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 강화·기술주권 확보·정권 초월 전략 제안
[미디어펜=김견희 기자]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최종현학술원이 8일 ‘기술패권 시대, 흔들리지 않는 과학기술 국가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기술 패권 경쟁 심화 속에서 지속 가능한 과학기술 정책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정책 제언서다.

   
▲ 최종현학술원(이사장 최태원 SK 회장)이 발간한 '기술패권 시대, 흔들리지 않는 과학기술 국가 전략' 보고서./사진=최종현학술원


이번 보고서는 지난 4월 열린 과학기술 정책 포럼 논의를 토대로 최종현학술원 과학기술혁신위원회가 집필했다. 염한웅 포스텍(POSTECH) 교수, 이상엽 KAIST 교수, 이정동 서울대 교수 등 석학들이 참여했으며 보고서는 △국가 R&D 전략 △인재 양성과 연구 생태계 △기술주권과 정책 거버넌스 혁신 등 3대 축을 중심으로 과학기술 정책 대전환을 촉구했다.

염 교수는 “한국 과학기술 정책은 여전히 ‘선택과 집중’이라는 구시대적 추격자 프레임에 머물러 있다”며 “정부가 전략 기술에 예산을 집중하는 방식은 오히려 퍼스트 무버 전략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젊은 연구자들이 창의적 주제를 연구하기 어렵고, 모험적 시도가 위축되는 현실”이라며 민간 주도 생태계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정동 교수는 “중국은 산업의 다양성과 스케일을 기반으로 기술 리더로 부상 중”이라며 “한국도 독창적 원천기술을 제시하지 않으면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대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또 정권 교체 때마다 반복되는 정책 단절이 과학기술의 지속가능성을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권을 초월한 장기 전략 수립 △민간·학계 중심의 자율적 생태계 조성 등을 제안했다.

염 교수는 “우리나라의 기초연구 비중은 전체 R&D 예산의 18%로, 주요 선진국 대비 낮다”며 “AI, 바이오, 반도체 등의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해 기초과학 강화가 필수”라고 말했다.

기술주권 확보를 위한 방안도 제시됐다. 이상엽 교수는 “대체 불가능한 기술, 산업, 제품, 서비스(NFTIPS)를 확보해야 한다”며 “한국만의 독자 기술 확보가 기술주권 전략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정동 교수는 “기술주권은 외교·안보·산업·인재 정책이 얽힌 문제”라며 “대통령 직속 기술주권 워룸(War Room)을 설치해 부처 간 정보 통합과 실시간 대응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인재 전략의 전환도 요구했다. 단순한 두뇌 유입을 넘어 ‘브레인 홈 코리아(Brain Home Korea)’를 비전으로, 국내외 인재들이 한국을 연구와 삶의 터전으로 삼을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자의 보상, 비자 제도, 가족 정착 지원과 같은 인프라 개선이 핵심 과제로 꼽혔다.

이상엽 교수는 “청년들이 과학기술인을 기피하는 이유는 높은 진입 장벽에 비해 낮은 보상 구조 때문”이라며 “과학기술인을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과 함께 실질적인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보고서 집필진은 헌법 제127조가 과학기술을 경제 발전 수단으로 한정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과학기술의 독립적 가치 인정과 헌법 개정 검토 필요성도 함께 제기했다.

최종현학술원은 올 하반기 ‘과학기술 인재 전략’을 주제로 후속 포럼을 개최할 계획이다. 이번 보고서는 최종현학술원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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