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인 CES 2026 개막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글로벌 전자 업계가 인공지능(AI)을 트렌드 수준을 넘어 기기·서비스 전반에 기본 탑재되는 기술로 전환하는 전략을 앞세우고 있다. 특히 국내 양대 전자 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CES 기간 동안 사전 행사를 열고 초연결 AI 가전, 일상 확장형 AI 플랫폼을 중심으로 내년 전략 구상을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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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객이 연동된 가전과 IoT 기기를 제어하고 서비스까지 연결하는 LG전자 'LG 씽큐 온'을 체험하는 모습./사진=LG전자 제공 |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년 1월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윈 호텔에서 ‘더 퍼스트룩’ 행사를 열고 세탁기·냉장고·TV 등 주요 제품군에 탑재될 새로운 AI 기능과 서비스 전략을 공개한다.
이날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DX부문장)이 대표 연사로 나서며 용석우 VD(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김철기 DA(생활가전)사업부장이 동반 발표에 참여해 △제품별 AI 고도화 방향 △서비스 확장 전략 △사업 효율성 제고 방안을 소개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RGB TV 등 프리미엄 TV 라인업 확대와 개별 제품 특성에 최적화된 AI 기능 탑재에 집중하고 있으나, 글로벌 소비 둔화와 중국 기업의 가격 공세로 가전·TV 부문의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이다.
삼성전자의 VD·DA사업부는 올해 3분기 약 100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2023년 4분기 이후 7개 분기 만에 다시 적자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CES를 기점으로 제품 전략을 넘어 플랫폼 기반의 사업 구조 전환을 꾀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LG전자는 같은 날 만달레이베이 호텔에서 글로벌 프레스 콘퍼런스 ‘LG 월드프리미어’를 개최한다. '당신에게 맞춘 혁신(Innovation in tune with you)'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미디어·파트너사 관계자 약 1000명이 초청되며, 온라인 생중계도 병행된다.
LG전자는 기술 중심으로 논의되던 기존 AI를 인간 중심 관점에서 재정의하며 '고객 친화적 AI 서비스'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이 날 류재철 LG전자 최고경영자(CEO)가 기조연설을 맡아 집 안, 차량, 상업용 공간 등 다양한 생활 공간에서 제품과 설루션이 연결돼 일상을 확장하는 혁신 사례를 제시하고, 고객 상황에 맞춰 제안하는 '공감지능'의 진화 방향을 소개할 예정이다.
LG전자의 MS사업본부는 올해 3분기 3026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류 사장이 CES에서 로봇·AI홈·스마트코티지 등 기업간거래(B2B) 기반의 신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전략을 제시할 것으로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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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객이 연동된 가전과 IoT 기기를 제어하고 서비스까지 연결하는 LG전자 'LG 씽큐 온'을 체험하는 모습./사진=LG전자 제공 |
아울러 국내 컨설팅업계도 CES의 핵심 방향을 분석하며 트렌드 변화를 전망했다. 삼정KPMG는 8일 발표한 ‘CES 2026 프리뷰’ 보고서를 통해 올해 CES의 핵심 키워드로 △피지컬 AI △공간 컴퓨팅 △디지털 헬스 △모빌리티 △스마트홈을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들이 AI 로봇, 초몰입형 XR, 스마트 헬스 기기,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AI 기반 스마트홈 솔루션 등 실사용 기반 혁신을 대거 선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제조·물류·서비스 영역에 확산되는 AI 로보틱스, 초경량 디스플레이 및 공간 인식 기술을 바탕으로 한 공간 컴퓨팅, 웨어러블 기반의 정교한 디지털 헬스 모니터링, 고도화된 AI 분석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모빌리티 소프트웨어 경쟁, 생활 전반을 아우르는 스마트홈 플랫폼 전환 등이 두드러질 전망이다.
업계는 CES 2026이 기술 영역별 혁신 경쟁이 아닌 통합 플랫폼 경쟁의 서막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 스마트홈·모빌리티·로봇·헬스 등은 개별 산업에서 기능 확장 중심으로 발전해왔다면, 내년 CES에서는 AI 에이전트와 연결 플랫폼을 기반으로 생활·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생태계 전략에 주력할 가능성이 높다. 사용자 경험과 서비스 중심의 경쟁 체제로의 전환이 본격화하는 것이다.
이에 시장에선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내년 CES에선 단순 신제품 공개를 넘어 사업 경쟁력을 높일 전략을 발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중국 가전 업체의 저가 공세로 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AI 기반 서비스와 사업 모델의 전환 없이는 장기적 경쟁력 확보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신제품 발표 중심의 전략만으로는 가전·TV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은 시장이 됐다"며 "이번 CES에서 사업 구조 전환이나 사업 전략과 같은 새 카드를 내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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