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소야대 입법 사안 못 건드려 '큰 벽'…정부, 연장근로 등 노동유연성 강조
부당노동행위·대체근로 등 대등성 보장 핵심…'안정·안전·공정·유연성' 물음표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제1차 국정과제점검회의를 열고 노동·교육·연금 등 3대 개혁을 재점검하고 나섰지만, 이날 천명한 '노사 법치주의'를 실제로 이루려면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노동개혁 방향에 대해 노사관계의 안정성, 노동자의 직장 내 안전성, 노동시장의 공정성, 노동 수요에 따른 유연성 등 4가지로 제시했다.

3대 개혁 과제 중 가장 먼저 발표한 분야도 노동이었고,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 이정식 장관은 이날 세션 발표를 통해 "노동법 체계는 과거 1960, 70년대 공장시대 법제를 토대로 하고 있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밟아나가고 있는데 이러한 기반 수요에 맞게끔 노동제도가 바뀌지 않으면 경쟁에서 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관건은 '입법' 가능 여부다.

이날 제시된 거의 모든 노동개혁 사안을 시행하려면, 근로기준법을 비롯해 소위 '노조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노동관계조정법을 개정해야 한다.

   
▲ 윤석열 대통령이 12월 15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차 국정과제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입법은 행정부가 아닌 입법부, 국회의 영역이다. 그리고 국회는 현재 169석을 거느린 '거대야당' 더불어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다.

입법은 윤 대통령의 권한 밖에 있다. 현행법상 정부 시행령을 고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 여소야대라는 현실이 윤 대통령의 '노사 법치주의'를 가로막은 가장 큰 벽인 셈이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이날 점검회의에서 '30인 미만 기업의 추가연장근무 일몰 연장'에 대해 한 국민 패널이 확답을 요구하자 "주 52시간의 탄력적 운영을 30인 이하 사업장에서 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지만, 국회에서 아직 협조를 얻어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아쉬워 했다.

여소야대 구도에서 해당 법조항을 개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이정식 장관이 이날 회의에서 가장 강조한 "부동노동행위-대체근로 등 노사의 대등성을 보장하겠다"는 사안의 경우, 민주당을 비롯해 한국노총·민주노총 등 국내 거대노조 조직 전부 반대하고 있다.

노사 대등성 보장은 노사관계 안정성을 이루기 위해 꼭 필요한 조건이자 '윤석열식' 노동개혁의 핵심이다. 하지만 내후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하지 못하는 한 이루지 못할 꿈이다.

다만 정부가 노동 수요에 따른 유연성 확보 차원에서 추진하려는 ①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 확대 및 ②직무·성과에 따른 임금체계 확립의 경우, ③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의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와 맞물려 여야가 법 개정 협상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이 3가지 모두 노동유연성(①·②)과 노동시장 공정성(③)에 대한 사안으로, 여야가 서로 '빅딜'할 가능성이 크다는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윤 대통령은 회의에서 이러한 노동개혁 사안과 관련해 "정치세력 간 초당적으로 힘을 합쳐서 반드시 풀어야 한다"고 밝혔다.

향후 국회에서 여야가 협치를 이룰지는 미지수다. 내년도 정부예산안 처리조차 불투명한 가운데, 민주당의 비토를 무릅쓰고 정부가 노동개혁을 단행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