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CC 풀가동·고부가 제품 비중 확대
내년 영업이익 30% 이상 증가 전망
[미디어펜=김견희 기자]인공지능(AI) 반도체 열풍에 따른 부품 수요 증가가 내년 삼성전기 실적을 견인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와 반도체 기판 중심 사업이 호황기에 접어들면서, 정보기술(IT) 경기 변동에 따라 실적이 흔들리던 과거와 달리 안정적인 수익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 삼성전기 수원 사업장 전경./사진=삼성전기 제공


1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스마트폰 등 IT 기기 중심의 제품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 경기 변동에 상대적으로 둔감한 AI·전장용 제품 비중을 늘리면서 실적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강화하고 있다. 

AI 서버는 일반 서버 대비 MLCC 탑재량이 수 배 이상 많아, 데이터센터 증설 국면에서 수요 증가 폭이 크다. 삼성전기는 이 같은 시장 변화에 발맞춰 AI 서버와 전장, 산업용 중심의 고사양 MLCC 공급을 확대하며 사업 구조 전환을 가속하고 있다. MLCC는 전류를 저장·방출해 반도체와 전자부품의 안정적인 작동을 돕는 핵심 부품으로 '전자산업의 쌀'로 불린다.

실제로 삼성전기는 MLCC, 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FC-BGA) 등 고부가 제품 비중 확대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수익성 개선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기의 올해 연결 기준 3분기 누적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7.8%와 9.4% 증가한 8조4123억 원, 영업이익 6738억 원을 기록했다.

생산설비 가동률도 높다.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컴포넌트사업부(MLCC 비중 90%) 생산설비 평균가동률은 99%에 육박했다. 수요 변동성을 고려해 생산 캐파를 보수적으로 잡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풀가동이나 다름 없는 셈이다. 

내년 시장 전망도 맑다. AI 서버 시장은 향후 수년간 고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른 MLCC 시장 성장 국면에 진입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AI 서버용 MLCC는 단기적인 수요 증가를 넘어 중장기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으면서 공급자 우위 구조로 자리할 가능성이 크다.

시장에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시기 IT 수요 확대에 따른 수혜를 입었던 2022년 이후 주춤했던 실적에서 벗어나 내년 연간 영업이익 1조 원대 복귀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IBK투자증권 김운호 연구원은 "삼성전기 내년 매출액은 올해보다 10.0% 증가한 12조4051억 원으로 예상하고, 영업이익도 30%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삼성전기는 설비 투자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 컴포넌트사업부 설비투자는 누적 기준 3358억 원으로, 지난해 연간 투자금액인 1634억 원을 크게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1분기 필리핀 공장의 MLCC 라인 증설을 검토하고 있으며, 멕시코 카메라모듈 공장 설립도 재추진한다. 

이 밖에도 삼성전기는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차세대 제품으로 꼽히는 유리기판과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사업에도 손을 뻗고 있다. 최근 로봇 손을 제어하는 구동 모터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노르웨이 초소형 전기모터 업체 '알바 인더스트리즈'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유리기판과 관련해선 올해 2분기 세종사업장에 파일럿 라인을 구축해 시험 생산에 들어갔다. 2027년 본격 양산 체제 전환을 목표로 하며, 초박형 유리(UTG)·고정밀 회로 기술을 기반으로 대면적 AI 패키징 기판을 개발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 역시 AI 고도화 열풍이 이어지면서 AI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MLCC와 반도체 기판 위주 사업 수익성이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장기적으로는 휴머노이드와 유리기판 사업에 투자를 단행하며, 미래 먹거리까지 챙겨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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