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성완 기자]‘세대 교체’에 대한 기대감으로 흥행몰이에 나섰던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결국 ‘계파 갈등’으로 회귀했다. ‘청년’과 ‘쇄신’의 대표주자로 여론조사 선두를 달리던 이준석 후보를 향한 ‘계파’ 공격은 결국 ‘이대로는 안된다’는 위기감에 의한 국면 전환용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권 주자들 간의 계파 공방이 가열됨에 따라 전당대회가 진흙탕 싸움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모처럼의 전대 흥행 성공이 오히려 당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걱정이다. 

계파 논쟁에 불을 지핀 것은 나경원 후보다. 그는 지난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특정 계파 당 대표가 뽑히면 윤석열·안철수가 과연 오겠느냐”면서 “정권교체 필패 코스”라고 주장했다. 특정 후보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유승민계로 분류되는 이 후보를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

주호영 후보도 라디오에서 출연해 “누군가가 정확하지 않은 조사 결과를 너무 많이 생산해 퍼뜨리는데 의도가 있지 않나 의혹이 있다”면서 배후설을 제기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벌써 11차례나 여론조사가 공표된 것은 이상하다는 주장이다.

이처럼 중진급 후보들이 ‘계파’를 부각시킨 배경에는 여론조사상 1위를 달리는 이 후보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이번 전당대회가 과거처럼 계파·이념 대결 구도가 아니라 세대 대결 구도로 흘러가는 만큼 이를 차단하는 동시에 물밑에서 계파의 지원을 얻어 만들어진 것이란 의구심을 내비친 것이다.

당내 한 관계자는 “세대교체 구도로 흘러가면 이 후보에 비해 중진 후보들은 ‘올드’한 프레임에 갇히게 된다”면서 “결국 현재 이 후보에게 유리한 구도를 흔들고 본인들에게 유리한 프레임을 짜기 위한 과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계파’ 논쟁을 두고 신진 후보들과 중진 후보들 간 갈등이 격화되면서 당이 분열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신진 후보들의 선전으로 이목이 집중된 상황에서 구태한 계파 갈등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 계파 공격을 당한 이 후보는 즉각 반격에 나섰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아무리 생각해도 구 친박계의 전폭 지원을 받는 나 전 의원이 대표가 되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상당히 (입당을) 주저할 것 같다”고 비판했다. 

또 옛 친이계 출신이 중심이 된 국민통합연대가 주 후보를 당 대표로, 조해진·배현진·정미경 후보를 최고위원으로 지원하기로 한 내용이 담긴 언론 기사를 링크하면서 구태라고 쏘아붙였다.

신진 후보들도 가세했다. 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김웅 후보는 "존재하지도 않는 계파를 꺼내 후배들을 공격하고서 용광로 정치가 가능하겠나"라며 "계파 정치 주장은 흉가에서 유령을 봤다는 주장과 같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은혜 후보도 “미래로 가자면서 민주당과 무슨 차이가 있나”라면서 “난데없는 계파 폭탄은 저의가 의심된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를 두고 당내 또 다른 관계자는 “국민들이 정치 관련 이야기 중에서 가장 싫어하는 게 아마 계파 싸움일 것”이라면서 “항상 ‘우리 당에는 계파가 없다’고 말하면서 이렇게 이목이 집중된 시기에 또 계파를 들고 나오면 누가 좋게 보겠는가”라고 우려를 표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27일 오후 8명의 당 대표 후보 중 3명이 ‘컷오프’ 되는 예비경선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