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가전 패러다임 전환...'경험' 넘어 '자율'로
[미디어펜=김견희 기자]글로벌 경기 둔화와 소비 위축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국내 가전 업계가 돌파구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까지 인공지능(AI) 가전을 일상 속에서 경험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올해는 사용자 경험을 고도화하는 동시에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자율형 AI 가전’을 앞세워 시장 주도권을 선점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자율형 AI 가전' 전략은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 2026에서 보다 선명해졌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나란히 AI를 중심으로 한 사업 전략을 공개하며 단순 기능 경쟁을 넘어 가전의 역할 자체를 재정의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삼성전자는 AI를 통해 가전과 TV를 '능동형 기기'로 진화시키는 데 방점을 찍었다. 삼성전자는 올해를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 부문의 전환점으로 삼고, 차세대 AI 기술을 적용한 TV의 기능을 확장하는 한편 화질 경쟁력을 한층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네오 큐엘이디(Neo QLED),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초대형 디스플레이, 미니 LED 등 프리미엄 라인업을 중심으로 TV를 단순한 디스플레이가 아닌 생활 전반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확장한다.  

   
▲ 삼성전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CES 2026'에 단독 전시관을 마련, 4일부터 7일(현지시간)까지 '더 퍼스트룩 2026'을 진행한다고 7일 밝혔다. 관람객들이 '비스포크 AI 패밀리허브' 냉장고를 체험하고 있다. 2026.1.7./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특히 회사는 '비전 AI 컴패니언'을 핵심 전략으로 제시했다. 비전 AI 컴패니언은 시청 중인 콘텐츠를 이해하고 사용자의 상황과 요구를 예측해 화면과 맥락에 맞는 정보를 제공하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TV가 엔터테인먼트 기기를 넘어 스마트홈의 허브이자 일상생활 동반자로 자리한다는 구상이다. 

생활가전(DA) 사업부 역시 AI 가전을 차세대 성장 축으로 삼았다. 삼성전자는 국내에서 검증된 'AI 가전=삼성' 공식을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사용자와 교감하는 AI 기술과 스마트싱스 기반 연결 생태계를 앞세워 빠르게 성장 중인 글로벌 AI 가전 시장을 집중 공략한다. 구글, 퀄컴 등 글로벌 소프트웨어(SW)·하드웨어(HW) 기업과의 개방형 협력도 강화한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는 AI 가전과 연계한 서비스 확장과 냉난방공조(HVAC) 사업 육성도 병행한다. 이미 미국과 유럽 주요 에너지 기업들과 협력해 AI 가전을 활용한 전기료 절감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으며, 플랙트그룹 인수와 레녹스와의 합작을 통해 AI 데이터센터와 산업·주거용 시장을 아우르는 HVAC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키워나가고 있다. 

김철기 삼성전자 DA사업부장(부사장)은 최근 열린 글로벌 미디어 행사에서 "국내에서 검증된 ‘AI 가전=삼성’ 공식을 글로벌 시장에서도 공고히 하겠다”며 “스크린·카메라·보이스 등 사용자와 교감할 수 있는 AI 가전의 강점과 연결 생태계를 바탕으로 글로벌 사용자에게 더 나은 삶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LG전자는 AI 가전을 통한 ‘가사노동 해방’에 초점을 맞췄다. 류재철 LG전자 최고경영자(CEO)는 CES 2026 현장에서 열린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산업과 경쟁의 패러다임이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며 "LG전자의 AI는 고객 접점이 가장 많은 '집'에서 출발하며 이는 경쟁사가 따라올 수 없는 우리만의 독보적인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6'에서 관람객들이 LG전자의 AI 기반 차량용 설루션을 체험하고 있다. 2026.1.8./사진=연합뉴스 [LG전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LG전자는 AI를 활용해 사용자의 생활 패턴을 학습하고 가사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생활가전 경쟁력을 고도화한다. 단순 자동화를 넘어 스스로 상황을 판단하고 최적의 행동을 수행하는 AI 가전을 통해 프리미엄 시장 주도권을 이어간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LG전자는 글로벌 수요 회복 지연과 관세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근원적 경쟁력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품질·비용·납기 경쟁력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한편, 연구개발(R&D)과 기술 리더십을 바탕으로 경쟁 업체들과 격차를 벌리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류 CEO 직속으로 '혁신추진담당'을 신설해 제품력·품질·디자인·원가 구조 전반의 구조적 한계 돌파에 나선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수요 둔화 국면에서 AI 가전이 단기 실적 방어를 넘어 중장기 성장의 핵심 축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전이 '말을 듣는 기기'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동반자'로 자리잡는 과정에서 누가 더 완성도 높은 생태계를 구축하느냐에 따라 향후 시장 판도를 가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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