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재고충당·비수기 악재 겹쳐
3나노·HBM4 앞세워 하반기 승부수
[미디어펜=김견희 기자]삼성전자가 글로벌 수요 둔화와 미국 관세 영향으로 2분기 실적에서 주춤했다. 스마트폰 갤럭시 비수기와 맞물려 전략 제품의 부재, 메모리 부문 부진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하반기에는 파운드리 공정 수율 개선과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주 본격화가 예상되면서 실적 반등 기대감이 나온다. 

   
▲ 삼성전자 태평로 사옥 전경./사진=미디어펜DB


삼성전자는 8일 잠정 실적 공시를 통해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63조 원, 영업이익 6조1000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0.4%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5.3% 감소한 금액이다. 분기 영업이익 기준으로 2023년 2분기(6685억 원) 이후 2년 만에 최저다.

회사는 이날 공시한 설명 자료에서 "DS 재고 충당 및 첨단 AI 칩에 대한 대중 제재 영향 등으로 전 분기 대비 이익이 하락했다"며 "메모리 사업은 재고자산 평가 충당금 같은 일회성 비용 등으로 실적이 하락했으나 개선된 HBM 제품은 고객별로 평가 및 출하가 진행 중이다"고 말했다.

이어 "비메모리 사업은 첨단 AI 칩에 대한 대중 제재로 판매 제약 및 관련 재고 충당이 발생했으며 라인 가동률 저하가 지속돼 실적이 하락했다"면서 "하반기는 점진적 수요 회복에 따른 가동률 개선으로 적자 축소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선 갤럭시 S25 이후 모바일 비수기 영향과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의 실적 악화를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D램과 낸드플래시의 평균판매단가(ASP)가 예상보다 크게 오르지 못한 데다, HBM 공급 기여도 역시 여전히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소비 둔화와 함께 무역환경 변화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미국의 통상정책에 따른 관세 압박이 이어지고 있고, 이는 북미 수출 비중이 높은 모바일·가전 부문의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또 철강·알루미늄 파생 관세, 물류비 상승 등은 수익성에 추가적인 부담을 안긴 요인으로 분석된다.

증권가에선 DS부문의 2분기 영업이익이 1조 원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국의 대중반도체 제재와 더불어 재고자산 평가 충당금 반영으로 영업이익이 시장 예상치를 크게 하회했다는 분석이다. 재고평가 충당금은 가격(재고 가치)이 내려가면서 원래 시장가를 받지 못할 것으로 예상될 때 하락분을 반영해두는 일종의 비용 개념이다.

가전과 TV 사업 역시 글로벌 소비 둔화와 관세 불확실성으로 3000억~4000억 원의 영업이익에 그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만 모바일경험(MX)사업부에서 비수기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 출하량이 증가했고, 지난 5월 출시한 갤럭시 S25 엣지 신제품 출시 효과에 힘입어 2조50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관측된다. 

또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는 갤럭시 스마트폰 출하량이 비수기에도 상대적으로 호조세를 보이면서 1분기와 비슷한 5000억 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 중국 시안의 삼성전자 낸드플래시 메모리 반도체 생산공장. /사진=삼성전자 제공


◆ 삼성전자, 6세대 D램...하반기 반등 노린다

시장에선 삼성전자의 이번 2분기 실적이 최고 저점이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반기부터 메모리 사업을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이면서 전체 실적이 반등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특히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로의 공급 확대가 본격화될 경우 DS부문 실적도 빠르게 개선세를 보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 6HBM4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달 말 10㎚(나노미터)급 6세대(1c) D램의 PRA(양산 준비 승인)를 마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1c D램 기반인 HBM4 양산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파운드리 수율 안정화 역시 긍정적인 요인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차세대 GAA(게이트올어라운드) 공정 기반 3나노미터(nm) 수율을 60% 이상으로 끌어올린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1b 공정인 HBM3E 제품 수율의 경우 실온 작동 테스트 기준 약 50%, 고온에서 시험할 때는 60~70% 수준일 것으로 업계는 추측하고 있다. 

HBM은 AI 반도체 필수 부품으로, 수익성이 높은 고부가 제품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HBM 매출을 반영할 수 있을 경우 연간 실적 반등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는 AI 반도체 수요 확대와 함께 수율·공정 안정화에 따른 고객 신뢰 회복이 관건"이라며 "삼성전자의 메모리 및 파운드리 경쟁력에 대한 시장 기대감도 점차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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