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미국 정부가 철강 파생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한 국내 가전 기업들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냉장고, 세탁기 등 주요 가전 제품이 관세 대상에 포함되면서 미국 수출길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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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멕시코시티에서 진행된 삼성전자 '2025 중남미 테크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비스포크 AI 가전' 신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는 철강 제품에 이어 이를 소재로 한 파생 제품에 대해서도 관세 부과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새로 포함된 품목에는 가전 제품을 비롯해 철강으로 제작된 각종 소비재가 대거 포함됐다. 이 조치는 오는 23일부터 발효된다.
철강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국 현지에서 생산하는 가전의 주 재료다. 삼성전자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공장에서 세탁기를, LG전자는 미국 테네시주 공장에서 세탁기와 건조기를 각각 생산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국 현지에서 생산라인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는 전체 중 일부 물량으로, 상당 부분이 한국과 멕시코 등 제3국 생산 시설에서 만들어 수출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이 같은 관세 조치는 실제 소비자 공급 가격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만약 공급 가격에 반영하지 않을 경우 수익성 약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
미국에서 일부 생산하는 물량 역시 주로 미국에서 판매를 하지만, 주 재료인 철강은 한국과 멕시코 등에서 수입하는 구조다. 결국 미국에서 가전 제품을 만든다고 하더라도 결국 관세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국 내에서 세탁기 등을 조립·생산하고 있지만, 한국과 멕시코 공장에서 미국으로 보내는 물량이 여전히 크다"며 "이번 관세 확대는 단기적으로 공급 비용을 높이고, 장기적으로는 수익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말했다.
특히 고관세 대상 국가 중 하나인 멕시코는 한국 가전 기업들의 대미 수출 전진 기지 역할을 해온 곳으로, 이번 조치로 인해 관세 회피 목적의 제 3국 생산 전략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각 기업에선 관세 인상에 따른 출고가 조정, 현지 생산 비중 확대 등 다양한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즉각적인 구조 전환은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삼성전자는 주요 생산 기지국인 멕시코 생산 물량의 수출 방식에 변화를 줄 것으로 보인다. 고관세 적용 국가 이 외 국가에서 생산한 물량을 미국으로 보내는 방안도 거론된다. LG전자 역시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에 기반한 스윙 생산체제를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철강 파생 관세 조치로 철강, 자동차, 가전 등 미국 내 의존도가 높은 산업을 중심으로 수출 전략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보호무역주의가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 차원의 통상 대응력 강화와 함께 기업들도 수출 시장 다변화와 현지화 전략을 병행해야 할 시점이다"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월 미국이 엄청난 무역 적자로 인해 비상사태에 처했다며 세계 185개 국가 및 지역에 10~50%에 달하는 상호관세를 부과했다가 부분적으로 유예한 바 있다. 이 때 트럼프 정부는 해당 관세들을 부과하면서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앞세웠다.
하지만 미국 연방국제통상법원(CIT) 재판부는 지난 5월 28일 미국 기업 5곳과 오리건주 등 12개 주(州)정부가 트럼프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펜타닐·상호관세 무효 소송 재판에서 원고인단의 청구를 인용해 해당 관세들이 무효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최근 CIT가 항소심 본안 심리(7월 31일)까지 상호관세 징수가 유효하다고 밝힌 데 따라 최소 변론 기일까지는 관세를 걷을 수 있을 전망이다. 한국 정부는 현재 상황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으며, 산업통상자원부와 외교부는 관련 업계와의 협의를 통해 대응책 마련에 나설 계획이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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