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와 다른 독자 개발...글로벌 생태계로 확장
[미디어펜=김견희 기자]구광모 LG그룹 회장이 꼽은 차세대 성장 동력인 'ABC 사업(AI·바이오·클린테크)' 중 인공지능(AI)이 그룹의 주춧돌로 자리하는 모양새다. LG전자가 내세운 독자적인 AI 모델 '엑사원(EXAONE)'이 하이브리드 전략을 취하는 다른 기업과는 결을 달리하며, 실용성과 전문성 측면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지난해 10월 경기도 이천 LG인화원에서 열린 사장단 워크숍에 참석한 구광모 LG그룹 회장(가운데)./사진=LG그룹 제공


18일 업계에 따르면 LG는 LG AI연구원을 중심으로 자체 개발한 초거대 언어 모델 '엑사원'을 기반으로 독자 전략을 고수 중이다. 최근 공개한 '엑사원 4.0'은 전문 지식(전문가 모델), 실시간 추론 기능(추론 모델), 온디바이스 실행(경량 모델)까지 하나의 프레임워크로 통합한 국내 최초 하이브리드 AI 모델이다. 삼성전자나 SK가 외부 거대언어모델(LLM)과 연계한 하이브리드 전략을 취하는 반면 LG는 기술 주권과 데이터 통제권을 유지한 내재화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LG전자만의 차별화한 행보다. 엑사원이라는 독자 개발 모델을 중심으로 전문화, 경량화, 추론 능력을 고루 내재화하며 그룹 내부 활용은 물론 산업 전체로 외연을 넓히고 있다. 제조업 공정 최적화, 고객 응대 자동화, 로봇 제어 시스템, 정밀의료 진단 등 다양한 산업 영역에 AI를 적용 중이다. 

◇"고객이 체감하는 혁신"…구광모의 AI 철학, 사업 전환의 축으로

구 회장은 지난 2018년 취임한 이후, 선택과 집중 기조 아래 그룹 사업 전반을 재편해왔다. 특히 구 회장은 지난 8년 동안 "지금까지의 LG가 아닌, 앞으로의 LG"를 강조해왔다. 고객을 중심에 둔 가치 혁신, 빠른 의사 결정, 그룹 내부 기술력에 대한 집요한 집중이 그의 경영 키워드다. 

   
▲ 구광모 LG 대표(왼쪽에서 세번째)가 인도 뉴델리에 위치한 LG전자 노이다 생산공장을 찾아 에어컨 생산과정을 살펴보고 있다./사진=LG그룹 제공


ABC 전략은 이러한 그의 경영 철학을 잘 담아낸 키워드다. 이 전략 가운데서도 인공지능은 바이오, 클린테크와 함께 미래 수익 창출형 플랫폼으로 낙점됐다. 실제로 LG AI연구원이 핵심 AI 엔진과 기술 주권을 견인하고 있는 가운데, LG전자를 포함한 LG CNS, LG화학, LG이노텍 등 전 계열사는 AI 기반의 사업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전자에선 생활가전에 엑사원 기반 챗봇과 비전 AI 기술을 도입했으며, LG화학에선 신약 후보물질 탐색에 AI를 활용, LG디스플레이 역시 제품 설계 단계 수율 예측에서 엑사원을 이미 활용 중이다. 단순 정보기술(IT) 도입을 넘어 각 산업군에 맞는 최적화한 AI를 배치하고 이를 계열사에 바로 투입한 것이다. 구 회장이 언급해온 "고객이 직접 체감하는 혁신"이 AI를 통해 현실화하고 있는 셈이다. LG는 고객이 실질적으로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기술을 만드는 것을 AI 전략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특히 LG그룹은 엑사원을 단순히 그룹 내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글로벌 생태계로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엑사원 4.0의 모델 가중치를 오픈소스 플랫폼 '허깅페이스(Hugging Face)'에 공개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허깅페이스 공개와 함께 그래픽처리장치(GPU) 없이도 사용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API) 기반 상용 서비스도 함께 출시했다.

이는 LG그룹 외부의 스타트업, 연구기관, 중소기업 등도 엑사원을 기반으로 응용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생태계를 열어가고자 하는 시도다. 이를 두고 시장에선 LG가 엑사원을 통해 산업 특화형 AI SaaS를 출시하고 B2B 중심 글로벌 AI 솔루션 사업으로 엑사원을 본격 확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달 22일 예정된 'LG AI 토크 콘서트'에서도 AI 파트너십 전략이나 산업 도입 로드맵, 후속 모델 개발 방향 등 그룹의 중장기 AI 비전을 공유할 것으로 관측된다.

AI를 독단적으로 키워내는 것은 데이터 확보, 천문학적 비용 등 많은 리스크를 감안해야 하지만, "기술 주도권 없이는 미래도 없다"는 구 회장의 확고한 신념이 담긴 것이기도 하다. 이 같은 구 회장의 신념과 엑사원은 LG그룹을 AI 중심 기업으로 바꿔놓고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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