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뒤 살아남을 기술"…전략 사업 내실 다지기 본격화
[미디어펜=김견희 기자]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선택과 집중 기조를 이어가면서 그룹 내실 다지기와 주요 전략 사업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10년 뒤에도 살아남을 기술'이라는 원칙 아래 인공지능(AI)·전장·2차 전지 소재를 3대 축으로 삼고 성장 로드맵을 그려나가고 있다. 

   
▲ 지난해 10월 경기도 이천 LG인화원에서 열린 사장단 워크숍에 참석한 구광모 LG그룹 회장(가운데)./사진=LG그룹 제공


7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취임 7년차인 구 회장은 그간 공식 발언을 강조하기 보다 실행력을 중심으로 전략 회의와 내부 메시지를 통해 그룹 방향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지난 2022년부터 사장단 회의 대신 최고경영자(CEO) 전략 회의를 중심으로 그룹 방향성을 논의한다거나, 그룹 차원의 디지털 전환(DX)도 공식 선언 보다 LG AI연구원·LG CNS 를 중심으로 구체화하고 있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구 회장의 이 같은 경영 행보는 선택과 집중에 따른 실행력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상반기까지 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 흐름 역시 불안정한 국내외 정세 속에서도 그의 조용한 리더십 기조와 맞물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실적을 이어나가고 있다. 

실제로 LG CNS는 AI·클라우드 매출 확대에 힘입어 상반기 영업이익이 30% 가까이 늘었고, LG에너지솔루션은 인프레이션감축법(IRA) 보조금 없이도 6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LG전자 전장부문은 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LG이노텍도 기판·전장 부문을 중심으로 구조적으로는 수익성을 방어했다.

   
▲ 구광모 LG 회장이 인도 뉴델리에 위치한 LG전자 노이다 생산공장을 찾아 에어컨 생산과정을 살펴보고 있다./사진=LG그룹 제공


◆ 전략 사업 강화 나서는 LG그룹...구광모표 내실 다지기 '방점'

구 회장은 미래 먹거리가 단순 확장보다 기술 내재화와 고객 중심 사업 구조에서 나온다는 원칙 아래, 강점을 강화하고 신성장 분야는 조용히 기틀을 다지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경영 스타일 자체가 '선언'보다는 '실행', '외형'보다는 '체질'에 무게를 두고 있는 셈이다. 

지난 2019년 LG CNS 지분 일부 매각, 2020년 LG화학에서 LG에너지솔루션 분사, 2021년 LG전자 스마트폰 사업 철수 등은 모두 그의 실용적 판단에 따른 선택과 집중 그리고 실행의 결과다. 이러한 경영 기조를 토대로 그룹 전반에서 미래 먹거리 기술 강화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AI 관련 분야에선 '엑사원(EXAONE)'이라는 초거대 AI 모델을 자체 개발해 그룹사뿐 아니라 금융·공공기관으로 고객군을 넓히고 있다. LG AI연구원은 이 같은 초거대 AI 개발에 이어 올해부터는 산업 특화형 생성형 AI 개발에 집중하고 있으며, LG CNS는 AI 데이터센터·클라우드 MSP 경쟁력 확보에 투자 여력을 키우고 있다.

전장 분야에선 주력 계열사인 LG전자가 전장부품을 단순 하드웨어에서 지능형 모듈로 전환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VS사업본부를 중심으로 텔레매틱스(차량 통신 모듈), 인포테인먼트, 차량용 OS 등 소프트웨어 중심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미 LG전자는 텔레매틱스 세계 시장 점유율 22%로 1위를 차지하며 주도적인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 또한 자회사 ZKW를 통해 BMW, 메르세데스 벤츠, 아우디, 포르쉐 등 주요 완성차 브랜드에 전장 조명 기술을 공급하는 등 글로벌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LG이노텍은 차량용 모듈과 카메라 설루션 등 고부가 전장 모듈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전환 중이다.

에너지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유럽 주요 생산기지의 가동률을 안정화하는 한편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 개발과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기술 고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 공장은 고에너지 밀도 원통형 배터리 생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통해 고성능·보급형 전기차 시장 모두를 아우르는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구 회장의 사일런트 리더십으로 LG그룹의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한 일관된 실행 전략이 이어지고 있다. '10년 뒤에도 살아남을 기술'이라는 경영 원칙은 이제 LG그룹의 기반이 돼가고 있다. 전략 사업의 내실 다지기는 조용하지만 확실한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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