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저녁 지상파 방송 3사 공동 주최 처음 같은 자리서 설전
이 물고늘어진 윤에 '맹공' 안, 공격 안받고 모두 공격한 심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3일 오후 8시 열린 방송 3사 합동초청 2022 대선후보토론에서 4명의 후보들은 자신의 입장을 드러내며 공방을 펼쳤다.

이날 4자 토론에서 후보들은 당초 예상된 공방 이슈를 벗어나지 않았다.

포문을 연 것은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성남시장 재임 중 인허가권을 행사한 것에 대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정의당 심상정 후보 모두 맹공을 가했다.

이 후보는 이날 토론에서 "지난 국정감사에서 모두 검증됐고 언론까지 검증한 것"이라고 방어에 나섰지만, 틈만 나면 이어지는 의혹 제기에 국민의힘 측으로 화살을 거듭 돌렸다.

이날 토론을 채운 두 번째 이슈는 부동산 문제였다.

   
▲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공개홀에서 열린 '방송 3사 합동 초청' 2022 대선후보 토론 모습. /사진=KBS 화면 촬영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 실정으로 꼽히는 부동산 문제에 대해 시작부터 수세에 몰린 것은 이 후보였다.

안 후보가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이 후보님 문재인 정권의 후계자 맞으시죠"라고 묻자, 이 후보는 "후계자는 아니죠. 새로운 이재명 정부를 만드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안 후보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점수를 몇 점 주겠느냐"고 거듭 답변을 요구했고, 이 후보는 "점수로 매기기 어렵다, 몇 차례 사과드렸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작심한 듯 윤 후보를 향해서도 "2030청년을 위해서 청약 가점 5점을 부여한다고 공약한 것으로 안다"며 "청약 점수 5점 더 주더라도 5점을 더 받아 청약에 안 될 사람이 당첨되는 경우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청약 가점 5점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비판했다.

심 후보는 이날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이 후보와 윤 후보 모두를 공격했다. 심 후보는 이 후보를 향해 "공공주택에 관심이 많은 지 몰랐다, 성남시에 임대주택을 한 채도 짓지 않아서"라고 비꼬았다.

심 후보는 윤 후보에게 "집값 폭등이 공급 부족 때문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전형적인 건설업자 논리인데 사실과 다르다"며 "진단이 잘못되면 해법이 틀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부동산 문제 해법에 대해 각 후보들은 다른 입장을 내놓았다

이 후보는 공급 확대를 내세웠다. 윤 후보는 대출 규제 해제 등 대폭적인 대출 완화를 약속했다. 안 후보는 주거안정을 강조했고, 심 후보는 집값 하향에 대한 정치권 합의를 지목했다.

이날 4자 토론에서 모든 후보들이 입을 모았던 것은 연금개혁 이슈였다.

주도권 토론에서 안 후보가 이를 꺼내 들면서 공무원연금 등 특수직역 연금을 국민연금과 통합하는 '공적연금 일원화'를 주장했다.

안 후보가 이날 토론장에서 "4명이 (연금개혁에 대한)공동 선언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하자 모든 후보들이 이에 호응하고 나섰다.

이날 토론에서 또 다른 관심을 모았던 것은 토론에서의 공통 질문이었다.

취임 후 만날 외국 정상의 우선순위를 묻자 심 후보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지목하면서 "공멸로 가는 오판을 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이 후보는 이 질문에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가 가장 중요하다"며 "미리 정해놓고 미국 먼저냐 중국 먼저냐 할 필요 없다, 가장 유용한 가장 효율적인 상대를 만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우선 미국 대통령, 일본 수상, 중국 시진핑 주석, 김정은 위원장 순서"라며 "민주당이 집권하는 동안 친중 친북 굴종외교를 해서 한미 한일 관계가 너무 많이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안 후보는 "한미동맹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먼저 미국과 함께 해결책을 찾는 게 첫 번째, 그 다음은 중국, 그 다음 북한, 그 다음 일본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공개홀에서 열린 '방송 3사 합동 초청' 2022 대선후보 토론에서 후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의당 심상정 후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사진=공동취재사진

이날 토론의 대체적인 흐름은 모든 후보들이 각기 상대를 정해놓고 공격하는 가운데, 크게 실점하거나 득점한 것은 뚜렷하게 보이지 않았다.

안 후보는 이 후보와 윤 후보 모두에게 포화를 날렸고, 윤 후보는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계속해서 이 후보를 물고 늘어졌다.

이 후보는 윤 후보와의 차별화를 드러내면서 '경제 대통령' 면모를 거듭 강조했다.

심 후보는 다른 후보들로부터 공격받지 않으면서 홀로 공격에 나서 여러 후보들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이날 오후 본보 취재에 "이재명 후보는 준비된 경제 대통령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고, 오늘 토론도 그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오늘 토론을 봤다시피 야권 단일화는 전혀 이슈가 아니다"며 "국민들에게 최대한 능력 있는 대통령감이 누구냐를 바라봐야 하는 자리"라고 평가했다.

특히 그는 "토론은 이제 시작이다. 아직 몇 번의 기회가 남아 있다"며 "유권자들의 각 후보의 능력과 진정성을 보시고 옳게 판단하시리라 믿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토론이 끝난 후 본보 취재에 "대장동 의혹 제기는 아무 것도 아니다"라며 "이 후보 배우자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사적 유용 문제는 토론에서 언급될 차원이 아닐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오늘 토론에선 시간상 주제상 김혜경 씨 논란이 나오지 않았다"며 "앞으로 어떤 악영향을 끼칠지 면밀히 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제는 네거티브 전쟁이 아니라 팩트체크 싸움, 공약 경쟁이라고 본다"며 "판단은 국민들께서 하실 것이다, 각 후보들은 이미 벌판에 내던져진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토론은 시작이다. 앞으로 최소 3차례의 토론이 더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향후 누가 우세를 보이고 하향세를 보일지 주목된다. 유권자 마음을 사로잡을 한마디가 다자토론 구도에서 나올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