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C·GaN 기반 차세대 공정 개발
올해 2분기 영업이익도 ‘청신호’
[미디어펜=김견희 기자]DB하이텍이 전력반도체를 축으로 한 ‘선택과 집중’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범용 공정 중심의 대형 파운드리와는 차별화된 특화 공정 체제를 고수하면서 고수익성 산업 중심의 틈새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기술 진입 장벽이 높고 고객사 맞춤 개발이 필요한 산업용 반도체 시장을 정밀 타깃으로 삼아, 고부가 수익 구조를 강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 DB하이텍 부천 캠퍼스 전경./사진=DB하이텍 제공


2일 업계에 따르면 DB하이텍은 전력반도체, 전력관리칩(PMIC), 센서 등 고수익성 제품군에 사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디스플레이구동칩(DDI), 금속산화물반도체(CMOS) 등 범용 아날로그 제품 대신, 고전압·고신뢰성 특화 제품 중심의 구조로 전환한 것이다. 생산 방식 역시 다품종 소량 생산에 최적화된 8인치 기반 공정을 유지하면서, 고객 맞춤형 주문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전력반도체와 PMIC, 센서 등은 설계·개발 기간이 길고 공정 기술도 고난도로, 한 번 고객사에 진입하면 장기 공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특화 제품은 양산보다 설계 초기 단계에서의 기술 협력이 중요하다”며 “한 번 확보한 고객과의 관계는 쉽게 바뀌지 않아 수익 안정성 측면에서도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전략은 실적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DB하이텍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2974억 원, 영업이익 525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4%, 28% 증가했다. 특히 매출에서 전력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60% 이상으로, 단일 사업 부문 중 가장 높은 비중이다.

이와 함께 회사는 최근 SiC(실리콘 카바이드), GaN(질화갈륨) 기반 차세대 전력소자 공정 개발도 본격화했다. 기존 실리콘 기반 전력반도체보다 내전압·내열성이 우수한 SiC·GaN 소재는 전기차·산업용 인버터·고속충전기·ESS 등에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DB하이텍은 올해 독일 'PCIM Europe 2025'에서 8인치 기반 SiC 소자와 650V GaN HEMT(고전자이동 트랜지스터)를 공개하며 차세대 경쟁력도 과시한 바 있다.

실적도 뚜렷한 회복세를 나타낸다. DB하이텍은 지난 2022년 역대 최고 실적(영업이익 7619억 원)을 2023~2024년 메모리 경기 침체와 설비 투자 증가 영향으로 이익이 다소 둔화됐다. 하지만 최근 전력반도체 중심의 포트폴리오 강화, 고객사 다변화, 고부가 제품 비중 확대 등의 영향으로 뚜렷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2분기 실적 역시 맑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시장에선 DB하이텍의 틈새 시장 공략으로 실적을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메모리 반도체 생태계에서 틈새가 기회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글로벌 공급망 재편, 차량 전동화, 에너지 전환 등이 맞물리며 특화 파운드리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되는 분위기다. 

이처럼 DB하이텍은 대형 파운드리와의 정면 경쟁을 피하면서, 틈새 수요에 최적화된 기술력과 유연성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특화 파운드리 전략으로 기술 자립과 수익성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반도체 산업의 또 다른 성장 축으로 자리매김해나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DB하이텍은 대규모 공정 경쟁 대신 틈새 수요에 최적화된 기술력과 유연성을 기반으로, 전력반도체와 PMIC 중심의 고부가 영역에서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며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고효율 반도체 수요 확산이 이어지면서 시장 입지는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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