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삼성전자 반도체 구원투수로 등판한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이 21일 취임 1주년을 맞이했다. 그간 전 부회장은 근원적 경쟁력 회복에 초점을 두고 조직 문화 재건과 고대역폭메모리(HBM) 주권 확보에 집중해 왔다. 그가 추진해온 1년 간의 노고가 올해 하반기에는 가시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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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1월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서 열린 NRD-K 설비반입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 제공 |
21일 업계에 따르면 전 부회장은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의 근원적 경쟁력 회복을 위해 △조직문화 재건 △HBM 기술 제고 두 가지 변화에 방점을 두고 주력해왔다. 먼저 조직 문화를 쇄신하기 위해 전 부회장은 지난 5월 취임 직후 새로운 조직 문화 안착을 위한 'C.O.R.E. 워크'를 만들었다. 경쟁력 약화 원인이 부서 간 소통의 벽에 있다고 진단한 전 부회장이 토론 문화를 정착하기 위해 제시한 프로그램이다.
CORE 워크는 문제 해결·조직간 시너지를 위해 소통하고(Communicate), 직급·직책과 무관한 치열한 토론으로 결론을 도출하며(Openly Discuss), 문제를 솔직하게 드러내(Reveal)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 결정하고 철저하게 실행한다는(Execute) 의미다.
경영진의 오판으로 삼성전자가 HBM 분야에서 뒤쳐지고 있다는 일각의 지적에 따른 전 부회장의 해법이기도 하다. DS 부문 내 원활한 의사소통을 기반으로 세계 반도체 트렌드에 빠르게 대응해나간다는 복안이다.
체질 개선에 힘을 쏟으면서 업계 일각에선 삼성 조직 문화에 변화가 감지된다는 말도 나온다. 업계 내 한 관계자는 "외부와 협력하지 않고 내부에서 해결하는, 폐쇄적인 조직 문화가 강한 삼성인데, 최근 들어 기술 난제를 외부에도 맡기려는 모습이 보인다"고 말했다.
HBM 개발 전담 부서를 신설하는 등 조직 혁신도 가속화하고 있다. 전 부회장은 지난해 7월 HBM 개발 전담팀을 꾸렸으며, 지난해 3분기 잠정실적 발표 이후 "단기적 해결책보다 근원적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며 해당 팀이 속한 메모리 사업부를 전 부회장 직할 체제로 배치하기도 했다. 직접 사업부장을 맡아 메모리 사업을 꼼꼼히 챙기겠다는 뜻이다.
지난해 3분기 잠정실적 발표 직후 "단기적인 해결책보다는 근원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선언했으며, 올해 연말 조직 개편에서 HBM개발팀이 속한 메모리사업부를 전 부회장 직할 체제로 배치했다.
전 부회장은 외부 평가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스타일로 알려졌다. 그도 그럴게 지난해 2분기 실적이 개선됐던 때도 "(호실적은) 시황 개선에 따른 것"이라며 "근본적인 경쟁력 회복을 위해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 차세대 HBM로 승부수 띄운다
전 부회장은 6세대 제품인 HBM4에 승부수를 띄웠다. 적극적인 공략을 통해 엔비디아의 5세대 HBM3E의 8단과 12단에 대한 퀄테스트(품질 검증)를 이어가며 수율을 확보하는 한편, HBM4 개발과 양산도 병행한다는 계획이다. HBM4의 경우 올해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이것도 당초 목표였던 내년보다 계획을 6개월 가량 앞당긴 것이다.
이를 통해 현재 42% 수준인 HBM 시장 점유율을 더욱 늘려나가겠다는 목표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52.5%, 삼성전자가 42.4%, 마이크론이 5.1%인 것으로 조사됐다.
HBM4에 주력하는 이유는 아직 출시 이전인 제품 경쟁력을 높여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HBM3E 8단, 12단 제품에서 이미 경쟁사와의 시장 진입 격차가 존재하기 때문에 차세대 HBM 제품에서 해법을 찾겠다는 의도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근원적 문제를 해결해 확실한 결과물을 얻겠다는 전 부회장의 뜻으로도 풀이된다.
전 부회장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HBM3E 12단 제품은 이르면 2분기, 늦어도 하반기에는 시장에서 주도적인 제품 역할을 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어 HBM 주도권 확보에 실패한 이유로 HBM 트렌드를 늦게 읽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하면서 "차세대 HBM4와 커스텀 HBM에서는 이와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취임 1주년을 맞이한 지금 전 부회장이 이끌어온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SK하이닉스와의 경쟁 구도 속에서 HBM 시장 점유율 확대라는 중요한 숙제를 안고 있다. 이를 위해 고군분투해온 지난 1년의 시간이 올해 하반기에는 빛을 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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