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 연락처만 알아도 송금가능…'보안성 취약' 지적도
[미디어펜=이원우 기자]"다 따져 봐도 현금만한 선물이 없더라고요."

경기도 파주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A씨(30)는 요즘 지인들에게 '현금 선물'을 하는 재미를 붙였다. 생일이나 기념일을 맞은 친구들에게 미리 말하지 않고 현금을 부친 뒤 문자메시지를 보내면 훌륭한 '서프라이즈' 선물이 되기 때문이다. 현금이라는 메리트 때문에 상대적으로 적은 액수로도 '효과'가 크다. 최근엔 계좌번호를 몰라도 연락처만으로 송금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절차가 한결 간편해졌다.

은행권 모바일 서비스가 점점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춰 편리해지고 있다. 매번 공인인증서를 확인할 필요가 없어졌다. 심지어 계좌번호 확인조차 필요 없는 모바일 금융서비스 어플리케이션(앱)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금융서비스의 판도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보안상의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 국민은행 '리브(Liiv)'를 위시해 시중은행들이 앞 다퉈 '간편송금' 기능이 포함된 모바일 앱을 출시했다. /국민은행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국민‧우리‧KEB하나 등 시중 주요은행들은 이미 자사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에 '간편송금' 서비스 도입을 완료했다. 서비스의 핵심은 '보안절차'를 획기적으로 줄인 데 있다. 

주거래은행의 앱을 설치한 뒤 처음 한 번은 공인인증서나 일회용 비밀번호(OTP), 보안카드 등을 이용해 본인인증을 거쳐 가입을 해야 한다. 그 뒤로는 자신이 설정한 비밀번호만 넣으면 더 이상의 본인확인을 요구하지 않는다. 

타인에게 송금할 경우에 상대방의 '계좌번호'를 알 필요가 없다는 점도 큰 메리트다. 받는 사람 통장명의나 연락처, 계좌번호 중 한 가지만 알면 된다. 송금까지 걸리는 시간도 5분 안팎으로 상당히 줄어들었다. 국민은행의 경우 리브(Liiv), 우리은행 위비뱅크, KEB하나은행 하나머니 등이 이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간편송금 서비스는 원래 네이버페이, 토스 등 별도의 앱을 통해서만 가능했다. 금융소비자들의 골칫거리 중 하나였던 공인인증서를 없앤 것만으로도 호평을 받았지만 순식간에 시중은행들이 해당 서비스를 흡수해 버렸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고객들이 아무래도 별도 앱보다는 본인의 주거래은행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송금하는 걸 마음 편하게 생각한다"며 은행권이 해당 서비스를 빠르게 주도해 나갈 것으로 내다봤다. 단, 간편송금의 경우 받는 사람도 같은 앱을 설치한 상태여야 돈을 쉽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고객들의 스마트폰에 자사 앱을 설치하도록 하기 위한 은행들의 마케팅 전쟁이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또 기업은행은 최근 '전자지갑 충전' 절차를 과감하게 생략한 송금 서비스 '휙'을 내놓아 호평을 받고 있다. 이 서비스는 심지어 받는 사람이 앱을 설치하지 않아도 문자메시지에 링크된 웹페이지에서 자신의 계좌번호를 입력하면 입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또 한 번의 혁신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중 은행들은 국내 고객만이 아니라 해외송금에 대해서도 각각 간편송금 서비스를 내놨다. 역시 방식은 비슷하다. 수취인의 이름이나 전화번호를 입력하고 해외송금을 신청하면 5분 안에 해외 수취인의 휴대폰으로 문자메시지가 전송된다. 이후 현지 은행에서 신분증과 송금내역을 제출하고 출금을 하면 되는 방식이다.

한편 송금 절차가 간편해진 점에 대해서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비밀번호만 알면 송금이 가능하다는 편리성을 뒤집어 보면 대형 금융사고로 가는 단초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우려 때문에 대다수 은행들은 간편송금의 일일 한도를 약 30만 원 정도로 제한하고 있다. 행여 사고가 터진다 해도 그 여파에 한계를 두기 위해서다.

금융보안원 한 관계자는 "편리성과 보안성은 트레이드오프(trade-off) 관계에 있기 때문에 절차가 간편해졌다는 건 그만큼 위험해졌다는 의미"라면서 "소비자들이 간편한 서비스를 원하는 만큼 절차 간소화는 필요하겠지만, 단순 비밀번호보다는 신기술이 접목된 보다 고차원적인 본인 확인 장치를 도입하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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