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스마트폰 시장 양대 기업인 삼성전자와 애플이 인공지능(AI) 전략을 두고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가 온디바이스 AI를 중심으로 플래그십 모델은 물론 중·보급형 제품까지 AI 기능을 빠르게 확대‧적용하고 있는 반면 애플은 혁신적인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혹평이 잇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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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갤럭시 AI 기능 '포토 어시스트'의 '생성형 편집' 기능을 사용하는 모습./사진=삼성전자 제공 |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1월 온디바이스 AI 기능을 담은 '갤럭시 S24' 시리즈를 공개하면서 AI 스마폰 시장의 포문을 열었다. 갤럭시 S24의 주요 기능으로는 텍스트 요약, 실시간 통역, 검색 기반 AI 기능 등으로, 사용자 경험에 방점을 찍은 게 특징이다. 당시 시장에선 갤럭시 S24를 두고 스마트폰 AI 경험의 혁신이라는 평가가 잇따랐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AI 기능을 플래그십 모델뿐 아니라 갤럭시A 시리즈 등 보급형 스마트폰에도 적용시켜 갤럭시가 지향하는 '모두의 AI'라는 목표에 걸맞게 대중화를 이끌고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AI는 특별한 사람의 것이 아닌,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라는 방향성을 강조하면서 제품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하반기 전략 모델이면서 내달 출시 예정인 갤럭시 Z 시리즈 향상된 갤럭시 AI 기능이 탑재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AI를 단순 기술로 치부하는 것이 아닌 사용자 중심으로, 일상 속에서 AI를 누릴 수 있도록 혁신을 가속해야한다는 기조를 갖고 있다"며 "이러한 온디바이스 기반 스마트폰 AI 기술 경쟁력에서 타사보다 한 발 앞서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삼성전자의 구글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일각의 우려는 여전하다. 갤럭시 AI는 하이브리드 생성형 AI 모델로, 온디바이스 AI와 파트너 생성형 AI 모델을 클라우드 AI가 결합된 형태다. 삼성 자체 AI 이 외에 오픈AI(챗GPT), 구글 제미나이(Gemini) 등 생성형 AI 파트너와 연동해 유연하게 상황에 맞춰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이런 상황이 AI 발전의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시장 일각의 시각이다.
◆ 애플만의 AI 실종...WWDC 직후 시장 반응 ‘시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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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퀴드 글래스가 적용된 아이폰 화면./사진=애플 제공 |
애플은 그간 AI 전략 공개 시점을 계속 늦추고 구체적인 로드맵을 내놓지 못하면서 'AI 지각생'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지난해부터 애플 GPT 등 자체 AI 모델인 '애플 인텔리전스' 개발 소식은 꾸준히 이어졌지만, 지지부진 해오다가 최근 막을 내린 애플의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처음으로 AI 전략을 공개했다. 하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애플이 공개한 메시지 요약, 텍스트 자동완성, 이모지 생성 등 주요 AI 기능은 이미 삼성전자와 구글 등이 상용화한 것들이다. 독보적인 AI 기술력 부재로 '혁신의 아이콘'이었던 애플의 자부심이 흔들렷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또 애플은 화면에 표시된 내용을 검색하고 챗GPT에 질문할 수 있도록 '시각 지능' 기능을 업데이트 했다고 발표했지만, 이에 대한 시장의 반응도 싸늘하다. 해당 기능 역시 삼성전자가 '갤럭시 AI'를 통해 선제적으로 선보인 것이다.
그간 시장의 기대를 모았던 음성 인식 비서 '시리'의 업그레이드도 공개되지 않았다. 애플은 작년에 시리와 생성형 AI를 결합해 사용성을 끌어올린 '시리 2.0' 버전을 올해 공개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를 두고 크레이그 페더리기 애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수석 부사장은 "높은 품질 기준을 충족하려면 시리 2.0 개발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발 고관세 리스크도 감내해야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해외에서 생산한 스마트폰에 관세 25% 부과를 예고한 상황이다. 애플의 주요 생산기지가 있는 중국과 베트남도 예외는 아니다. 애플은 이미 중국에서 인도로의 생산 이전을 추진 중이며, 폭스콘이 인도에서 생산한 아이폰의 97%를 미국으로 수출하는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은 이미 지난해 1월 출시한 갤럭시 S24 시리즈에서부터 AI 기능을 대거 탑재하며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데, 애플은 그에 대한 실질적인 대응이 1년 가까이 지연됐다"며 "AI 격차가 단순 기술을 넘어 브랜드 위상까지 흔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삼성은 기술, 제품, 생산, 생태계까지 AI 중심 전략 전환이 기민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애플은 WWDC 이후 상징적인 발표에 그쳤다는 평가가 많다"며 "이 같은 기조가 이어진다면 스마트폰 주도권이 점차 삼성 쪽으로 기울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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