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트럼프 행정부가 고관세 부과 시행 시기를 일시적으로 유예했으나 중국이 보복 관세로 맞서며 전 세계 교역량이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전자 기업들은 대응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미국 정부는 국가별 상호관세는 유예하고, 전 세계 국가에 10%의 기본관세(보편관세)만 부과한 상태다. 다만 유예한 상호관세가 현실화할 경우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들에겐 직격탄일 수밖에 없다. 국내 전자 기업들의 생산 기지는 트럼프가 고관세를 예고한 베트남(46%), 인도(26%) 등에 몰려있다.
이 같은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기업들은 동남아와 멕시코 등의 일부 생산량을 미국 현지로 이전하는 스윙 생산 체제 등을 도입할 수밖에 없다. 또 가전을 만드는데 사용되는 철강과 알루미늄과 같은 원자재 값 상승에 따른 제품 가격 인상도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생산 전략 수정에 나섰다. 상대적으로 낮은 10% 관세율이 적용되는 브라질 공장 생산량을 확대하고,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뉴베리 공장의 가전 생산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은 주로 베트남과 인도에서, TV는 대부분 멕시코에서 생산한다. 이달 30일 예정된 1분기 실적 발표 직후 열리는 컨퍼런스콜에서도 불확실성을 야기하는 미국 관세 정책 대응 방향도 언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는 관세 인상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구상 중이다.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특별 강연에 앞서 "관세 인상 폭이 커지면 가격 인상을 검토할 수 있다"며 "미국 공장 증설은 사실상 가장 마지막 단계"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지금 당장은 미국 내 현지 생산량을 늘리는 등 생산량 조절을 통해 대응을 이어가겠다는 뜻이다.
LG전자는 앞서 1분기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콜을 통해 "관세 대응 전체 금액에 대한 제조 원가 개선과 판가 인상 등 전체 로드맵은 이미 준비돼 있다"며 "판가 인상에 대한 고객사 협의는 이미 완료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정부 차원의 지원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에선 자유무역협정(FTA) 네트워크 확대와 더불어 부품·원자재 국산화, 수출 보험 등 리스크 대응 장치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기업의 기민한 대응과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맞물려야 지속적인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 이슈가 단기적 리스크를 넘어 중장기적 변수로 떠오르고 있어 정부 차원 지원도 필요하다"며 "단순 생산 이전을 넘어 부품, 물류, 통관까지 아우르는 글로벌 밸류체인 재편이 본격화하고 있는 시점이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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