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한국 패션 시장이 테스트베드(시험대)를 넘어 '공동 기획자'로 그 위상이 바뀌고 있다. 글로벌 패션 브랜드들이 국내 시장에 진입해 제품의 성패를 가늠했던 기존 흐름에서 상품을 협업하거나 디자인을 제안하는 전략적 파트너로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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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지난달 20일 용산구 한남동에 프랑스 브랜드 '아미'(ami)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 사진은 아미 한남 플래그십 스토어./사진=삼성물산 패션부문 제공 |
2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패션연구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올해 패션 시장 규모가 약 2.4%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한국 시장이 트렌드를 시험하고 선도하는 시험대로 변화했다고 분석했다. 국내 소비자의 안목이 글로벌 흥행 바로미터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본 도쿄 기반 컨템퍼러리 브랜드 '캡틴 선샤인'과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언더커버' 등이 한국에 앞다퉈 진출하는 등 브랜드 진입 러시 현상이 이를 뒷받침한다.
일각에선 한국의 역할이 이미 단순한 시험대를 넘어 글로벌 브랜드와 대등한 위치에서 판을 짜는 공동 기획자이자 전략적 파트너 단계로 진입했다는 시각도 나온다. 글로벌 본사가 한국에 신제품을 시험하는 수준을 지나, 한국 파트너와 협업한 기획안을 본사 컬렉션에 공식적으로 반영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LF가 수입·판매하는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포르테포르테 사례가 대표적이다. LF는 한국 소비자의 특성을 분석해 먼저 디자인과 제품 구성을 제안했고, 본사가 이를 수용해 '한국 익스클루시브 캡슐 컬렉션'을 출시한 바 있다. 이는 한국 시장이 단순히 제품의 성패를 가늠하는 곳이 아니라 글로벌 본사의 디자인 디렉팅에 직접 관여하는 전략적인 파트너로 진화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뿐만 아니다. 한국 기업들이 단순 제품 기획에 참여하는 것을 넘어 오프라인 매장 운영 방식과 디지털 마케팅 영역까지 패키지로 묶어 글로벌 시장에 이식하는 선구적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하다.
LF의 대표 브랜드 헤지스가 최근 서울 중구 '스페이스H 서울'에서 해외 바이어를 대상으로 진행한 글로벌 수주회가 대표적인 예다. LF는 수주회 현장에서 단순 상품 전시를 넘어 직접 설계한 매장 구조와 브랜드 세계관을 구현한 공간 연출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러한 연출을 통째로 도입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는 해외 바이어도 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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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F의 대표 브랜드 헤지스가 최근 서울 중구 '스페이스H 서울'에서 해외 바이어를 대상으로 진행한 글로벌 수주회 현장./사진=LF 제공 |
실제로 LF에 따르면 한국식 운영 패키지가 적용된 매장의 외국인 매출은 지난해 기준 2023년 대비 약 2.2배(120%)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매 고객의 국적 또한 미국, 유럽, 중동 등으로 다변화되며 한국 기업이 설계한 마케팅과 매장 운영 공식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 방정식이 되가고 있다.
이런 기획력은 이제 한국 기업이 단순히 물건을 파는 판매점을 넘어 브랜드 가치를 설계하는 글로벌 디렉터로 자리했음을 보여준다. 한국에서 설계한 운영 방식과 디지털 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의 표준이 되고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시장은 단순히 글로벌 트렌드를 수용하는 곳이 아니라, 우리가 설계한 운영 방식과 디지털 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의 표준이 될 수 있음을 입증하고 있는 단계"라며 "이러한 기획력은 K-패션의 영토를 제품 판매 이상으로 확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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