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한미무역협상 관련 미 정부 내부 문서 내용 보도
[미디어펜=김견희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지난달 말 타결된 한미 무역 협상 과정에서 한국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지출을 3.8%까지 늘릴 것을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했던 정황이 미국 언론을 통해 확인됐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연합뉴스 제공


워싱턴포스트(WP)는 9일(현지시간) 입수한 미 정부 내부 문서를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를 외교·안보·정치적 양보를 이끌어내는 수단으로 활용하려 한 사례 중 하나로 이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한미합의 초기 초안’에는 한국이 GDP의 2.6% 수준인 국방비를 3.8%로 증액하고, 방위비 분담금(주한미군 주둔비용 중 한국 부담액)을 늘리는 방안이 포함됐다. ‘GDP 3.8% 국방지출’은 트럼프 행정부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들에 요구해 합의한 5%보다는 낮지만, 목표 시한이 명시되지 않은 만큼 단순 비교는 어렵다. 

또 한국 정부가 대(對)중국 억제를 위해 주한미군의 역할과 활동 반경을 확대하는 ‘전략적 유연성’을 지지하는 정치적 성명을 발표하도록 하는 요구안도 담겼다.

이 문건은 지난 5월 1일 작성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 달 전인 4월 8일 한덕수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과의 통화에서 무역과 안보 의제를 연계하는 ‘원스톱 쇼핑’을 선호한다고 밝힌 직후다. 

WP는 이 초안이 실제 협상 과정에서 요구로 제시되진 않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적 구상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WP는 또 미국이 대만·인도·인도네시아 등에도 국방비 증액 또는 미국산 무기 구매 확대를 요구할 계획을 문서에 포함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이번 보도가 사실이라면, 미국 측이 한국의 국방비 대폭 증액과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확대를 원한다는 의중이 일정 부분 드러났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르면 이달 중 워싱턴DC에서 열릴 것으로 보이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국방지출 증액 및 전략적 유연성 지지에 대한 미국 측 요구가 구체화할 가능성도 높다. 

이외에도 △캄보디아 해군기지 미 군함 방문 허용 △이스라엘 내 중국 기업 항구 소유권 박탈 요구 △호주 다윈항 중국 운영권 장기계약 우려 △중국산 통신장비 배제 요구 등 대중국 견제 조치와, 셰브론·스타링크 등 특정 미국 기업의 해외 사업 규제 완화 요구도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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