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액공제·민관펀드·K-팹리스 밸리 등 전방위 지원
'정책-기술-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 기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1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산업계에서도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AI(인공지능), 반도체, 조선, 방산 등 주요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는 등 친기업 행보를 보이면서 각 산업군에서도 성장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특히 우리 경제가 0%대 성장률이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전쟁 및 관세 등 외교 문제 같은 대외적 변수가  해결될 실마리가 보임에 따라 기대도 커진다. 다만 이재명 대통령은 상법 및 노동법 개정안 등을 통해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이에 대한 신중론도 수면 위로 떠오른다. 이에 미디어펜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 이후 나타날 각 산업별 정책 방향과 통상, 노조 환경 등의 변화를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미디어펜=김견희 기자]이재명 정부가 반도체 산업을 '국가 미래 안보 자산'으로 규정하며 생태계 전반의 대대적인 재편에 나섰다. 메모리 중심 구조에서 시스템 반도체로 무게 중심을 옮기고 경쟁력 확보에 속도를 내면서 '정책-기술-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 형성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 삼성전자 반도체 클린룸./사진=삼성전자 제공


10일 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는 반도체 패권 확보를 국정 핵심 과제로 삼고 시스템 반도체 재편, 전문 인력 육성, 국내 생산 세액 공제 등을 포함한 전방위 개편에 돌입했다. 정부가 나서 민관 펀드를 조성하는 등 적극적으로 앞장서면서 민간 투자를 이끌어내겠다는 기조다. 이는 시장의 흐름에 맡기기 보다 미국과 대만처럼 정부가 생태계 구축과 지원에 적극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 메모리 중심에서 시스템 반도체로...산업 구조 전환에 '방점'

정부가 가장 먼저 손질에 나서려는 건 산업 구조다. 기존 메모리 중심 산업 생태계를 시스템 반도체 중심으로 전환하고, 소자·설계·검증까지 포함한 전방위 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데 방점을 뒀다. 이를 위해 팹리스 육성과 EDA(전자설계자동화) 소프트웨어 인프라 구축, IP 확보 전략 등을 병행 추진한다.

이를 위해 판교를 중심으로 K-팹리스(설계) 밸리를 조성하고 연구개발(R&D) 지원을 확대한다. 또 △EDA 툴 국산화 △전문 인력 양성 △공공 수요 연계 R&D 확대 등의 방안이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제조 부문에선 2나노 이하 공정 기반 시스템반도체 생태계를 조성하고, 첨단 패키징 등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중소기업과 주요 대기업 간 협력을 강화하고, 첨단 반도체 양산 연계형 미니팹(테스트베드)의 조기 구축으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강소·중견기업 지원 강화, 글로벌 소부장 기업의 국내 유치 등도 적극 이뤄질 전망이다. 국내 팹리스 대다수가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으로 구성된 만큼, 40조 원 투자를 약속한 벤처 투자 시장 조성안과 연계한 정책도 나올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3월 20일 서울 강남구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SAFY)에서 만나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제공


◆ '한국판 IRA' 생산 세액 공제...공급망 안정 기대

이재명 정부의 핵심 정책 중 하나는 '반도체 생산 세액 공제' 도입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당시부터 국내 생산·판매 반도체에 대해 최대 10% 수준의 세액을 환급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반도체에 대한 일정 비율을 세액 공제해주는 방식이다. 미국의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처럼 직접적인 생산 인센티브를 부여해 기업 투자 확대는 물론 글로벌 공급망 안정에도 기여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이를 반도체특별법과 연계해 관련 세제·재정·행정 지원을 통합 운영하는 체계도 준비 중이다. 이와 별도로 대통령 직속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위원회' 설립도 검토되고 있다. 이러한 제도는 기업의 실적 개선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AI 분야와 연계도 강화된다. 정부는 AI 팩·AI 반도체 전용 SOC(사회간접자본) 지정을 통해 GPU·AI 서버 국산화, 고성능 반도체 내재화 등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AI 산업과 반도체 산업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시장에서는 관련 정책이 본격화될 경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DB하이텍, 리벨리온, 퓨리오사AI 등 국내 AI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 확대가 잇따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AI 반도체의 경우 2027년까지 연평균 18% 이상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같은 전환은 미국, 일본 등 주요국의 반도체 정책 기조와 궤를 같이한다. 미국은 반도체지원법(칩스법)을 통해 생산시설 투자에 최대 25%의 세액 공제 및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고, 일본도 TSMC·라피더스 유치를 위해 막대한 설비 보조금을 투입 중이다.

   
▲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 중인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 모습./사진=삼성전자 제공


◆ 반도체 산업 지원 정책 전환기...법제화·현장 적용 과제 남아

반도체 지원 관련 정책을 실현하기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생산 세액 공제는 국회 입법 과정이 필수인 데다 외국 정부와의 통상 마찰도 배제할 수 없다. 또 AI 반도체에 대한 수요 확대 없이 공급 확대만 이뤄질 경우 과잉 투자 논란도 불가피 하다. 

이 중에서도 가장 큰 난관은 반도체특별법이다. 반도체 산업을 대상으로 지원 강화, 규제 완화, 인프라 구축, 인재 양성 등을 골자로 하는 반도체특별법은 지난 2022년 국회에서 처음 제정됐지만, 주 52시간 근로 예외를 두고 여야 간 의견 대립으로 3년 째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러한 반도체특별법이 계류되면서 반도체 투자세 공제율을 인상하는 조세특례법 개정안, 국가 전력망을 확충한다는 에너지산업법 등을 묶은 'K-칩스법'도 지지부진항 상황이다. 

다만 반도체특별법은 지난달 17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신속처리(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됐다. 최장 330일(내년 3월13일) 이내 본회의에 자동 상정되나, 여야 합의 시 이 기간을 더욱 단축할 수 있다. 이재명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주 52시간 예외 항목을 배제한 채 연내 반도체특별법 통과를 목표로 한다.

업계 관계자는 "주 52시간 근무 예외 부분은 근로기준법에서 손을 대야지, 반도체특별법에서 의견 충돌로 시간을 허비할 필요가 없다"며 "반도체특별법을 통과를 시작으로 조세특례법 개정안, 국가 전력망 확충 관련 에너지산업법 등을 묶은 K-칩스법이 조속히 실행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업이 잘 살아야 경제가 살고 일자리가 늘어난다"며 "정책적 방향성은 긍정적이지만, 실제 현장에 적용되기까지는 법적 기반과 유인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