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올해 상반기까지 숨고르기를 이어온 디스플레이 업계가 하반기 실적 반등을 위한 시동을 본격적으로 걸고 있다. 주요 기업인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차세대 OLED 기술 고도화에 방점을 찍고, 폴더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및 무편광 OLED(COE) 패널 등을 중심으로 한 고부가가치 제품 확대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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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리는 '컴퓨텍스 2025' 삼성디스플레이 전시 부스 전경./사진=삼성디스플레이 제공 |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차세대 폴더블 OLED 및 무편광 OLED 기술을 핵심으로 프리미엄 중심 포트폴리오 재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COE 기술이 저전력·슬림화 등 AI 기기가 요구하는 전력 효율 수요와 맞물리면서 단순 기술 경쟁을 넘어 향후 모바일 디스플레이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서다.
COE는 기존 편광판을 제거하고, 봉지층(Encapsulation Layer) 위에 컬러 필터를 직접 증착하는 방식으로, 디스플레이의 두께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동시에 빛 투과율과 발광 효율을 높이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폴더블 OLED 패널 기준으로 기존 대비 최대 25% 이상 얇게 구현 가능하며, 전력 소비 역시 크게 줄일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애플의 첫 폴더블 아이폰 출시에 대비해 전용 OLED 패널 생산라인을 구축 중이다. 충남 아산에 위치한 A3 공장 내 6세대 라인을 활용해 월 4만 장 규모의 생산 능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이는 7.76인치 폴더블 패널 기준 연간 약 3000만 대를 커버할 수 있는 물량으로 추정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미 '갤럭시 Z 플립' 시리즈에 COE 기술을 적용, 상용화하면서 시장 주도권을 확보한 상태다.
애플은 2026년 하반기 첫 폴더블폰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초기 생산 물량은 약 600만~800만 대 수준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이에 맞춰 COE(무편광 OLED) 기술을 적용한 패널 생산을 준비 중이며, 향후 기존 아이폰과 아이패드 라인업까지 COE 패널 공급을 확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처럼 COE 기술은 폴더블뿐 아니라 향후 바 타입 아이폰 및 아이패드 라인업에도 적용 확대가 유력시되면서, 관련 기술과 공급망 확보 경쟁도 가속화하는 분위기다
LG디스플레이 역시 COE 중심의 기술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회사는 지난 6월, 총 1조2600억 원 규모의 OLED 신규 설비 투자 계획을 발표했으며 이 중 약 7000억 원을 차세대 COE 생산 설비 구축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완공 시점은 2027년 6월로 예상된다. LG디스플레이의 이 같은 움직임 역시 주요 고객사인 애플의 향후 바 타입 제품 OLED 라인업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이뿐만 아니다. LG디스플레이는 중소형 모바일 디스플레이뿐 아니라 자동차용 P(플라스틱)-OLED, 게이밍 OLED 등 틈새 고부가 시장 공략도 병행하고 있어 프리미엄 OLED 중심의 구조적 전환이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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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디스플레이 SID 2025 4세대 OLED./사진=LG디스플레이 제공 |
◆ COE 기술, 전력 효율·슬림화 갖춘 차세대 OLED
이처럼 COE 기술이 부상하는 배경에는 디스플레이 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능을 탑재한 스마트폰, 증강현실(XR) 기반 기기 등 고성능 모바일 기기의 확산으로 디스플레이의 저전력·고효율 요구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스마트폰 AI 기능 강화에 따른 전력 소비 개선 요구는 COE 기술 확산을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COE 방식처럼 편광판 제거로 전력 절감이 가능해질 경우, 고성능 AI 스마트폰의 배터리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COE는 단순한 구조 개선 기술을 넘어, 차세대 모바일 디스플레이의 표준을 다시 쓰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또 COE 기반 OLED는 양산 기술력과 수율 관리 역량이 핵심 경쟁 요소로 작용하는 분야로, 중국과의 격차를 유지할 수 있는 기술적 무기로 평가받고 있기도 하다. 중국 BOE, CSOT 등 후발 OLED 업체들의 저가 공세에 맞서 삼성과 LG디스플레이는 고도의 기술력을 고수하면서 고부가가치 제품에 집중하는 전략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내년부터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COE 기술 적용이 빠르게 확산할 경우, 장기적으로는 디스플레이 업계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특히 고객사 신제품 출시 효과, 노트북·태블릿 OLED 수요 반등, AI 기반 기기의 패널 수요 확대 등 복합적인 수요 회복 요인들이 실적 반등을 뒷받침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감이 나온다.
다만 올해 상반기까지는 디스플레이 업계의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계절적 비수기와 북미 고객사 주문 감소, 환율 하락 등의 영향으로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비슷한 수준인 5000억 원에 그쳤고, LG디스플레이는 영업손실 1160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폭이 확대됐다. 특히 모바일용 OLED 패널의 수요 둔화와 환율 부담이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COE 기술은 향후 3~5년 내 모바일 디스플레이 시장 재편의 중심에 설 수 있는 기술적 전환점"이라며 "삼성과 LG 모두 고부가 OLED 중심 포트폴리오 고도화가 실적 반등의 핵심으로, 하반기부터 기술이 실적을 끌어올리는 구조가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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