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 높아
원자재 가격 올라도 제품가 반영
"전력시장 올해도 지속 성장 전망"
[미디어펜=김견희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이 확전하는 가운데, 수퍼사이클(초호황기)에 접어든 전선 기업 만큼은 예외라는 업계의 관측이 나온다. 미국 현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장은 물론 인프라 확대를 위한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가 잇따르고 있어서다. 

   
▲ LS전선 동해사업장 전경./사진=LS전선 제공


1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양대 전선 기업인 LS전선과 대한전선은 지난해 미국 전력 인프라 시장에서 대규모 수주를 달성했다. LS전선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8.2% 늘어난 2747억 원을 거뒀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6조7660억 원으로 8.8% 증가했다. 

LS전선에 이어 자회사인 LS에코에너지도 지난해 최대 매출고를 올렸다. 해당 기간 매출액은 8689억 원으로 전년보다 18.9%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447억 원으로 51.8% 늘었다. 
탈중국 공급망 기조를 이어가는 미국 내에서 랜케이블 수출이 전년 대비 15% 증가한 것도 호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대한전선 역시 북미 시장 수주 확대에 따라 매출 3조2820억 원, 영업이익 1146억 원을 달성하면서 13년만에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특히 미국에서만 7300억 원 규모의 수주를 달성했다.

북미 시장 성과 배경에는 미국 내 IT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투자가 늘어난 탓으로 분석된다. 이들은 AI 열풍 속 전력망 안정화를 위해 초고압 케이블을 설치하거나 노후 케이블을 교체하는 등 인프라를 구축해나가고 있다. 

수퍼사이클에 올라탄 전선 기업들은 트럼프발 고관세 영향도 피해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날 내달 12일부터 철강이나 알루미늄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구리 관세 부과도 검토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구리는 전선에 주로 사용되는 원자재이며, 초고압 전선 및 해저케이블, 배전선 등에는 알루미늄이 활용된다. 이러한 원자재 가격 인상은 최종 판매 제품 가격에도 반영될 가능성이 높아 타격은 적을 것이라는 업계의 관측이 우세하다. 

또 LS전선 멕시코 공장은 현지 파트너사와 협력을 통해 관세를 부담하고 있다. 고객사가 관세를 부담하는 구조로 계약을 체결해 관세가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실제 수익에는 큰 영향이 없는 것이다. 또  LS전선의 자회사인 가온전선은 미국 현지 공장(LSCUS)을 통해 생산, 공급을 하고 있어 탈중국 공급망 반사이익도 기대된다.

대한전선은 미국내 판매 법인만 보유하고 있으며, 현지 공장은 없다. 현재로썬 국내 충남 당진시에 건설 중인 해저케이블 1·2공장에 우선적으로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미국 내 사업 규모가 커지는 만큼 추후 현지 생산법인 설립과 공장 건설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과 유럽, 중동을 비롯한 주요 시장에서 현지 생산 시설을 인수하는 방안으로 생산 능력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대한전선은 뉴욕의 '노후 초고압 케이블 교체' 프로젝트에도 참여하는 등 현지 대응력을 강화하고 있다.

수퍼사이클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 내 노후 전력망이 40%를 차지하고 있어 향후 교체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앞세워 글로벌 기업들이 미국 내 공장을 유치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점도 미국 현지 전력 수요를 늘리는 데 일조할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전력망 및 전력기기 시장은 인프라 교체와 더불어 AI 및 데이터 센터 수요의 급증으로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된다"며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전선업계는 올해도 호황을 누릴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이 2022년 460Twh에서 2026년 1050Twh로 2배 이상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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