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인공지능(AI) 시장의 급격한 확대로 반도체 업계가 공급과 수요 측면에서 구조적 변화를 맞고 있다. 한때 엔비디아 중심으로 구축됐던 시장 구도가 최근 다양한 플레이어와 신규 수요처의 등장으로 재편되면서 업계 전반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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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전자 반도체 클린룸./사진=삼성전자 제공 |
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비롯해 마이크론 등은 내년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물량을 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실적발표회에서 "내년 HBM 생산계획은 올해보다 확대 수립했지만, 계획분에 대한 고객 수요를 이미 확보했다"며 "추가 수요가 잇따라 HBM 증산 가능성을 내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 역시 지난 3분기 실적발표회에서 "내년 HBM 공급 계획을 최종 확정했으며, 솔드아웃 상태가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6세대인 HBM4의 경우 주요 제조사들의 초기 검증을 마쳤으며, 내년 상반기 공급을 목표로 한다. 마이크론도 "내년까지 HBM 공급 계약이 완료됐다"며 "이는 HBM3E(5세대)와 HBM4(6세대) 모두에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선 글로벌 AI 투자 확대를 감안할 때 이 같은 HBM 완판 행렬과 부족 현상이2027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게다가 완제품 판매 형식이 아닌 주문 제작 방식으로 생산되는 HBM은 공급 과잉이 일어날 가능성도 적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HBM의 경우 고객사별로 사양·스택·속도·전력 요구가 다르기 때문에 철저하게 주문자 맞춤 방식으로 생산된다.
엔비디아 중심으로 형성됐던 HBM 시장이 '탈 엔비디아' 축으로 흐르고 있다는 점도 눈 여겨봐야 한다. 엔비디아 외 신규 플레이어의 진입으로 벤더 중심의 수직계열 구조가 느슨해지고 있는 것이다. 구글의 AI 전용 칩셋 TPU로 메타가 아마존의 트레이너·인페렌시아, 메타·마이크로소프트에서 자체 AI 가속기를 만드는 등의 행보가 이에 해당한다. 이 흐름은 HBM뿐 아니라 GDDR, LPDDR 등 메모리 반도체 전반적인 수요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생산능력 확대를 서두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양사는 올해를 기점으로 HBM 전용 라인 증설과 선단 공정 패키징 장비 투입을 가속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평택 P3·P4 라인을 HBM 생산을 위한 1c D램 라인으로 전환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M14을 선단 공정으로 전환해 생산을 늘리고 있으며, 신공장인 청주 M15X 내 장비 반입을 시작하며 내년 가동 준비에 들어갔다.
글로벌 AI 투자 흐름이 지속될수록 HBM 공급자 중심의 시장 구조가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 연구원은 "최종 수요처의 AI 투자가 늘어날 수록 HBM과 같은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가 필요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시장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과거에는 엔비디아 중심 축으로 시장이 형성 됐다면, 앞으로는 공급자 우위 구조가 전망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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