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삼성전자가 브로드컴에 이어 AMD에도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할 것이란 소식이 들리면서 시장 점유율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다. 지난해 DS(반도체)부문 구원투수로 투입된 '전영현 체제' 이후 설계 개선과 품질 조정 등 일련의 조치들이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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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1월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서 열린 NRD-K 설비반입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 제공 |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브로드컴의 차세대 AI 칩에 HBM3E 8단 제품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브로드컴은 팹리스(설계 전문) 3위 업체로, 글로벌 빅테크의 AI 데이터센터용 칩 설계를 도맡고 있다.
이번 공급 계약 체결은 삼성전자의 HBM 시장 내 입지를 확대하는 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42% 수준인 시장 점유율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도 높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52.5%, 삼성전자가 42.4%, 마이크론이 5.1%로 나타났다.
브로드컴뿐만이 아니다. AMD는 이달 1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AI 어드밴싱 2025' 행사에서 신형 AI 가속기 MI325X에 삼성전자 HBM3E 12단 제품을 적용했다고 밝히면서 삼성전자의 입지는 더욱 확대되는 모양새다.
삼성전자는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이 지난해 5월 DS부문 수장으로 복귀하면서 반전의 기회를 모색해왔다. 그간 회사는 HBM 기술력의 근간인 D램 설계 일부를 변경하고, 열 제어 및 적층 공정 정밀도를 높이는 등 제품 신뢰성 개선에 집중해왔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쌓아 만든 반도체로 AI 칩에 탑재된다.
이처럼 전 부회장이 DS부문 사령탑에 앉은 이후 안팎으로 체질 개선에 힘써온 것들이 가시화 되고 있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AMD와 브로드컴 같은 주요 파트너로부터 실사용 피드백을 얻어낸 것은 의미가 크다"며 "하반기 엔비디아 등 주요 수요처와 긍정적 협상도 기대해볼만 하다"고 말했다.
엔비디아 퀄테스트(품질 인증)만 통과한다면 삼성전자의 시장 내 입지는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로부터 5세대 HBM인 HBM3E 12단 제품 공급을 위한 퀄테스트 절차를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일각에선 엔비디아가 요구하는 조건을 거의 다 맞췄다는 이야기도 흘러 나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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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반도체 클린룸./사진=삼성전자 제공 |
◆ 삼성, 6세대 HBM4 시장서 승부수 띄운다
전영현 부회장은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HBM4, 커스텀(맞춤형) HBM 등 신시장에 대해서는 작년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차질 없이 계획대로 개발하고 양산할 것이다"고 밝혔다.
전 부회장의 언급처럼 삼성전자는 연내 HBM3E 12단 제품의 양산 속도를 높이는 한편 6세대 HBM4 개발도 본격화하고 있다. 개화를 앞둔 6세대 HBM 시장에선 경쟁사에 주도권을 내주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파운드리 사업에선 올해 상반기 3나노미터(㎚·10억 분의 1m) 양산에 이어 하반기 2나노 양산까지 들어가는 게 목표다. 공정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안정적인 수율로 제품 완성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도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설비 투자(CAPEX)에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1% 늘어난 12조 원 가까이를 사용했는데, 이 중에서 DS부문에 들인 시설 투자 비용이 10조9480억 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투자 금액의 91.2% 차지한다.
한편 전 부회장이 주재하는 DS부문 글로벌 전략 회의는 이날 열렸다. 상반기 성과를 공유하고 하반기 전략 등을 점검하는 이번 회의에서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메모리사업부는 하반기 HBM 퀄테스트 대응과 HBM4 개발 상황에 대한 논의가 오간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동향도 주요 논점이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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