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초고압 전력망 구축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선업계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대표 전선 기업인 LS전선과 대한전선은 대형 프로젝트 수주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수주 잔고 합계가 10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된다. AI와 신재생 기반의 전력 인프라 투자가 본격화되면서, 전선업계가 장기 수주를 기반으로 한 성장 사이클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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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전선 해저케이블2공장 조감도./사진=대한전선 제공 |
4일 업계에 따르면 LS전선의 최근 수주 잔고는 6조 원을 넘어섰다. LS전선은 대만 해상풍력 포모사 프로젝트, 안마 해상 풍력 단지를 비롯한 굵직한 해외 프로젝트를 잇달아 수주하며 장기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대한전선 역시 글로벌 송전망 확충과 고압 케이블 증설 수요 확대 속에 3조 원대 수주 잔고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확보한 주요 프로젝트로는 안마 해상풍력, 영광낙월 해상풍력, 카타르 초고압 케이블 프로젝트 등이 꼽힌다. 특히 해외 프로젝트 비중이 확대되면서 수익 기반의 지역 다변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AI 데이터센터 구축과 신재생 확대 흐름이 맞물리면서 전력 인프라 시장이 구조적인 성장 사이클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대형 프로젝트 중심의 장기 물량이 안정적으로 확보되면서 전선업계가 설비투자와 생산능력 확충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선 기업들은 미래 물량 대응을 위한 생산능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LS전선은 올해 4월 미국 버지니아주 체서피크에서 해저케이블 공장 착공에 들어갔으며, 생산타워와 항만시설을 포함한 초대형 프로젝트로 진행 중이다. 2027년 완공 후 북미 지역 해상풍력 수요 대응 거점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대한전선도 지난 9월 충남 당진 해저케이블 2공장을 착공했다. 완공 시 1공장 대비 약 5배 수준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되며, 2027년부터 640kV급 HVDC(초고압 직류송전)와 400kV급 HVAC(초고압 교류송전) 해저케이블 생산이 가능하다.
구리 가격 강세도 외형 성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 구리 가격은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으며, 전선업체들은 대부분 원가연동형 계약 구조를 통해 상승분을 납품 단가에 반영하고 있다. 이로 인해 매출 외형 확대가 예상되지만, 원재료 비용 자체가 높아진 만큼 수익성 개선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업계 관계자는 “구리값 상승이 매출 증가로 이어질 수는 있지만, 구조적으로 영업이익이 크게 개선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AI 투자 확대가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글로벌 IT 기업들이 고용량·고전압 인프라 확충에 나서면서 초고압 케이블 프로젝트 발주가 지속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구리 가격 역시 강세 흐름을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업계에서는 AI·전력망 투자와 연계된 대형 프로젝트 수주가 이어질 경우, 전선업계의 외형 성장세가 내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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