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최악이다. 지금까지로 봤을 때 가장 큰 피해는 형사고소 사건이 진행되지 않는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전까지는 검찰에 고소하면 검찰이 수사지휘를 내려 그 수사지휘에 따라 경찰에게 보고하라는 기한이 정해졌지만 지금은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 못한다. 6대 범죄에 일반 시민들이 적용되는 사례가 거의 없다. 경찰에 고소해도 사건 처리가 1개월이 걸릴지 1~2년이 걸릴지 모른다. 처리가 너무 더뎌진다."
"경찰의 무혐의 처리에 불복해 이의 제기 신청할 수 있지만, 경찰에서 대충 수사한 다음에 사건을 덮기 쉬워졌다. 경찰이 사건을 덮어도 검찰이 수사할 수 없게 됐다. 고소 사건은 의미 없어졌다. 서민 피해자만 양산된다. 이건 말이 안된다. 여기에 검수완박까지 하면 불에 기름을 붓는 꼴이다. 어떤 경우에도 피해를 보전 받을 길이 없어진다."
지난 15일 더불어민주당이 소속 의원 172명을 제안자로 하여, 일명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불리는 검찰청법 및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발의했지만, 여파가 만만치 않다.
경찰 일각을 제외하고 대검찰청·평검사들을 비롯해 대한변호사협회·한국형사소송법학회·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법조계 전부가 반대하고 나섰다.
검수완박으로 인해 수많은 피해자들의 권리를 구제할 길이 없어진다는 현실적 이유 때문이다.
정치사건 여부를 떠나 국민 수백만명이 피해자가 될 수 있는 형사사건에서 검사 조력을 전혀 받지 못하고 경찰이 힘없는 피해자의 호소를 외면하기 쉬워졌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온다.
일선에서 형사고소 등 일반 사건을 많이 다루어온 장수혁 가현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검수완박에 대해 위와 같이 설명하면서 "역으로 여야를 가리지 않고 모든 정치인들 입장에서는 완전히 좋은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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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83차 정책의원총회에서 박홍근 원내대표가 일명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과 관련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
장수혁 변호사는 본보의 취재에 "권력자가 어떤 혐의든 안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며 "검수완박은 통과되더라도 분명 위헌 결정을 받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장 변호사는 "헌법 취지를 봤을 때 어떤 식이든 위헌 시비가 안 붙을 수 없다"며 "이렇게 무리수를 두는게 누군가를 구하자는 건데 역풍이 불어서 민주당에게 악영향일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형사소송법학회 인권이사인 김정철 법무법인우리 대표변호사 또한 민주당의 법 개정 발의안에 대해 "법률의 체계적 논리적 구조를 무너뜨려 이해하기 조차 힘들다"며 "확실한 것은 이 법이 통과되어 시행되는 순간 우리 수사 및 사법시스템은 얼마 지나지 않아 멈춘다"고 예고했다.
김정철 변호사는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국회의 입법권을 부정하는 법률안을 발의했다고 가정한다면 이것이 위헌이라고 누구나 알 것'이라며 "헌법의 영장청구권 규정은 검사의 수사권을 전제로 규정된 것임이 명백함에도, 검사를 영장청구대행기관으로 전락시키는 이번 개정안은 위헌을 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경찰의 신청이 있을때만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은 권한이 아니다. 영장청구권을 사실상 경찰에게 부여하는 위헌적 규정"이라며 "판사에 준하는 자격을 갖춘 준사법기관으로서의 검사가 아닌 경찰에게 영장청구권을 부여하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보호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역사에 죄를 짓고 있는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반드시 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심 전문 변호사로 널리 알려져 있는 박준영 변호사 또한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와 관련해 "시스템이 급속도로 망가질 수 있다는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며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하면서 구구절절 수사결과를 기재하지 않는 게 내용이 많을수록 책잡힐 위험이 높아서라고 한다"고 전했다.
박 변호사는 "지금은 충분한 논의와 협의를 통해 검경 수사권 조정을 안착시키는 것이 우선"이라며 "많은 법조인들과 단체, 민변까지도 우려를 이야기하고 있다, 충분한 공론화 없이 일방적으로 정리한다는 게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장애인, 아동 등 취약계층 피해자에 대한 공익 변호사로 유명한 김예원 변호사 역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범죄자들에 짓밟히는 서민들의 삶을 외면하지 말아주세요"라며 "검찰 수사권을 없애려면 경찰 수사에 대한 검찰의 통제 권한부터 마련하라"고 호소했다.
김 변호사는 "경찰은 직접수사실행을, 검찰은 경찰의 수사에 대한 적극적 보강과 법리보완을 해서 충실하게 기소할 수 있게 해달라"고 촉구했다.
특히 김 변호사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수완박과는 상관도 없이 경찰 숙원사업만 조악하게 나열해 놓은 누더기 법안 대체 누가 만든 것이냐"며 "이 법을 막아야 하는 이유는 힘없는 서민 피해자들의 삶을 초토화시키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20대 국회 수사권조정 법안에서 합의된 초안은 '수사는 경찰이, 수사지휘와 기소는 검찰이'였다"며 "그런데 막판에 검사의 수사지휘를 날리면서 검찰에게 6대범죄 수사권 남겨주고, 경찰에게 선물처럼 수사종결권 주는 바람에 실무가 1년만에 이렇게 망가졌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지연되고 뭉개지는 일반 서민들 사건은 대체 어쩌라고 이러냐"며 "작년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은 전례없는 워라밸에 행복해하고 있다. 정작 죽을만큼 힘들어진 건 힘없는 서민 피해자들"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민주당이 발의한 '검수완박' 법 개정안 2건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고 문재인 대통령이 이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실제로 시행되면 과거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과 같은 사례는 묻히게 된다.
기존 검찰보다 더 막강한 경찰 공안이 서울중앙지검 공안부 검사의 결재 없이 시신을 묻어버리면 끝난다. 피해자는 어디에도 호소할 수 없다. 힘없는 서민 피해자들은 더 언급할 것도 없다.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 후 시행되면 대한민국 경찰은 일당독재로 통치하는 중국의 공안보다 더 강력한 기관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그와 반비례해 피해자들의 곡소리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검수완박 강행에 대해 국민 여론은 50% 이상 반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법조계의 경우, 본보가 직접 취재한 모든 변호사들이 입을 모아 한 목소리를 냈다.
다만 이번 검수완박 논란에 대해 경찰측에서 자신의 실명을 걸고 반론을 제기한 경우는 민관기 전국경찰직장협의회(경찰의 노사협의기구) 위원장 뿐이다.
민관기 위원장은 지난 15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나와 "6대 범죄는 일반 서민들이 접할 수 있는 범죄가 아니다"며 "음주, 폭력, 절도, 사기 이런 것을 생활형 서민 범죄라고 하는데, 그간 99%를 경찰이 해왔다"고 반박했다.
민 위원장은 "그전에도 검찰이 해왔던 것을 저희가 하는데 문제가 있다고 하면 '시민들한테는 정말 피해가 갈 수 있겠구나'라고 이야기를 하는게 맞다"며 "(검찰의 주장은) 사실을 왜곡하는 것으로 보여지고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밝혔다.
칼날을 쥐고 있는 것은 국회 172석을 자랑하는 민주당이다. 민주당이 최종적으로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