 말 9만2000명으로 절반 이상 축소됐다. 일감 증가에도 선박 건조현장은 늘 부족한 인력과 싸워야했다.

지난 6월에는 대우조선해양 하청지회가 임금인상 30%, 상여금 300% 인상, 노조 전임자 인정, 노조 사무실 지급 등을 요구하며 도크(dock)를 불법 점거하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했다. 총 51일간의 불법 파업으로 대우조선해양은 8000억 원대 손실을 봤다. 

결국 대우조선 사내협력사협의회와 하청지회가 △임금인상 4.5% △고용 승계 △휴가비 지급에 합의하며 파업이 막을 내렸다.

원청과 하청의 이중구조 인력구조에서 비롯된 임금 및 근무여건의 격차는 조선업계의 오랜 병폐로 자리했다. 고용노동부의 '2022년 고용형태 공시'에 따르면 조선업에 종사하는 9만4000명의 노동자 가운데 60% 이상이 '소속 외 근로자'로 집계됐다. 타 산업군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비율이다.

이 같은 이중구조 문제를 풀고자 정부는 지난 11월 '조선업 상생협의체'를 발족했다. 협의체에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 국내 주요 조선사 5사와 협력업체, 노사분야 전문가 등 21명이 참여했다.

협의체는 노사 의견 청취 및 현장 방문을 토대로 내년 2월까지 '조선업 원하청 상생협력 실천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정부는 협약을 통해 △적정 기성금 지급 △협력업체 근로자의 근로 여건과 복리후생 개선 △직무·훈련 중심의 인력 운영 △다단계 하도급 구조 개선방안 등이 담길 것으로 기대된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연이은 수주릴레이로 올해는 좋은 소식도 많았지만, 힘든 소식 역시 많았던 한해였다"며 "향후 3년 간의 일감을 채워놓았고 기존에 설정한 목표치를 초과하는 등의 기록을 달성한 만큼 내년 초부터 흑자전환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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